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위기관리 컨설팅]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513
[한 기업의 질문]
"요즘 저희 회사로 인해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위에서는 상황 관리를 위해 계속 뭐든 해보라 하십니다. 사실 저희가 초기에 일단 공식 사과를 했고,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은 한 것 같은데요.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보라고 하시니 걱정입니다.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할 것이 남아 있다면, 그 상황은 최악의 위기는 아닌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무언가를 해서 상황이 (금세 또는 단기간에) 안정된다면, 그 또한 큰 위기는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전문가나 일반인들은 회사에게 사과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라, 진정성이 곧 해답이다,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면 성공한다 같은 조언을 합니다. 하지만, 경험상 그러한 사과, 진정성,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으로 해결될 상황이라면 진짜 위기는 아닙니다.
물론 규모나 파장이 작은 위기라도 분명 위기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말씀처럼 세상이 떠들썩 할 정도의 상황을 회사가 만들었다면, 그 경우에는 상당히 중대한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그 같은 위기에는 효과적 답이나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과나 진정성, 신속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일부 부정성을 제거하거나, 위기 지속기간을 비교적 단축시키는 경우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식적인 대응으로도 완전하게 관리되지 않는 것이 중대한 위기상황입니다.
말 그대로 중대한 위기에는 백약이 무효하게 느껴 집니다. 이런 경우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 보다는,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지속되는 부정성 강한 비판 시각을 극복하기 위해 긍정적 홍보 주제를 개발해 활발히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한 부정적 상황에서 그 중심에 있는 회사의 갑작스러운 홍보성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의미와 느낌으로 공중에게 받아들여 질지를 예상해 보아야 합니다. 실행해서 효과가 없거나, 상황을 더욱 자극할 실행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지요.
수사기관 소환을 앞두고 있는 경영진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도 예를 들어 보시죠. 그런 상황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해당 경영진이 대대적으로 인터뷰를 해 자신에게 주어진 혐의를 공개 반박하면 어떻게 될까요? 사회적으로 제품 품질과 안전에 대해 비판받게 된 소비재 회사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대대적인 제품 할인행사와 기부활동을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부정 이슈에 휩싸인 회사가 무언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 회사 홍보실이 여러 기자들을 만나 광고협찬비를 직접 제시하며 청탁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언가는 해야 하니, 우리는 뭐든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는 생각을 하는 실무그룹이 있다면?
무언가를 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먼저 제대로 할 수 있어야 중대한 위기와 적절하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을 잠시 멈추는 것도, 중대한 위기 시에는 아주 효과적인 위기관리가 될 수 있습니다. 위기 시 무엇을 실행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보다, 하지 않아야 할 것을 가려서 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실행 방식입니다. 일단 전략적 방향성을 정확하게 세운 후 꼭 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에 대한 분별을 기해 보시지요. 위기 시 뭐든 해보자는 종종 실패를 부르는 주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