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벗지 못한 현대차…3분기 괜찮을까

판매량 늘고 제네시스 비중 20%까지 늘었음에도 영업이익↓ 트럼프 관세 문제 해결 못하면 문제 더 길어질 가능성 높아

2025-07-24     양정민 기자

25일로 예정됐던 '2+2 협상'이 취소된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미국 관세로 인해 피눈물을 흘렸다.

현대차는 24일 역대 최대 수준의 하이브리드 판매를 기록하며 매출액 48조2867억원을 기록했지만 관세 타격으로 영업이익 3조6016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5.8% 줄었고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39.5% 떨어진 수치다. 전분기 대비해서도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은 22.1% 떨어졌다.

이승조 재경본부장은 "하이브리드 모델이 역대 최대인 17만대 글로벌 판매 비중을 달성했음에도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인센티브가 대폭 증가해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졌다"라며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부품 현지화를 추진하고 호세 무뇨스 사장을 비롯해 손익을 만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 문제 아니었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106만5836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0.8% 증가한 수치다. 1분기 도매 판매(100만 1120대)를 합치면 상반기 판매량은 206만6956대로 적지 않은 수치다.

지난 1분기 매출액 44조 4078억원, 영업이익 3조6336억원을 기록했던 현대차는 2분기 매출액이 늘었지만 되려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이 본부장은 "관세 영향이 -8280억원, 믹스 효과가 -7400억원 발생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절대적인 판매량은 오히려 늘어났다. SUV 판매량은 2분기 약 64만5000대로 1분기 약 60만5000대에서 4만대 늘었다. 승용차도 약 2분기 36만6000대 팔려 1분기(약 34만6000대)보다 2만대 더 팔렸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 사진=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분전이 빛났다. SUV는 1분기 3만4000대 팔렸으나 2분기 3만9000대 팔렸으며 승용차의 경우 1분기 1만8000대에서 2분기 2만대로 판매 비중이 사상 최초로 20%를 달성했다.

이 외에도 국내 시장에서는 팰리세이드와 아이오닉 9 신차효과로 SUV 판매가 성장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18만 8540대가 판매됐다.

아이오닉 9. 사진=현대차

해외에서는 미국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한 26만 2305대를 기록하는 등 전년 동기보다 0.7% 증가한 87만 7296대가 팔렸다.

글로벌 친환경 차 판매 대수는 유럽 지역 중심 전기차(EV) 판매 비중 확대,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에 따른 판매 견인 효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4% 증가한 26만2126대가 판매됐다. 전기차 7만8802대, 하이브리드 16만8703대가 팔렸다.

"일개 기업이 관세 어떻게 할 수 없다"… 초조한 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HMGMA 준공식에 참가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미국의 '나몰라라'식 태도였다. 풀 쿼터로 손해를 본 것이 아님에도 관세 때문에 8000억이 넘는 손해를 본 것.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향해서 "위대한 자동차 그룹 '현대'"라고 한 것이 무색할 만큼 지나치게 큰 손해를 봤다. 이날 질의응답에 응한 애널리스트들은 3분기부터 본격적인 관세 영향을 들어가면 관세 손해가 1조원이 넘을 수도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이 본부장은 "전날(23일) 발표된 일본과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나 어떠한 정책 방향성에 대해 특별한 기업이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면서도 "2분기 전체에 관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3, 4분기에 자동차 관세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짐작했다. 

앞서 일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담담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회담을 갖고 25%까지 인상될 수 있었던 상호 관세를 15%로 유지한다는 데 합의했다”며 “또 핵심 산업인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지난 4월 부과된 25% 추가 관세를 절반으로 줄여 기존 관세(2.5%)를 포함해 15%로 낮추는데 뜻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HMGMA 외부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이는 이 본부장이 지난 1분기 발언했던 바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다. 지난 1분기 컨퍼런스 콜 당시 이 본부장은 완성차는 3개월가량의 재고를 북미에서 이미 갖고 있고, 부품은 그것보다 긴 재고가 있어 일정 부분의 관세는 부품 재고 비축으로 만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25%의 관세가 강력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알루미늄 등 차량 부품 관세는 50%에 달하는 초강력 관세를 매기며 현대차도 이에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 본부장은 "부품 조달 변경 절감 등에 대해선 현재 HMMA 공장이 20년이 됐기 때문에 생산 효율화를 위해서 HMGMA로 생산 물량을 넘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3분기에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라면서도 "큰 효과가 바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HMGMA의 자동차 생산 과정. 사진=현대차그룹

가격 인상 여부도 가능성을 비쳤다. 앞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 4월 “현재 미국에서 차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본부장은 "가격 인상에 대해 시점, 여부 등을 논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가격뿐만 아니라 수익 창출 방안에 대해 기회 요인이 있을지 현재 모든 방안을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차는 연초에 발표한 2025년 예상 전망치를 일단 유지하되 오는 8월 1일에 발표될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방향성을 기반으로 전략 고도화를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책을 적극 실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거짓말하지 못한 회계 숫자

현대자동차 싼타크루즈. 사진=현대차

회계 수치가 숫자가 다소 아팠다. 1분기 말에 비해 자산부터 줄었다. 약 343조6300억원의 자산이었던 1분기에 비해 2분기 339조7030억원으로 3조8700억원이 줄었다. 자본금도 1분기 121조5650억원에서 2분기 121조5370억원으로 280억원 감소했다.

기업의 실제 현금 창출력을 뜻하는 EBITDA는 올해 1분기 약 4조9230억원에서 2분기 약 4조9310억원로 소폭 개선됐으나 지난해 2분기 약 5조5520억원에 비하면 11.2% 낮은 수치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2분기(4조2790억원)에 비하면 올해 2분기는 상당히 마음이 무거운 상황이다. 다만 매출 원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7%포인트 상승한 81.1%를 기록한 점은 위안이었다. 영업이익률은 우호적인 환율 효과 등으로 인해 7.5%를 기록했다.

현대차 측은 "신흥 시장 중심 판매 둔화가 이어지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이 하반기에 지속될 것"이라며 "최근 복합적인 대내외 경영 리스크에 대한 정교한 분석과 근본적인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혁신으로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