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다른 AI 국가대표 톱5" 포부 들어보니
'AI 주권' 향한 각기 다른 청사진 제시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최종 5개 정예팀이 4일 확정되며 대한민국 AI 주권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항해가 시작됐다.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SK텔레콤, NC AI, 그리고 업스테이지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5개 컨소시엄은 약 2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내놓을 '한국형 AI' 개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번 5개사 선정은 생태계 구축(NC AI), 글로벌 플랫폼화(네이버클라우드), 초격차 기술 확보(LG AI연구원),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융합(SK텔레콤), 민첩한 시장 혁신(업스테이지)이라는 다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텔레콤 'AI 반도체' 품은 풀스택 'AI 에이전트'로 일상의 혁신
통신 강자 SK텔레콤은 AI 반도체부터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SK텔레콤 컨소시엄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AI 반도체(NPU) 설계 기업 리벨리온이 참여해, 모델 개발 단계부터 국산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고성능·고효율 AI 구현을 목표로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하드웨어 시장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동반 최적화를 통해 AI 서비스의 비용 구조를 혁신하고 장기적인 기술 독립을 이루려는 핵심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1000만 사용자를 확보한 AI 에이전트 '에이닷'의 운영 경험과 크래프톤(게임), 포티투닷(모빌리티) 등 강력한 산업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를 위해 과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겠다는 전략이다. 통신망을 통해 확보된 방대한 데이터와 고객 접점은 이들의 AI 모델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클라우드 완성형 'AI Full-Stack', 글로벌 경험으로 K-AI 수출 이끈다
국내 유일의 'AI 풀스택' 기업 네이버클라우드는 자사의 독보적인 역량과 글로벌 협력을 통해 세계 시장을 정조준한다.
자체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 개발부터 데이터센터 인프라, 클라우드 플랫폼, 실제 서비스 운영까지 전 과정을 자체 기술로 수행한 경험은 가장 큰 자산이다. 이러한 수직적 통합은 AI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사들의 공세에 맞설 수 있는 핵심 방어막이 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실리콘밸리의 영상 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와 손잡고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을 아우르는 '옴니(Omn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나선다. 이는 텍스트를 넘어 영상의 맥락까지 완벽하게 이해하는 차세대 AI로, 검색과 콘텐츠 생성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로 평가받는다. 사우디, 태국 등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한 소버린 AI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히 기술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각국의 데이터 주권 수요에 대응하는 신뢰 파트너로서 'K-AI 수출 모델'을 확립하는 것이 목표다.
LG AI연구원, 증명된 성능과 'K-EXAONE'으로 글로벌 최전선으로
LG AI연구원은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한 야심 찬 목표를 제시하며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근 공개된 '엑사원 4.0'이 글로벌 AI 성능 평가에서 최상위권에 오르며 기술력을 입증한 LG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프런티어 모델 대비 100% 이상의 성능을 내는 'K-EXAONE(케이-엑사원)'을 개발해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이다.
기술적 자신감의 표현이자 국내 AI 연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선도적 역할에 대한 책임감으로 해석된다.
여세를 몰아 LG유플러스, LG CNS, 한글과컴퓨터, 뤼튼테크놀로지스 등 그룹사와 전문기업으로 구성된 이들의 컨소시엄은 모델 개발 후 통신, SI, 오피스웨어 등 각 산업 영역에서 즉각적인 실증과 상용화를 추진할 수 있는 이상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실질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어 국가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NC AI, 14년의 뚝심과 54개 파트너
14년간 AI 한 우물을 파 온 NC AI는 기술력과 산업 생태계를 동시에 잡는 정공법을 택했다.
이들은 ETRI, KAIST 등 국내 최고 산학연 기관과 롯데, 포스코 등 40곳의 수요기업을 포함, 총 54개 기관이 참여하는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AI 개발의 고질적 문제인 '데이터 사일로(Data Silo)'를 극복하고 연구실 수준의 모델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부딪히는 간극을 원천적으로 해소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게임 캐릭터 AI와 절차적 콘텐츠 생성(PCG) 분야에서 축적한 깊이 있는 기술력은 이들의 멀티모달 생성 AI 개발에 든든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 NC AI는 스마트폰에서도 구동 가능한 고성능 경량 멀티모달 모델 'VARCO'를 앞세워 각 산업에 최적화된 운영 프레임워크인 '도메인옵스(DomainOps)' 플랫폼을 통해 제조, 유통, 로봇 등 각 산업 현장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며 실질적인 '산업 AI 전환'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14년의 연구개발(R&D)이 축적된 기술적 신뢰와 거대한 협력 네트워크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유일한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도전자 정신'으로 판 흔든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유일하게 스타트업으로 이름을 올린 업스테이지는 기술력과 비전만 있다면 거대 자본 없이도 국가대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따르기보다 자체 아키텍처와 학습 알고리즘을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하는 과감한 도전을 선택했다. 이는 기존 모델의 구조적 한계에서 벗어나 한국어와 특정 산업 도메인에 완벽하게 최적화된, 완전히 새로운 AI를 탄생시킬 가능성을 품고 있다.
래블업, 노타 AI 등 전문 기술 스타트업들과의 기민한 협력 체계, 그리고 뷰노(의료), 로앤컴퍼니(법률) 등 고부가가치 전문 분야를 정조준한 명확한 상용화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스타트업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업스테이지 측은 "글로벌에서 인정받은 기술력과 실행력으로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