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책' 이후 얼어붙은 분양시장…공급 위축에 집값 상승폭 커지나

수도권 분양전망지수 32.5p 하락…입주전망지수도 급락 "분양 전망 악화에 집값 상승폭 커질 수 있어"

2025-08-13     박영규 기자
아파트 견본주택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 한도로 제한하는 6·27 대책 이후 분양시장 전망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주택사업자들의 부정적 전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분양 전망 악화가 공급 감소로 이어져 집값 상승 압력이 커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8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전월(97.0) 대비 21.9포인트 하락한 75.1로 집계됐다.

주산연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산출하는 이 지수는 100을 넘으면 분양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업자가 더 많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특히 수도권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수도권 분양전망지수는 113.9에서 81.4로 32.5포인트 내렸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88.6), 경기(78.8), 인천(76.9)에서 각각 32.6포인트, 33.3포인트, 31.4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정부가 발표한 6·27 대출 규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고 수도권 주택 구입 시 주담대를 받으면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를 부과하는 등 고강도 규제를 도입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격은 1393만9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97% 상승했다. 이를 3.3㎡(1평)로 환산하면 4607만9000원이다. 국민 주택형으로 알려진 전용 면적 84㎡(34평) 기준으로는 15억원을 웃돈다.

분양가가 15억원인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대출 한도액인 6억원을 제외한 최소 9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한 셈이다.

대출 규제로 수요자들의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공급자들도 분양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산연은 "고강도 대출 규제 등을 포함한 6·27 부동산대책과 추가 대출 규제에 대한 경계 심리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비수도권도 모든 지역에서 하락 전망됐다. 8월 비수도권 분양전망지수는 93.4에서 73.7로 19.7포인트 하락했다.

입주전망지수도 대폭 줄었다. 8월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서울이 121.2에서 76.3으로 44.9포인트, 인천은 111.5에서 70.3으로 41.2포인트, 경기도는 118.7에서 81.8로 36.9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입주전망지수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정상적으로 잔금을 내고 입주할 수 있을지 예상하는 지표다. 100 이하면 입주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100 이상이면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대출 규제 여파로 분양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8월 전국 분양예정 물량은 총 2만5699가구로, 이 중 수도권이 약 68%를 차지할 예정이다. 일반분양은 1만8925가구 규모다. 수도권 분양물량은 경기 1만3245가구, 인천 2434가구, 서울 1865가구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나 대출 한도 내 수요 대응이 가능한 단지는 실수요자의 유입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고분양가이거나 자금 부담이 큰 단지는 청약 관망세가 나타날 수 있다”며 “건설사 역시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일정 조정이나 분양 전략 재검토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전체 분양 물량이 축소될 여지도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분양 전망 악화가 공급 감소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주산연 관계자는 "과거 정권들에서 강력한 수요억제 정책들이 3~6개월 단기 하락 이후 다시 반등해 왔던 전례를 봤을 때 단기적인 대출 규제뿐만 아닌 주택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급확대 효과가 지연될 경우 규제에 따른 사업자들의 부정적인 전망으로 오히려 공급이 감소해 앞으로 집값 상승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