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현장]"면접이라도 보고 싶어서"…금융권 채용박람회 '북적'

"면접 정보 및 경험 얻을 기회" 카드사들도 올해 모의 면접 도입 블라인드 채용 보편화로 '자기소개서' 입모아 강조

2025-08-21     이지홍 기자
금융권 채용박람회 입구 모습. 사진=이지홍 기자

“면접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맥도 경험도 없어서 면접 정보 좀 얻으려고 왔어요”

서울 기온 32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동대문디지인플라자(DDP)는 검은색 정장 세트에 구두까지 갖춰 신은 청년들로 가득 찼다. 대기 중임에도 빳빳한 자세와 긴장한 눈빛으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청년들로 의자에는 자리가 없었고, 불편한 차림에도 바닥에 앉아 면접 내용을 복기하려는 청년들로 바닥에도 자리가 없었다.

21일 박람회 현장에서는 사전에 서류를 접수한 뒤 심사를 통과한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현장 면접이 진행됐다. 특히 은행권은 사전 예약을 받아 정해진 시간에 현장면접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통상 한 부스당 하루에 지원자 180명 정도를 소화했다. 일반적으로 우수면접자로 선발되는 경우 향후 채용지원 시 서류전형 면제 혜택 1회가 주어진다.

이날 얻을 수 있는 건 주로 서류전형 면제 혜택에 불과했지만 구직자들은 마치 최종합격이 혜택인처럼 임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금융권 취업 시장이 일단 서류합격 자체를 목표로 할 정도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최은승(23세)씨는 “실제 면접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데 면접을 좀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오늘 은행권 면접을 한번 보고 다른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카드사 올해 모의 면접 도입…부스는 ‘만석’

신한카드 부스에서 구직자들의 모습. 사진=이지홍 기자

올해 주목할만한 점은 카드사들이 그동안 채용 박람회에서 상담 부스를 운영했으나 올해부터는 모의면접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점이다. KB국민카드, 우리카드, BC카드는 오프라인 모의면접을, BC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은 온라인(화상) 모의면접을 실시한다. 그동안 카드사 취업 준비생들은 박람회서 면접 정보를 얻기 힘들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구직자들이 면접 준비 방향이나 정보를 얻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카드업계는 상반기 채용규모를 줄였음에도 카드사‧여신금융협회 부스는 만석이었다. 이서연씨(23세)는 “카드 상품 기획 직무에 관심이 많다”며 “어릴 때부터 신용카드를 썼는데 사람에 맞춘 혜택들을 제공한다는 점이 좋다”고 전했다. 이어서 “카드사, 소비자 그리고 다른 제휴회사까지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일이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특히 카드사들의 인기가 높았다. 현대카드의 경우 지원은 많이 하고 티오(TO)는 적어서 서류를 통과해도 면접을 못보고 간 사람들이 생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가자는 “오늘 전반적으로 사전 예약 위주로 운영이 되고 이미 마감된 기업들을 못봐서 그게 좀 아쉬웠다”며 “카드사 같은 경우는 관계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경우가 흔치 않다”라고 토로했다.

올해 블라인드 채용 보편화…모두 ‘정체성’ 조언

은행권 현장면접의 모습. 사진=이지홍 기자

또 한가지 특징은 블라인드 채용이 보편화됐다는 점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범규준에 '지원자의 성별, 연령, 출신학교, 출신지, 신체조건(장애여부 포함) 등 지원자의 역량과 무관한 요소를 이유로 차별을 금지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많은 금융사들이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일부 금융사는 서류 뿐 아니라 면접 평가까지 블라인드로 진행하고 있었다.

담당자들은 블라인드 채용이 보편화되면서 자기소개서‧면접에서 드러나는 정체성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입을 모아 조언했다. 과거 취업의 필수 조건으로 여겨졌던 출신 대학, 어학 성적 등은 이제 평가 요소에서 제외된다. 지원자들은 “취업 준비에 혼선이 더 커졌다”라고 토로하지만 이에 맞춰 준비하는 수밖에는 없다.

IBK 기업은행의 한 인사담당자는 “IBK기업은행은 홈페이지에도 인재상을 없앴다”며 “각자 지원자분들마다 다양한 장점이 있고 다양한 분들이 오는게 은행의 발전”이라고 전했다. 다만 “기본적으로 은행원은 고객님들을 응대해야 하므로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이 중요한 것 같다”며 “논리적으로 금융 상품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기본 역량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이지홍 기자

또 “저도 자격증이 없는 상태에서 입사했고 합격자분들이 없는 경우도 많다”며 “자격증이라는게 있으면 당연히 금융권에 대한 관심으로 평가할 수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게 필요한 디지털 역량이나 IT 역량이 필요한 직무는 별도 채용을 한다”며 “은행은 7~8주 연수가 잘 되어있다보니까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홍콩 노동복지국(Labour and Welfare Bureau, Lwb)의 Angela Chan 매니저는 “우리는 홍콩 특성상 유창한 영어가 필요하다”며 “그리고 면접에서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녀는 “아주 잘 준비된 지원자는 면접에서 드러난다”며 긍정과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