외국인 부동산 매입에 '토허제' 꺼낸 정부…"내국인 역차별 해소 기대"

외국인 주택 거래 연평균 26% 증가 4개월 내 입주·2년 실거주 의무 외국인 비중 1%대…시장 영향은 제한적

2025-08-22     박영규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등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외국인은 해당 지역에서 주택을 매입할 때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내국인 역차별 해소 측면에서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외국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서울시 전역, 인천시 7개 구, 경기도 23개 시·군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허가구역 내에서 주택을 매입하는 외국인은 사전에 시·군·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거래를 허가받은 외국인은 허가일로부터 4개월 이내 해당 주택에 입주해야 하며 주택 취득 후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지자체가 이행명령을 내리고 불이행 시 취득가액의 10% 이내에서 이행강제금이 반복 부과된다.

이번 외국인 토허구역 조치는 아파트뿐 아니라 단독주택, 연립·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까지 포함한다. 단 오피스텔은 비주택으로 분류돼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간은 8월 26일부터 내년 8월 25일까지 1년간 적용되며, 필요할 경우 연장도 검토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 거래에만 적용되는 자금조달계획서와 입증자료 제출 의무를 토허구역까지 확대하도록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할 예정이다. 해외자금 불법 반입이나 무자격 임대사업 여부를 확인하고자 자금조달계획 내용에 해외자금 출처와 비자(체류자격) 유형 등도 추가한다.

외국인 주택 거래에 대한 상시·기획 조사도 강화한다. 외국인이 주택 매입을 위해 반입한 해외 자금이 범죄수익 등의 세탁 용도로 의심될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돼 해외 공조 절차로 이어진다. 국내에서 보유하던 주택을 처분해 얻은 양도차익과 관련해 해외 과세당국의 세금 추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거래는 국세청에 통보돼 해외 과세당국에 전달한다.

내국인 역차별 논란 해소 전망

외국인 거래는 증가 추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수도권의 외국인 주택 거래는 2022년 4568건, 2023년 6363건, 지난해 7296건으로 2022년 이래 연평균 약 26%의 증가율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4431건으로 집계돼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내국인은 부동산 구입 시 금융·세금 등 여러 제약을 받지만, 외국인은 자국 금융기관에서 자유롭게 대출받을 수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왔다.

특히 6·27대책 이후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커졌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내로 제한하면서 내국인 주택 거래가 줄어든 반면 외국인 거래는 늘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서울에서 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 등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외국인은 208명으로 규제 시행 직전인 지난 6월(198명)보다 10명(5.1%)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내국인은 1만9732명에서 1만7309명으로 12.3% 줄었다.

다만 올해 1~7월 외국인의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은 1151건으로 내국인(9만4867건)의 1.2%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내국인 역차별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또 외국인들의 투기수요 유입이 일정 부분 차단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내국인에게 적용되던 실거주 의무, 대출규제, 자금출처조사 등의 부동산 규제를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출이나 세제 측면에서 내국인에 비해 매입 허들이 낮았던 외국인 주택구매에 형평을 맞춘 조치"라며 “외국인의 아파트 매입이 수도권 중심으로 증가 추세였고 비실거주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로 실입주 외에도 자금조달 문제와 주택 수 산입을 꼼꼼히 확인해 차익에 기댄 투기수요 유입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외국인 거래 비중이 크지 않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 외국인 소유의 부동산(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는 하기 어렵다”며 “이번 조치로 국내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것인지를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