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기 위해서는? [위기관리 컨설팅]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516

2025-08-23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가 이번 문제로 대대적으로 사과했고, 보상도 다 마무리 지었습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 기사와 루머들이 줄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희가 계속 반박하고 해명하면서 노이즈를 줄여보려 하고 있는데, 마음처럼 잘 되지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여러 기업이 그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고통스러운 시기를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위기대응을 모두 다 했는데도 불구하고, 노이즈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아서 힘드신 거죠.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회사가  사과하고 보상하고 그 외 당연히 해야 할 대응을 했으면, 부정 여론도 차차 줄어들어야 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으니 이전 대응방식이 효과 없던 것 아니냐 하는 내부 의견도 나올 것입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곧 우리가 흔히 ‘일반적’ 위기대응이라고 부르는 모든 노력을 실행에 옮기셨다면, 일단 적절한 초기 위기관리는 수행하신 것입니다. 이 과정과 실행을 건너뛰어도 될 만큼 특별한 위기관리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이죠. 그 실행 시점이 적시였다면 더욱 그 의미는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에는 기업마다 다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기업은 우리가 해야 할 모든 일을 다 했다. 그러니, 여론이 사그라들 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자는 생각을 합니다. 다른 기업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 같은데도, 여론이 호전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차이에서 이후 대응의 전략과 방식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한데 쌓아 올려진 장작에 붙어 있는 불을 우리는 ‘화톳불’이라고 합니다. 어떤 화톳불은 손가락 굵기 대여섯개 장작더미에 붙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화톳불은 사람 몸통 크기 수 십 개 장작 더미에 붙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둘 중 어떤 쪽이 더 오래 갈까요? 당연히 굵은 장작더미 화톳불이 훨씬 더 오래 갈 겁니다. 

셔터스톡

이 화톳불의 크기가 위기의 심각성이고, 불이 꺼지기 까지의 시간이 위기와 여론의 지속 기간입니다. 그렇게 보면, 자사 위기의 특성과 심각성에 따라 화톳불의 불꽃이 언제까지는 남아 있겠구나 하는 예상이 가능하게 됩니다. 위기가 심각하면 심각할수록 부정기사와 여론은 오래 갑니다.

즉,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초기 위기대응을 제대로 실행했다면, 그 이후에는 잔불을 정리하면서 가능한 화톳불이 스스로 소화되기를 인내와 맷집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미입니다. 큰 화톳불이 빨리 꺼지지 않는다고, 계속해서 부채질을 해 대거나, 불씨를 들쳐내서는 안 됩니다.

화톳불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일부 부정기사와 루머 등에 계속 반박 해명한다며, 그리고 무언가를 더 해야 하겠다며 계속 새로운 대응 실행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대응은 꺼져가는 화톳불에 새로운 장작을 계속 던져 넣는 셈입니다. 화톳불이 완전히 꺼질 리 없고, 이내 다시 활활 타오르는 상황만 반복되는 것이죠. 화톳불을 조금이라도 빨리 꺼트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장작을 더 이상 던져 넣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이 전략적 침묵이며, 인내에 기반한 위기 대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