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中企대출 연체율 9년 만에 최고

기업은행 0.93%…14년만에 가장 높아 美관세·경기 불확실성에 하반기 전망도 어두워

2025-07-30     김호성 기자
4대은행 본점. 왼쪽부터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본점. 출처=각사

국내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약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미국 관세 정책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 하반기 연체율이 추가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2분기 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평균은 0.5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분기(0.49%)보다 0.01%포인트, 지난해 2분기(0.39%)보다 0.11%포인트 높은 수치다.

4대 은행의 중기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0.20%에서 2023년 0.3%대, 2024년 0.4%대를 기록한 이후 올해 2분기 0.5%까지 상승했다.

우리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0.59%로, 2019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0.54%로, 2017년 1분기(0.6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0.42%, 0.46%로 전 분기 대비 하락했으나, 1분기 수치가 각각 2016년 2분기와 2017년 2분기 이후 최고치였다.

기업은행의 경우 2분기 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0.93%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0.92%)와 지난해 2분기(0.78%)보다 각각 0.01%포인트, 0.15%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2011년 3분기(0.99%)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 전체 기준으로도 5월 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5%로, 2016년 5월(0.9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 0.12%포인트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의 연체율 상승이 두드러진다. KB국민은행은 1.12%로 1분기(1.04%)보다 상승했으며, 신한은행은 0.88%(0.64%), 우리은행은 0.72%(0.57%)로 모두 증가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017년 3분기, 2019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소매업도 연체율이 상승했으며, 우리은행(0.61%→0.82%), 하나은행(0.43%→0.63%) 모두 전 분기 대비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수출업종, 도소매업, 건설업 등 경기민감 업종의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각 은행들의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건전성 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방동권 최고리스크담당자(CRO)는 2분기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상반기 모든 업권 건전성이 악화 추세를 보였다"며 "실물시장, 성장률, 국내 정세 등을 고려하면 턴어라운드(개선)를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 집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금리인하 효과 등이 어우러진다면 하반기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면서도 "관세나 가계부채 강화 조치 등을 고려하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강재신 CRO도 "연체율이 작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하반기에도 어느 정도 추세는 꺾이지 않고 올라갈 것으로 본다"며 "선제적인 위험 관리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B금융 염홍선 CRO는 "미국 압력이나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조치 여파 등 향후 건전성 관리에 부담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