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미투자펀드, 민간 금융사 참여해야...쌀·소고기 추가개방은 없어"
"통상사안 이번에 다 마무리" "車 관세 아픈 대목" "한미 FTA 반쪽짜리 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일 한미 간 통상협상 관련 현안을 두고 "쌀과 소고기 등 민감 농산물의 추가 개방은 없다"고 단언하며, 대미 3500억달러 규모 투자 역시 "미국이 정한 대상에 무조건 자금을 대는 구조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대미 투자펀드에 민간 금융사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한미 간 관세 합의와 대규모 투자 펀드 조성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양국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대신 자동차 등 상품에 15%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대미투자 3500억달러 가운데 1500억달러(약 208조원)는 '한미 조선업 협력펀드(MASGA·마스가 프로젝트 펀드)'에, 2000억달러(약 278조원)는 반도체·원전(원자력 발전)·2차전지·바이오 분야 대미 투자펀드에 투입된다.
김 실장은 "해당 펀드는 보증 한도를 설정한 것이지, 모든 자금을 무조건 투입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실제로 상업성이 없거나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이 자체 판단을 통해 보증이나 대출을 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한 것"이라며 "결국 3500억달러의 투자펀드 조성은 '보증 한도'를 3500억달러로 설정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미투자 펀드 중 대부분을 직접 지분 투자(Equity)보다 대출(Loan), 보증(Guarantee)으로 채워 한국 경제의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점을 재확인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실장은 이번 대미투자 펀드 3500억달러 가운데 조선업 협력 사업인 '마스가 프로젝트' 관련 자금 1500억달러와 관련해서 민간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와는 별개로 한국은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이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1000억달러 규모로 사들이기로 했다.
김 실장은 "'마스가 프로젝트'처럼 미국의 군함 건조 사업 등에 한국 조선사가 참여할 여지도 있어 한국 기업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펀드 자금 집행에는 국내 민간 금융사도 참여해야 하며, 민간이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사업에 투자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산물 개방 문제에 대해서는 김 실장은 "쌀과 소고기 개방은 전혀 없다. 국민이 우려할 만한 민감 품목은 이번 협상에서 논외였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검역 절차 개선 등 기술적인 협의는 있을 수 있지만, 비용을 수반하는 개방 조치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통상과 관련된 사안은 이번 협상으로 모두 마무리됐다고 봐야 한다"고 못 박았다.
다만, 김 실장은 자동차 관세가 기존 한미 FTA(0%)에서 15%로 다시 부과된 것과 관련해 "매우 아픈 대목"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일본은 기존 2.5% 관세에서 12.5%포인트를 올린 반면, 우리는 기존 0%에서 15%로 된 것인데, 최소한 12.5%로 타협됐어야 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협상에서 대규모 대미투자와 자동차 관세 인상이라는 '비용'은 불가피했지만, 농산물 추가 개방은 명확히 차단했다는 것이 김 실장의 설명이다.
한편 김 실장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위 사무처장 및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기재부 1차관 시절이던 2020년 하반기 정부와 정책금융이 7조원 규모의 모펀드를 조성하고 민간에서 13조원을 더하는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 등 '한국판 뉴딜펀드' 조성을 주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