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알래스카서 만난다
15일 '냉전 해빙' 무대서 담판 우크라 '영토 교환' 해법 급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냉전 시대 미·소 화해의 상징적 장소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은 개전 4년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방안을 논의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영토 일부 교환'이라는 파격적인 평화 해법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회담 결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매우 고대하던 회담"이라며 "미국 대통령인 저와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회담이 다음 주 금요일인 2025년 8월 15일 위대한 알래스카주에서 열릴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역시 타스 통신 등 관영 매체를 통해 양국 정상이 알래스카에서 만날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8개월 만에 성사된 첫 미·러 정상의 대면 만남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6차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해법을 모색해왔으며 이번 알래스카 회담은 그간의 물밑 조율이 최종 단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도 2015년 뉴욕 유엔 총회 참석 이후 약 10년 만에 미국 땅을 밟는 것으로 서방과의 관계 개선 및 고립 탈피를 위한 중요한 외교적 행보다.
회담 성사의 막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트코프 특사는 지난 6일 모스크바를 전격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났고 이 자리에서 정상회담의 최종 의제와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특사와 푸틴 대통령의 만남을 "고도로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며 "큰 진전"이 있었음을 암시한 바 있다.
회담의 최대 쟁점은 단연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방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백악관에서 열린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평화 합의 서명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우크라이나 평화) 합의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회담이 평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인가'라는 다소 강한 질문에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푸틴 대통령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금 평화를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양측 모두 전쟁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영토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다. 그는 휴전의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 가능성을 묻는 말에 "매우 복잡하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일부는 되찾을 것이고, 일부는 교환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 일부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대신 다른 점령지를 우크라이나에 반환하는 '영토 스왑' 방식이 논의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측은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현재 점령 중인 동부 돈바스 지역 일부를 넘기는 대신, 남부 자포리자와 헤르손 지역의 통제권은 우크라이나에 반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불씨는 남았다. '1991년 국경선 회복'을 고수해 온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향후 우크라이나의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오랜 분쟁을 종식시킨 평화 합의를 중재하며 외교적 성과를 과시했다. 양국 정상은 감사의 표시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상을 받으려고 정치공작을 하지는 않는다"면서 "나는 상을 위해 (평화 중재를) 하는 게 아니다. 나는 정말로 인명을 구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