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은 내보내고, 경쟁사는 끌어안고…‘카공족’ 딜레마

스타벅스, 데스크톱·프린터·칸막이 사용 행위 금지 투썸·할리스·메가커피는 카공족 위한 공간 확대

2025-08-09     서예림 기자
스타벅스가 6일부터 프린터·칸막이 사용을 제한했다. 사진=스타벅스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가 개인용 데스크톱·칸막이 등 과도한 이용 행태를 제재하며 ‘민폐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사람들) 퇴출’에 나섰다. 반면 일부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오히려 카공족을 적극 유치하며 공간 리뉴얼에 나서는 등 카페업계의 전략이 갈리고 있다.

민폐 카공족에 칼 빼든 스타벅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타벅스코리아는 고객이 매장 내에서 개인용 데스크톱과 프린터, 멀티탭, 칸막이 등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전국 매장에 공지했다. 아울러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고객의 경우 소지품을 챙겨달라고 안내했다. 관련 게시글은 지난 6일부터 매장에 비치되어 있으며, 이 같은 행위를 하는 고객에게는 매장 파트너(직원)가 직접 나서 안내하는 등 조치가 있을 예정이다. 이른바 ‘민폐 카공족’을 막기로 한 것이다.  

스타벅스가 공식적으로 카공족 제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스타벅스는 고객의 자유를 보장해 눈치보지 않고 장시간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카공족의 성지로 불렸다. 

그러나 일부 고객이 스타벅스 매장 콘센트에 멀티탭을 연결해 개인용 데스크톱과 프린터를 쓰는 등 개인 사무실처럼 쓰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다른 고객들의 민원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매장에 칸막이를 치고 개인용 데스크톱과 키보드를 사용한 카공족 사례가 온라인 상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6월 민폐 카공족을 목격한 경험담을 전하며 “외국인들도 의아해한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이같은 스타벅스의 제재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몇 시간씩 자리 차지하는 건 민폐다”, “소지품만 두고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사람들 때문에 자리가 항상 부족했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면 조용하니 좋은데 왜 시끄러운 카페에서 그러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등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Z세대 구직자 20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비매너라고 생각하는 카공족 유형으로 ‘자리 맡아두고 장시간 외출’이 1위(29%)를 차지했다. 이어 ‘큰 소리로 통화나 대화’(25%), ‘음료 한 잔으로 오래 있기’(17%)가 2, 3위로 꼽혔다. 이외에 개인 데스크톱이나 프린터를 연결해 개인 사무실처럼 꾸미는 등 ‘과도한 전자기기 사용’에 불편함을 느끼는 비중도 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는 고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방문 고객들에게 쾌적하고 편리한 매장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장시간 좌석을 비울 때 소지품 도난과 분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고객 안내를 진행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앞선 2023년 이디야커피도 본사 차원의 조치는 아니었지만, 일부 매장에서 ‘3시간 이상 이용 시 추가 주문 필요’라는 내용을 공지해 업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특히 공간이 크지 않은 개인 카페에서는 여전히 오랜 시간 좌석을 점유하는 카공족들에 대한 거부감이 높다. 

기회 노리는 경쟁 카페들 “카공족 환영”

1인석, 칸막이 좌석 등이 구비된 할리스커피 종로본점. 사진=할리스커피

이런 가운데 카공족을 겨냥해 아예 공간을 리뉴얼하는 카페들도 늘고 있다. 젊은층 사이에서 카페에 장시간 머물며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보는 것이 하나의 일상 문화로 자리잡은 데 따른 전략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서 언급한 진학사 캐치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70%가 ‘주 1회 이상 카페에서 공부한다’고 답했으며, 이 중 10%는 ‘주 5회 이상’ 카페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카페를 찾는 주된 이유(복수응답)로는 ‘집중이 잘 돼서’가 58%로 1위, ‘집·독서실보다 덜 답답해서’가 38%로 2위을 차지했다. 이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행위가 이미 젊은층 사이에서 하나의 일상 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이에 일부 커피 브랜드들은 이러한 현상을 하나의 카페 트렌드로 받아들이고 카공족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투썸플레이스·할리스·메가MGC커피 매장이다. 투썸플레이스의 경우 카공족이 많이 찾는 매장을 중심으로 1인 좌석을 확충했고, 일부 매장은 대화 공간과 공부 공간을 따로 분리해 고객 편의를 높였다. 소규모 회의, 스터디 등 모임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룸도 운영 중이다. 할리스도 일부 상권 매장에 개인용 스탠드와 칸막이가 설치된 1인 좌석, 분리형 좌석을 도입했다. 카페에서 식사까지 해결하는 카공족을 위한 브런치 메뉴도 확대했다. 이에 질세라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인 메가MGC커피까지 대형매장에 카공족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나섰다. 

포화 상태에 이른 커피 시장에서, 가격이나 브랜드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만큼 특정 소비층에게 특화된 환경을 제공해 재방문율과 체류 시간을 높이려는 시도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회전율보다 고객의 만족도와 체류 경험에 방점을 찍는 매장도 늘고 있다”며 “‘공부하기 좋다’는 인식이 생기면 입소문을 타고 고객 충성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론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스터디존 있는 카페 추천해달라”, “조용한 카페 찾다가 이 매장 알게 됐다”는 후기가 공유되며 ‘카공족 성지’로 불리는 매장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일부 매장은 평일 낮 시간에도 좌석이 부족할 만큼 수요가 몰리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카공족을 둘러싼 카페업계의 전략이 뚜렷하게 양분되고 있다고 해석한다. 카공족을 아예 단절할 순 없지만, ‘회전율 또는 쾌적한 환경’을 우선시하는 브랜드와 ‘체류 중심의 고객 경험 강화’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가 명확히 갈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공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만 브랜드마다 어떤 고객층을 중심에 놓느냐에 따라 매장 운영 방향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회전율, 쾌적한 환경을 중시하느냐 체류를 유도하느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