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상반기 부진 딛고 하반기 ‘수주’ 날개 달까

상반기 매출 0.8%↑…영업익·순이익 대폭 하락 하반기, 가스터빈·체코 원전 등 대규모 수주 집중 두산밥캣 하반기 실적 회복 가능성도 보여

2025-07-29     장지현 기자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에 구축한 가스터빈 전용 시험장에서 정격부하 성능시험 중인 380MW급 가스터빈 전경. 사진=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력 기술인 발전용 가스터빈을 무기로 상반기 8조3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확보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대형 수주가 예정돼 시장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5일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4조5690억원, 영업이익 2711억원, 당기순이익 197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10.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5%, 1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8조3176억원, 영업이익 4136억원, 순이익 17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0.8%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8.1%, 63.3%로 크게 하락했다. 다만 대형 수주 가능성이 커지며 전반적인 분위기는 낙관적이다.

‘실적부진’ 두산밥캣…하반기 반등할까

사진=두산밥캣

두산에너빌리티는 2분기 영업이익 감소 요인으로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실적 부진 영향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 두산밥캣은 매출액이 전년 대비 1.6%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4.8% 줄어든 각각 2조2014억원, 2042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부진에는 건설 경기 불확실성과 선진 시장에서의 재고 조정, 미국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고객 구매 결정이 이연됐고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의 영업이익도 동반 하락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소형 건설기계 및 산업 장비 분야 사업 주력으로 하는 두산밥캣은 글로벌 비중이 높고 그 중에서도 전체 매출의 75%는 북미 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의 관세 이슈로 인한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하반기 두산밥캣은 관세 불확실성에 대비한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하반기 관세 이슈가 점차 완화되면서 성장 전환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 5월부터 두산밥캣은 관세에 대응해 산업차량 판가를 8% 인상, 컴팩트 제품도 철강 관세 부과 초기인 지난 2월 일부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재고조정이 하반기 관세 불확실성에 대비한 전략인 만큼 시장 수요가 감소해도 하반기 매출은 성장할 것”이라며 “관세와 금리 등 변수가 존재하나 미국도 관세 전쟁과 고금리 기조를 장기화할 수 없기에 실적 회복은 시기의 문제”라고 밝혔다.

대규모 수주 줄지어…하반기 성과 ‘기대감’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에 구축한 가스터빈 전용 시험장에서 개최된 380MW급 가스터빈 정격부하 성능시험 성공 기념식. 사진=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는 하반기 고수익 성장사업 비중 확대로 매출·영업이익 개선과 올해 연간 수주 10조7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8조3000억원 규모 수주를 달성, 상반기 말 기준 수주 잔고는 16조115억원으로 전년 대비 9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에너빌리티 부문(두산밥캣·두산퓨얼셀 제외)에선 중동과 베트남 대규모 가스 발전 프로젝트로 3조7573억원 수주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베트남 오몬(O Mon)4 가스복합발전소 건설공사 ▲사우디 가즐란2·하자르 확장 프로젝트 스팀터빈·발전기 공급 ▲사우디 PP12(Power Plant 12) 가스복합발전소 건설공사 등이 꼽힌다.

대규모 사업 수주에서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기술이 빛을 발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가스터빈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 동력기관으로 빠른 기동력과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제공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최초로 발전용 가스터빈을 국산화해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바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신규 원전사업 팀 코리아 사업추진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하반기엔 가스·수소에 더해 원자력 분야에서도 수주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6월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한 뒤 ‘팀 코리아’ 주요 협력 업체로 두산에너빌리티와 관련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체코 원전 사업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원전인 두코바니 5·6호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 용기와 증기 발생기 등 원전 주기기를 납품하게 된다. 체코 원전 사업 총 규모는 약 25조원으로 추산되며 이 중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 규모는 약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규모 수주 달성을 통해 하반기엔 점차 성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의 2분기 실적 및 전망 관련 보고서를 통해 “4분기는 체코 원전, 가스터빈 등 수주가 모두 집중되는 기간”이라며 “특히 체코 원전은 큰 규모의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아 연간 수주 목표인 10조 7000억원을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장기 실적 가시성도 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