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거실의 플랫폼이 되다] TV를 넘어 스마트홈으로…K가전, ‘OS 고도화’ 총력

삼성전자, 타이젠 기반 ‘삼성 TV 플러스’ 운영 LG전자, 웹OS로 플랫폼 경쟁력 강화 ‘속도’

2025-09-07     김효경 기자
LG 스마트 TV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 사진=LG전자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플랫폼 기반 서비스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드웨어 판매에 의존하던 일회성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 자체 운영체제(OS)를 중심으로 광고·구독·콘텐츠 유통 등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TV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소프트웨어가 이를 만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업체질 전환…플랫폼 서비스 ‘강화’

삼성 TV 플러스 'SMTOWN' 채널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OS ‘타이젠’을 기반으로 ‘삼성 TV 플러스’를 운영하며 플랫폼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타이젠은 전 세계 약 3억 대의 삼성 스마트TV에 탑재돼 있으며, 웨어러블과 생활가전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LG전자 역시 스마트TV 플랫폼 ‘웹OS(WebOS)’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2027년까지 1조 원 이상을 투자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 2030년까지 플랫폼 기반 서비스 매출을 현재보다 5배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전체 영업이익의 20% 이상을 플랫폼 부문에서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 지원을 받는 글로벌 커넥티드 TV(CTV) 광고 사업 브랜드 ‘LG애드솔루션’이 19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사의 기술과 향후 비전을 공개했다. 아시시 초디아(Ashish Chordia) 알폰소 창립자이자 이사회 멤버가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알폰소

이는 가전과 TV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서비스·광고·콘텐츠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 LG전자는 2020년 자회사 제니스를 통해 알폰소를 파트너사로 편입하고 ‘LG애드솔루션’ 브랜드를 출범시키며 이러한 변화를 본격화했다.

알폰소는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설립된 TV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으로, LG전자의 글로벌 광고 플랫폼 사업 확장의 핵심 파트너 역할을 맡고 있다.

아시시 초디아 창립자 겸 이사회 멤버는 지난 8월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폰소는 콘텐츠, 광고, 커머스, AI가 자연스럽게 통합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TV를 한 단계 더 진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LG전자와 긴밀히 협력해 기술 투자, 플랫폼 혁신, 글로벌 시장 확대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과 AI가 만드는 차세대 홈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5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새로운 경험을 보여주는 집'의 아트 경험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TV 플랫폼 광고 수익은 2024년 66억 달러에서 2029년 134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플랫폼 기반 서비스 확장이 미래 성장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과 LG는 하드웨어 보급 기반이라는 뚜렷한 강점을 갖고 있다. 전 세계 가정에 설치된 수억 대의 스마트 TV와 생활가전은 OS 확산의 발판이 된다. 여기에 스마트홈, 커넥티드카, 인공지능(AI) 서비스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할 경우 단순한 TV OS가 아닌,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초연결과 AI를 강조한 ‘AI홈’ 전략을 공개했다. 홈 AI는 가족 구성원의 일상생활은 물론 업무와 여가 등 다양한 상황과 패턴을 분석하고, 집안 사물과 공간까지 고려해 사용자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LG전자가 CES 2025에 공감지능(AI) 기술로 집에서 누리는 일상의 가치와 편리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AI홈 존을 마련했다. 사진은 LG전자의 AI홈 허브와 대화하면서 방 안의 가전과 IoT 기기를 잠들기 좋은 환경으로 설정하는 모습. 사진=LG전자

LG전자는 AI를 ‘공감지능’으로 확장,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고객 경험과 공간을 연결·확장하며 일상을 변화시키는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웹OS를 TV, IT 기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옥외 디지털 광고 영역까지 확장해 실내·외를 아우르는 ‘통합 미디어 광고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OS로 하드웨어 한계 넘는다

삼성 OLED TV의 신규 광고 캠페인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OS를 통한 수익 모델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광고·구독·커머스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동시에 글로벌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성향에 맞춘 현지화 전략과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LG전자는 글로벌 커넥티드 TV(CTV) 광고 사업 브랜드 LG애드솔루션을 통해 생태계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는 전 세계 2억 대 이상 설치된 LG 스마트 TV를 기반으로 북미·유럽·중남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LG전자의 플랫폼 중심의 미래 성장 전략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최대 매출 등 견조한 경영성과를 낸 배경엔 웹OS 플랫폼 등을 포함한 비(非) 하드웨어 사업의 ‘질적 성장’이 크게 기여했다”며 “2030년 질적 성장 영역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삼성과 LG의 플랫폼 전환을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평가한다.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빅테크의 생태계 장악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플랫폼 경쟁력이 향후 성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TV 하드웨어 판매 경쟁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서비스·콘텐츠·광고 등 플랫폼 기반 수익 모델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