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AI 전환 ‘가속페달’…전사 혁신 본격 시동

삼성전자, DX부문 이노X 랩 신설 AI·휴머노이드 등 전사 과제 수행 LG전자, AX전환 가속화…“업무 생산성 30%↑”

2025-08-04     김효경 기자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빠르게 변화하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조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실행력 강화를 위한 별도 조직을 신설하는 한편, LG전자는 자체 AI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혁신 전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이노X 랩’ 신설…“혁신·변화 주도”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이날 핵심 전략 과제 전담 조직인 ‘이노X 랩’(InnoX Lab)을 신설하고 관련 내용을 사내에 공지했다. 이노X 랩은 혁신을 뜻하는 이노베이션과 변화를 의미하는 트랜스포메이션의 결합어로 혁신과 변화를 주도한다는 뜻이 담겼다.

이노X 랩은 AI 시대에 유연한 협업과 빠른 실행을 위한 조직 모델이다. 전사 차원의 과제 및 각 사업부의 도전적 전략 과제를 전담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날부터 운영을 시작한 이노X 랩은 ▲디지털 트윈 솔루션 적용 및 확산 ▲로지스틱스 AI 적용을 통한 물류운영 모델 혁신 ▲피지컬 AI 기술을 제조 자동화 추진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기술 개발 등의 과제를 수행한다.

7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 노태문 사장이 '삼성 갤럭시 언팩 2025' 행사 직후 국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DX부문의 사업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가전, 스마트폰, TV, 의료기기 등 핵심 제품을 담당하는 DX부문은 제품에 AI를 결합하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휴머노이드는 삼성전자가 점찍은 미래 먹거리 사업이기도 하다. 앞서 삼성전자는 로봇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하며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한 바 있다. 이노X 랩을 통해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노태문 DX부문 직무대행(사장)은 지난 4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유연하고 민첩한 실행으로 변화를 주도하자”며 “AI와 로봇, 디지털 트윈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 삼성’(One Samsung) 모토 아래 사업부간 유기적으로 협력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AX가 사업 성패 좌우, 변화와 진화 만들어야”

LG전자 조주완 CEO가 전 구성원 소통행사인 'AX 토크콘서트'에서 AI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AX 확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사진=LG전자

LG전자도 AI 혁신을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를 통해 내부 혁신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굳히겠다는 목표다.

LG는 지난달 22일 열린 ‘LG AI 토크콘서트 2025’에서 엑사원(EXAONE) 모델을 대거 공개하며 그룹 내 AX 전환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엑사원은 지난 2021년 12월 LG AI연구원이 최초로 공개한 멀티모달 AI 모델이다.

LG 그룹 차원에서는 정부가 꾸리는 AI 국가대표 팀에도 합류했다. 실제로 ‘LG 컨소시엄’의 주관사인 LG AI연구원은 국가대표 AI를 선발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고 4일 밝혔다.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과 함께 ‘K엑사원’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출시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하는 AI 전환을 가속화해 국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토크 콘서트 현장에서 “엑사원을 다양한 산업에 특화해 LG그룹 계열사로 활용하고, 또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세를 몰아 AI를 기반으로 한 B2B 중심의 사업 다각화에도 속도를 낸다. 특히 전장, 냉난방공조(HVAC),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AI 융합을 강화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생산성 향상, 품질 고도화, 고객 맞춤형 솔루션 제공 등 전방위 혁신도 꾀한다.

LG AI 토크콘서트 2025에서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LG

앞서 LG전자는 ‘완전히 디지털화된 LG전자’를 AX 비전으로 제시하고 2~3년 내 현재 업무 생산성을 30%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좀 더 고부가 업무에 집중하며, 업무 전문성과 역량 개발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를 기반으로 체질 변화를 꾀하는 가운데,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사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AI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기술력뿐만 아니라 실행력과 조직 적응력으로 확산하는 만큼 선제적으로 도입해 혁신을 이끈다는 구상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열린 구성원 소통행사 ‘AX 토크콘서트’에서 “AX의 속도가 사업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AI를 빠르게 확산하기 위해서 ‘최고확산책임자(Chief Diffusion Officer)’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가 4차 산업혁명을 리딩하는 범용 핵심기술로서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기업에는 단순한 업무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일의 본질’ 자체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AI와 함께 더 나은 방식으로 일하고 조직 전체가 그 흐름 위에서 지속적인 변화와 진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