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 호조세 올라탄 ‘에코프로’ 하반기 턴어라운드 이어갈까?
EV 캐즘 회복·ESS 수요 증가로 양극재 판매 증가 NCM에서 LFP·LMR 등으로 제품 라인업 확대 중 하반기 시장 전망은 엇갈려
지난해 대규모 적자 손실을 겪었던 에코프로가 양극재 배터리 판매 호조세로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회복세와 인도네시아 핵심 광물 투자 이익이 가시화된 결과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에코프로가 이번 성장 기조를 하반기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에코프로는 올해 1분기 1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6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영업이익 162억원을 달성해 흑자 폭을 크게 확대하면서 상반기 성장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에코프로는 적자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 한 상태였다.
2024년엔 31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사상 최대 적자라는 악재를 맞이했으며, 지난해 4분기만 해도 영업손실은 1213억원에 달했다.
적자의 주요 원인은 자회사 전기차 캐즘 현상으로 인한 양극재 자회사 에코프로비엠 수익성 약화, 비상장 자회사의 대규모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인식, 리튬과 니켈 가격 하락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했다.
에코프로 측은 “비상장 자회사들의 연말 재고자산평가 충당금 826억원을 인식한 영향으로 4분기 영업손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극재를 구성하는 물질인 수산화리튬(LH) 가격은 지난해 3분기 말 1kg당 9.8달러에서 4분기 말 9.5달러로, 니켈 가격은 같은 기간 kg당 17.3달러에서 15.1달러로 떨어지기도 했다.
EV·ESS 수요 동반 성장…인니 투자도 결실 맺었다
올해 에코프로의 턴어라운드는 글로벌 전기차(EV)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양극재 판매량이 늘어났고, 인도네시아 투자 이익 가시화 등이 주효했단 평가다.
특히 그간 재고 부담으로 침체기를 겪어 온 전기차 시장은 하반기 신차 출시 및 재고 소진 움직임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다. 이번 에코프로의 실적 그래프에서 이 같은 현상이 단적으로 드러난 셈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 세계적으로 등록된 순수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사용된 양극재 총 적재량은 110만 5600톤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도 26.0% 증가한 39만 9000톤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비중국 기업들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는 의미다.
ESS 글로벌 시장 확대도 실적으로 나타났다. 2분기 ESS용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매출액만 1분기 대비 100% 증가한 814억원으로 기록됐다.
시장 호황에 더해 인도네시아 핵심 광물 투자를 통한 핵심 원재료 조달 경쟁력 확보 및 해외 고객 다변화 등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도 있었다.
지난 2022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 모로왈리 산업단지(IMIP)에 위치한 니켈 제련소 ‘QMB’, ‘메이밍’에 각각 약 421억원, 185억원을 투자해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인니 투자 이익은 올해 상반기부터 가시화되면서 1분기 119억원, 2분기엔 4배 가까이 늘어난 446억원의 이익을 달성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목표…“하이니켈 넘은 제품군 확장”
흑자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에코프로는 제품 라인업 강화로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는 지난 7월 3분기 조회식에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등 주목받는 미래산업에 필수적인 인프라가 배터리”라며 “배터리의 활용은 앞으로 무궁무진하고 성장하는 분야인 만큼 우리가 잘하는 하이니켈 중심의 제품군뿐 아니라 미드니켈, 망간리치(LMR), 전고체 등 가성비가 좋은 제품군 확장을 통해 폭넓은 고객 니즈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배터리 시장은 상대적으로 고용량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등과 같은 삼원계 배터리와 저용량·고안전성의 리튬인산철(LFP) 양극재가 양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삼원계 양극재 시장의 적재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 46만 5800톤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LFP 시장의 적재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6% 급증한 63만 9800톤을 기록했다.
SNE리서치는 “LFP의 비중은 약 58%(무게 기준)로 절반을 넘어서며 시장 내 영향력이 한층 더 강화됐다”며 “이는 중국 내 보급형 EV 시장 확대, 높은 가격 경쟁력의 LFP 선호도 증가, 글로벌 제조사들의 채택 확대가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에코프로는 고전압미드니켈(HVM), 리튬망간리치(LMR),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개발을 마무리하고 현재 글로벌 셀 메이커, 자동차 OEM들과 수주를 협의 중에 있다.
HVM의 경우 2027년부터 양산을 계획 중이다. LMR은 기존 삼원계 양극재 라인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주 즉시 양산이 가능한 상태다. LFP는 현재 3000톤 규모의 양산 라인을 확보, 하반기엔 5000톤 규모로 생산능력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EV·ESS 확대 전망…불확실성도 존재
하반기엔 고객사 신규 공장 가동 및 유럽 전기차 시장의 보조금 재개 기대감으로 양극재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
유럽연합(EU)-영국간 무역협력협정(TCA)에 따라 2027년 이후부터 EU산 양극재 사용이 필수적인 상황이 될 전망이다. TCA에 따르면 셀 기준 역내 가치 비율을 65% 이상 확보하지 못 할 시 10%의 관세를 부과한다. 에코프로비엠은 헝가리 공장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SS부문의 경우 AI 데이터센터 및 신재생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른 국내 입찰 물량이 늘어나면서 양극재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따라 배터리 시장을 점유하고 있던 중국 시장이 위축되면서 한국 배터리 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는 빨라지고 있고, 국내도 전기차와 ESS를 대폭 확대하는 정책 기조로 전환했기 때문에 배터리 업체 공장이 국내 수요로 가동률 상승할 것”이라며 “유럽과 국내에 양극재 공장을 보유한 에코프로비엠이 중장기 턴어라운드 기조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미국 ESS 시장의 수혜도 제한적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법안인 ‘OBBBA(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 시행으로 전기차 구매 세액 공제 혜택이 10월부터 조기 종료될 예정이다.
에코프로의 고객사인 삼성SDI와 SK온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하반기 미국 전기차 수요 위축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또한 ESS 시장은 가격 경쟁력과 수명 안정성이 높은 LFP 중심으로 성장 중인데, 삼성SDI와 SK온은 LFP 양극재 공급사로 경쟁사인 엘앤에프와 협력 관계를 구축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주리원으로부터 LFP 양극재를 공급받고 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실적 바탕으로 점진적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은 긍정적이나, 미국 ESS 시장 내 국내 업체들 점유율 확대 시 수혜는 제한적”이라며 “에코프로비엠의 ESS향 NCA 양극재는 주로 삼성SDI의 울산 공장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