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오스탈 지분 20% 이상 투자 막은 호주, 변수 될 수 있나

미국 시장 진출 노리는 한화, 장애물 만났다는 우려 나와

2025-08-07     박상준 기자
오스탈 소유 앨라배마 조선소. 사진=오스탈 홈페이지 갈무리

한화그룹의 미국 조선 방산시장 진출 계획의 핵심인 호주 오스탈 지분 투자에 잡음이 일고 있다. 최근 호주 정부가 오스탈의 방산 자회사를 설립하고 국가 전략 기업으로 지정하면서다.

오스탈은 호주 대표 조선 방산기업으로, 지난 2023년부터 한화와 지분 투자 관련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한화의 미국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되리란 시선에 따른 투자였다.

하지만 호주 정부가 오스탈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서드파티) 지분율이 20%를 넘을 경우 해당 자회사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을 명문화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호주 정부 차원에서 한화의 오스탈 지분 참여를 꺼린다는 시그널일 수 있다는 시선이다.

“호주, 한화의 미국 시장 진출 목적 지분 투자 반대하는 것 아냐”

한화그룹은 일각의 우려에 대해 “한화의 오스탈 지분 양수를 호주 정부가 반대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호주 정부가 설립한 자회사는 호주 국내 조선소를 의미한다”며 “오스탈 역시 조선 방산업체인 만큼 호주 국내 함정 물량을 수주해야만 한다. 이번에도 호주 정부에서 오스탈에 발주를 주며 안정적 군함 생산을 위해 옵션 계약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국 물량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만들고, 해당 지분만 유사시 호주 정부가 협상을 통해 우선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든 옵션이라는 설명이다.

애초에 한화가 확보하고자 하는 오스탈 지분도 총 19.9%로 20% 미만일뿐더러, 호주 현지 군함 사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기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는 현재 보유 중인 오스탈 지분 9.9%에 더해 9.9% 추가 지분에 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오스탈 지분 19.9% 인수에 대한 승인을 신청하고, 승인 받았다. 당시 CFIUS는 “해결되지 않은 국가안보 우려가 없다”며 최대 100%까지 지분 확대를 허용했다.

한화가 오스탈의 경영권 인수를 노리며 호주 방산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이상, 미국 시장 진출 목적의 지분 투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시선이다. 현재 호주 재무부 외국투자심사위원회(FIRB)는 한화의 오스탈 지분 인수 계획 승인을 검토 중이다.

경영권 빠진 지분 인수, 미국 진출 도움 될까

여전히 우려사항도 존재한다.

한화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이 미국 군함의 실질 수주와 건조기 때문이다. 현재 한화가 보유한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는 설비 노후화와 도크 크게 문제로 군함 건조가 불가능한 상태다. 한화는 필리조선소 설비 최신화를 위해 적극 투자 중이지만,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오스탈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다. 오스탈은 미국 앨라배마에 조선소를 보유 중이다. 앨라배마 오스탈USA 조선소는 미 해군의 4대 핵심 공급업체로, 오스탈 매출의 80%가 이곳에서 발생한다. 필리조선소를 통한 건조가 어려운 한화로서는 오스탈USA를 통해 현지 직접 건조를 노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호주 정부가 직접적으로 20% 초과 지분 획득을 막으며 ‘경영권 인수까지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이상, 오스탈USA를 통한 현지 물량 건조 계획도 갈피를 잃을 가능성이 생겼다.

최대 주주로 올라서더라도 경영권 행사를 못하면 큰 실효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한화의 이름으로 미 군함을 인수하고 오스탈에 하청을 주는 방식의 간접적 건조 등의 방안만 거론된다. 한화는 최근 현지 자회사 한화필리십야드를 통해 현지 LNG운반선을 수주하고, 이를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 하청을 줘서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 회장(건국대학교 겸임교수)는 “경영권 없이 지분만 갖고 있는 것은 실효성이 크게 없다”며 “호주를 비롯한 태평양 국가들이 자국 방산업계 방어 전략으로 돌아서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가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향방을 속단할 수는 없다.

당장 미 정부의 군함 발주 역시 미국내 조선소에만 발주할지, 자국 법을 개정해서 한국에 직접 발주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화가 오스탈 경영권이 아닌 지분 투자라도 참여하는 것과,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는 것 모두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 시장 진출 의지를 드러내는’ 측면에서 확실한 의의를 가지는 이유다.

실제로 미국 정부에서도 한화의 시장 진출에 대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타결 직전 필리조선소를 찾은 것이 대표적이다. 해군의 대표자가 군함을 건조하지 못하는 조선소에 방문하는 모습이, 당장의 건조가 아닌 장기적 협력을 원함을 시사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변수는 오스탈 경영진

오히려 오스탈 경영진의 미지근한 태도가 당장 극복해야 할 장벽이다. 리처드 스펜서 오스탈 회장은 지난 3월 현지 언론에 “한화가 FIRB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을 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한화 지분율로는 이사회 진입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화는 호주 방산사업에서 이미 FIRB 승인 경험이 있다. 보병전투차량, 자주곡사포, 탄약재 보급차량 등의 계약 공급업체로서 호주 에어로스페이스 질롱 시설에 상당한 투자를 한 상태다. 더불어 CFIUS에서도 성공적으로 승인받았다.

오스탈은 과거 1차 인수 시도 당시에도 ‘전례 없는’ 입장을 고수하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견지한 바 있다. 2024년 6월부터 한화오션에게 실사로 인한 휴업 수당 500만달러(약 66억원)을 납부해야 하고, 미국이나 호주가 인수 승인에 부정적일 경우 한화에 수수료를 돌려주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3월부터 한화의 현장 실사를 예정일 하루 전날에 취소하는가 하면, 이후에도 FIRB의 승인 불투명성을 이유로 인수를 반대하기도 했다. 결국 한화는 중단을 통보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