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할라로!" 카카오게임즈가 가진 3개의 불타는 검
MMORPG 왕좌 계승·PC콘솔 영토 확장·서브컬처 팬덤 구축, 3대축으로 IP 제국 꿈꾼다
카카오게임즈가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라는 빛나는 왕관의 무게를 스스로 벗어 던지고 미래를 향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특정 장르와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탈피하고 다각화된 지식재산권(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는 오딘의 눈부신 성공이 역설적으로 가져온 ‘단일 IP 리스크’라는 숙제를 풀기 위한 정면돌파다.
실제로 오딘의 성공은 카카오게임즈에 막대한 현금 흐름을 안겨줬지만 동시에 ‘오딘 이후’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단일 게임의 라이프 사이클에 회사의 전체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한 성장에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영업손실 약 8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지속한 것에도 나름의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순간이다. 오딘이 벌어들인 막대한 자원을 바탕으로 MMORPG의 왕좌를 계승하는 동시에 PC·콘솔이라는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고 서브컬처 팬덤이라는 미래의 씨앗을 뿌리는 ‘3대축 전략’이 가동되는 배경이다.
왕좌의 계승 - 오딘을 넘어서는 MMORPG 제국
전략의 기반은 단연코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인 MMORPG다. 오딘의 신화를 탄생시킨 핵심 자회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는 후속작 ‘프로젝트 Q(가칭)’를 통해 왕좌 계승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오딘의 아류작이 아니다. 언리얼엔진 5를 기반으로 한 역대급 비주얼 퀄리티와 오딘에서 입증된 개발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볼륨을 압도적으로 확장해 확실한 차별성을 꾀한다.
기존의 핵심 캐시카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나머지 두 개의 새로운 축에 과감히 투자하기 위한 전략적 초석이다.
영토의 확장 - PC·콘솔이라는 새로운 대항해 시대
두 번째 축은 국내 모바일 시장의 포화 상태를 넘어 글로벌 프리미엄 게임 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공통된 화두이기도 하다. 자회사 엑스엘게임즈가 PC·콘솔용으로 개발 중인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은 시리즈의 세계관을 계승하면서도 장르를 액션 RPG로 전환해 깊이 있는 전투의 손맛을 선사한다.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의 ‘갓 세이브 버밍엄’은 오픈월드 좀비 생존이라는 글로벌 인기 장르를 정조준한다.
자체 개발작과 더불어 퍼블리싱을 맡은 ‘크로노 오디세이’는 카카오게임즈의 글로벌 공략 의지를 상징하는 타이틀이다. PC·콘솔 플랫폼 기반의 AAA급 대작으로 개발 중인 이 게임은 이미 스팀 위시리스트 100만을 돌파하며 글로벌 게이머들의 높은 기대를 입증했다. 이처럼 PC·콘솔 시장으로의 진출은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 게임성 자체로 승부하고 장기적인 팬덤을 구축하려는 질적 전환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팬덤의 구축 - 서브컬처와 레트로 감성으로 미래를
마지막 세 번째 축은 소수의 열광적인 팬덤이 시장을 주도하는 서브컬처와 레트로 장르를 공략해 미래의 IP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MMORPG의 명가 라이온하트 스튜디오가 모바일 수집형 육성 시뮬레이션 ‘프로젝트 C(가칭)’를 개발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카카오게임즈가 그간 퍼블리싱으로 쌓아온 서브컬처 서비스 역량을 자체 IP 개발에 본격적으로 이식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2D 도트 그래픽의 모바일 액션 RPG 가디스오더와 바람의나라: 연을 개발한 슈퍼캣과 손잡은 2.5D 도트 MMORPG ‘프로젝트 OQ(가칭)’가 가세한다.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 경쟁에서 한발 비켜서서 독창성과 감성으로 무장한 게임들을 통해 다양한 취향을 가진 이용자층을 흡수하려는 다각화 전략이다. 거대 IP와 더불어 작지만 강한 팬덤을 가진 IP들을 조화롭게 배치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게임성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의 신규 IP를 적극 발굴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며 “자체 개발력과 퍼블리싱 역량을 더욱 강화하며 메가 IP 확보와 글로벌 성공사례 창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오딘’의 성공을 발판 삼아 이제 막 야심 찬 항해의 닻을 올린 카카오게임즈가 IP 제국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