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 도운 기업에 '반기업 입법'으로 보답하는가 [편집국에서]

경제정책의 엇박자 바로잡아야

2025-08-02     최진홍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연일 "기업이 경제의 핵심"이라며 코스피 5000 시대 개막을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행보는 대통령의 말과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 전쟁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재계의 총력 지원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놓고, 정작 국내에서는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반기업·반시장' 입법과 증세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중적 행태가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표류를 넘어, 일각에서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시계를 돌려보자. 불과 며칠 전 정부는 재계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험난했던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귀중한 성과를 거뒀다. 정부 협상팀이 미국의 투자를 유치하고 기술을 제공하는 '마스가(MASGA)' 계획으로 협상의 물꼬를 트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기업 총수들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유력 인사들을 설득하며 '원팀'으로 뛰었다. 

문제는 다음이다. 쾌거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은 바로 다음 날 법사위에서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하며 공신들의 뒤통수를 쳤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특혜는 당연히 반대한다. 그러나 나라를 위해 뛴 기업에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족쇄를 채우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조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하고 파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법안이다. 심지어 구조조정, 해외 투자 같은 본질적인 경영상 판단까지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당장 100개 안팎의 사내 하청업체를 둔 현대차,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 투자를 약속했던 자동차, 조선 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미국 공장 신설과 같은 경영 활동에 일일이 하청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할 판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은 해외 투기 자본의 경영권 공격을 용이하게 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담은 2차 상법 개정안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나아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개정까지 준비 중이라니, 기업을 사면초가로 몰아넣는 것을 넘어 사지로 내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더 놀라운 것은 여기가 끝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책의 모순은 '2025 세제개편안'에서 정점을 찍는다. 당장 정부는 '코스피 5000'을 외치면서도 시장의 돈줄을 죄는 정책들을 쏟아냈다. 연말 증시의 '매물 폭탄' 주범으로 꼽혔던 주식 양도세 대주주 10억 원 기준을 3년 만에 부활시켰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명분으로 증권거래세율을 0.15%에서 0.20%로 되돌려 모든 투자자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를 통해 내년에만 2조 원이 넘는 세금을 더 걷겠다는 계산이다.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우리는 8년 만에 법인세율을 전 구간 1%포인트씩 인상하며 기업 경쟁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통령의 '이자 장사' 비판 한마디에 특정 금융사에 대한 교육세율을 두 배로 올리는 '핀셋 증세'까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약속과는 정반대의 조치들뿐이다.

대통령은 "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하지만 여당은 친노동·반기업 입법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정부는 세금 인상으로 기업을 옥죄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10년 후 한국 제조업 퇴출"을 경고하는 위기 상황이 보이지 않는가. 정부의 정책 엇박자는 기업에 경기 부진, 관세 전쟁, 노동 리스크에 더해 '정책 리스크'라는 사중고(四重苦)를 안기고 있다. 충분한 검토나 사회적 숙의도 없이 기업의 근간을 흔드는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입법 독재나 다름없다.

대한민국이 당신들 사상의 놀이터인가. 한국경제가 장난인가.

'코스피 5000'은 구호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일관된 정책 신호와 예측 가능한 환경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대통령의 의지와 실제 정책이 정반대로 향하는 모순적 상황이 계속된다면 기업은 투자를 망설이고 자본은 시장을 떠날 것이다. 이는 한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고 글로벌 경쟁에서 영원히 낙오되는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 될 수 있다. 

국회는 일방적인 경제 입법 독주를 멈추고 기업과 산업 전문가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 기울여 숙의와 타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행정부도 더욱 냉정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상대적으로 원만하게 진행되어 자축하고 싶은 마음은 잘 알겠지만, 이제 진짜 실력을 보여줄 차례다. 아직은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기에, 우려하면서도 그저 응원하는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