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워크아웃? 금융권도 '긴장'...미상환 회사채 6천억원 육박

공모채 연쇄 충격시 기관·개인투자자에도 영향 단기차입금 약 1조원...매출채권 ABS 처리방향도 '촉각'

2025-08-09     김호성 기자
한화솔루션 석유화학 계열사인 여천NCC 제2사업장 전경. 사진=여천NCC

한화그룹과 DL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여천NCC가 이달 말 운영 자금 부족에 따른 부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상환 공모 회사채가 3월말 기준 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천NCC의 1분기 말 기준 미상환 회사채 규모는 5825억원에 달한다. 이 중 공모채가 3100억원, 사모채가 2725억원이다.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총 3575억원으로, 공모채가 2100억원, 사모채가 1475억원이다. 미상환 회사채의 약 60%가 잔여만기 1년 이내다. 

석유화학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여천NCC의 회사채 발행은 올해 들어 뚝 끊어졌다. 기존 발행한 회사채를 차환발행(기존 회사채를 갚기 위해 새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분석된다.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막히면서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만기 3개월의 기업어음증권(CP)을 각각 300억원, 700억원씩 발행했다. 지난달 29일 총 1200억원(사모 / 이중 300억원은 분할 상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데 이어, 이달 25일에도 회사채(사모) 7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여천NCC의 미상환 공모 회사채 가운데 절반 이상(73-2회: 600억원, 2026년 3월 9일 만기 / 78회 1500억원, 2026년 3월 11일 만기 / 84-1회,  700억원, 2026년 10월 16일 만기)이 ▲부채비율(400% 이하), ▲담보권설정 제한(자기자본의 30% 이하), ▲자산처분 제한(5000억원 이내), ▲지배구조변경 제한(최대주주 변경 제한) 등 사채관리계약 조건이 부여돼 있다. 조건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해당 회사채 뿐 아니라 다른 채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공모채의 경우 보통 주관 증권사가 인수한 후 셀다운(재매각)한다는 점에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 등 사채권자들에 연쇄적 손실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17일 300억원, 700억원씩 총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여천 NCC의 공모 회사채의 경우 주관사단으로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이 들어갔다. 

채권은행들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2023년 말 여천NCC는 대주주 한화솔루션에 대한 매출채권(받을 돈)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2100억원어치의 매출채권을 신한은행(수탁자)에 신탁한 후 신탁수익증권을 기초자산(일종의 담보)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당시 신한금융투자가 자금 조달 주관사 역할을 맡았다. 해당 유동화증권은 조기상환권(콜옵션)이 부여돼 있다. 2023년 12월 15일 및 이후 도래하는 매 이자지급일에 콜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이외 올해 3월말 단기차입금은 총 9728억원으로 수출입은행 등 2099억원(원화), 한국산업은행 등 3225억원(외화), 하나은행 등 3953억원(Usance)이다. 장기차입금 중 1년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성장기차입금은 1100억원으로 채권자는 한국산업은행이다. 

석유화학 업계와 금융권은 여천NCC가 양대 주주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갈등으로 '부도 위기'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여천NCC가 운용 자금이 소진돼 부도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한화와 DL이 대규모 적자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두고 충돌하며, 자금 수혈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업황 불황으로 여천NCC가 보유한 세 공장 가운데 한 곳이 8일부터 가동을 멈춘 가운데 자금 위기까지 불거지며 석화 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지난 6월 공동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에 각각 1500억원씩, 총 3000억원 규모의 증자 혹은 자금 대여를 요청했다. 21일로 예정된 수백억원 규모의 운영 자금 결제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말 자체 이사회를 열고 여천NCC에 대한 자금 대여를 승인했다. 반면 DL 측은 이달 8일 "다음 주 이사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자금 대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DL이 추가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며 "DL 경영진은 회사 살리기 대신 '워크아웃'을 주장하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반면 DL 측은 "지난 3월 이미 여천NCC 요청으로 한화와 함께 각각 1000억원씩을 증자했다"며 "당시 증자를 하면 연말까지 현금 흐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추가 자금을 요청해 와 경영 상황부터 제대로 따져보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