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의 벽 사라진 외식 시장…‘멀티 카테고리 전략’이 대세

객단가 높이고 소비자 편의 확보하기 위한 전략

2025-07-31     서예림 기자
굽네치킨에서 판매하는 치킨과 피자. 사진=굽네치킨

햄버거 가게에서 피자를, 치킨집에서 떡볶이를, 카페에서 주먹밥을 파는 시대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전통적인 업종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원 메뉴(One Menu) 전문점’이라는 오래된 공식을 버리고, ‘멀티 카테고리 전략’을 통해 소비자 편의를 확보하고 객단가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경기 침체와 치열해진 경쟁 속 생존을 위한 필연적 변화로 풀이된다. 

피자 사업 확장하는 맘스터치

30일 업계에 따르면, 치킨·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맘스터치는 지난 2023년 ‘맘스피자’를 론칭하며 저가 피자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맘스피자는 맘스터치 매장 내 입점하는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운영되며 지난달 기준 전국 맘스피자 매장은 총 170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공격적으로 라인업을 늘리며 본격 맘스피자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신규 피자 카테고리인 ‘버터소금빵피자’를 출시하고, 첫 신메뉴로 ‘트러플 바질 알리고 피자’를 선보였다. 기존에는 ‘싸이피자’, ‘WOW미트피자’, ‘콤비네이션피자’ 등 안정적인 메뉴를 중점으로 남성 고객을 공략했다면, 이번 신메뉴는 익숙하지만 특별하고 새로운 미식 경험을 추구하는 2030여성 고객의 입맛을 겨냥했다. 다양한 고객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신규 라인인 셈이다. 

이처럼 맘스터치가 피자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는 이유는 피자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20%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버거와 비교해 평균 객단가가 높다. 숍인숍 형태로 운영되는 만큼 동일한 인력과 운영 인프라로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맘스피자 관계자는 “기존 싸이피자, WOW미트피자 등 ‘시그니처 피자’ 라인이 뛰어난 맛과 가성비 등 남성 고객 중심의 지지를 받았다면, 이번 ‘버터소금빵피자’ 라인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연상케하는 이색 토핑 식재료부터 차별화된 식감과 비주얼까지 트렌디한 여성 고객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피자에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후발주자이나 맛과 품질 등 제품력 만큼은 기존 어떤 브랜드 제품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카테고리인 ‘버터소금빵피자’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맘스피자서 출시한 버터소금빵도우 피자. 사진=맘스피자

사이드메뉴 확장, 선택 아닌 필수

이같은 변화는 맘스터치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치킨과 함께 즐길 사이드메뉴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치킨 프랜차이즈에서도 사이드메뉴 확장은 필수 전략이 됐다.

그 중에서도 사이드메뉴 확장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bhc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이 운영하는 bhc는 주력 메뉴 치킨 외에도 떡볶이, 피자 등을 판매 중이다. 최근에는 타코야끼, 어묵볶이, 볶음밥 등 그동안은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만나볼 수 없던 이색 신메뉴를 출시하며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bhc에서 사이드메뉴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0%에 달한다. 

bhc 관계자는 “사이드메뉴 매출 비중이 10% 정도로 고객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라며 “국물떡볶이, 먹태구이 등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안주류와 사이드메뉴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등 라인업 강화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굽네치킨은 치킨과 피자 두 가지 제품을 한 매장에서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8년부터 피자를 시범 판매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현재는 피자 전문점 못지않게 품질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BBQ는 떡볶이부터 맛탕, 멘보샤 등 다양한 사이드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푸다닭치킨의 경우 올해 5월 권성준 셰프와 함께 직영점인 발산점에서 홀 특화 메뉴 ‘나폴리 파스타’를 한정 출시하기도 했다.  

커피 전문점도 카테고리 다각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디야커피는 2021년 구운주먹밥 2종을 출시하며 식사 대용 간편식 제품군 강화에 돌입했다. 구운주먹밥뿐만 아니라 계절에 맞춰 붕어빵, 꿀호떡 등을 선보이는 등 신메뉴 다각화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는 커스터마이징 트렌드를 겨냥한 요거트 아이스크림 3종을 한정 판매하고 있다. 

객단가 높이고 소비자 늘린다

이처럼 프랜차이즈가 경계를 무너뜨리고 멀티 카테고리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은 경기 침체와 배달 중심 소비 확산 속에서 객단가를 높이고, 소비자 편의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재료비와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가맹점의 매출 방어는 본사 전략의 핵심 과제가 됐다. 이 가운데 숍인숍(shop-in-shop) 형태로 메뉴를 확장하면 별도의 점포 투자 없이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어 가맹점주들의 호응이 높다. 맘스터치의 피자 브랜드인 맘스피자가 170개 매장으로 빠르게 확산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배달 플랫폼의 성장으로 한 번의 주문으로 다양한 메뉴를 해결하려는 소비자층이 늘어난 도 핵심 배경이다.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메뉴 다변화는 필수가 됐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멀티 카테고리 전략이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브랜드 정체성 유지를 위해 메뉴 확장에 소극적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됐다”며 “얼마나 더 다양한 메뉴로 소비자를 공략하느냐는 향후 프랜차이즈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