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으로 ‘여행업’ 점찍은 신세계…이유는?

신세계백화점, 내달 5일 ‘비아신세계’ 론칭 수익원 다각화·VIP 서비스 강화 목적

2025-07-22     서다예 기자

신세계백화점이 여행업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신세계백화점은 다음 달 5일 자체 여행 플랫폼을 통해 북극 탐사, F1 경기 관람 등 이색 상품 선보이며 고객에게 특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수익원 다각화를 위한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연 신세계백화점의 여행업 진출이 내수 부진과 고물가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유통업계와 여행업계에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이목이 쏠린다.

백화점 중 처음으로 여행업계 진출

신세계백화점이 여행 플랫폼 ‘비아신세계(VIA SHINSEGAE)’를 선보인다. 사진=신세계백화점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내달 5일 자체 여행 플랫폼 ‘비아신세계(VIA SHINSEGAE)’를 선보인다. 여행사와의 협업이 아닌 백화점이 직접 여행 상품을 기획,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배움과 철학을 얻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여정’을 콘셉트로 2개 등급과 4가지 테마(Inspiration·Explore Shinsegae·Inner Balance·Like Locals)로 나눠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등급은 ▲마스터피스 ▲오리진으로 나뉜다. 먼저 마스터피스 등급은 고객들이 경험해 본 적 없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상품이다. 구체적으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개최되는 모터스포츠 시즌 마지막 경기 관람, 탐험가 제임스 후퍼와 함께하는 북극 탐사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 작가와 첼시 플라워쇼를 관람하는 상품도 준비했다.

오리진 등급은 신세계만의 차별화된 여행을 추구한다. 정희원 전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와 함께는 떠나는 여행이 대표적이다. 정희원 박사와 함께 뉴질랜드와 그리스의 웰니스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건강의 의미를 재정립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가유산청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유산과 명승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유산을 만나는 여행도 선보인다.

해당 여행 상품들은 다음 달 5일 오픈하는 비아신세계를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신세계백화점 구매 고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토털 서비스·큐레이션 역량으로 차별성 확보

신세계백화점이 밝힌 비아신세계의 가장 큰 강점은 ‘토털서비스’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여행 전 프리뷰 아카데미를 통해 여행에 대한 사전강의를 듣거나 체험할 수 있으며 맞춤형 어메니티도 제공된다. 아울러 자택에서 공항까지 대형 고급세단을 타고 이동하고 공항 수속도 지원한다. 여행 이후에도 미식 경험, 문화 활동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가 그동안 쌓아온 큐레이션, 의전 서비스 노하우도 강점 중 하나로 꼽힌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VIP 서비스의 경우 일반 상품들과 비교해 챙겨야 할 디테일들이 더 많은 편인데, 오랜 시간 VIP 서비스를 전개해 온 신세계가 직접 여행 상품을 전개할 때 오는 시너지와 기대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VIP 고객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에도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여행 상품 구매 내역이 VIP 실적으로 인정된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구매한 금액의 최대 100%까지 실적 금액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성환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신세계백화점만의 노하우를 담은 큐레이션 역량을 여행 상품에 접목시킨 비아신세계에서 고객들이 품격 있는 여행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라며 “신세계 고객들이 경험할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 말했다.

여행업 진출 이유와 전망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사진=신세계백화점

그렇다면 신세계백화점이 여행업계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내수 부진으로 유통업이 부진한 상황에 여행업계 진출을 발판으로 ‘포스트 백화점’ 시대를 열고, 수익원을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총매출은 ▲2022년 2조4939억원 ▲2023년 11조1322억원 ▲ 2024년 11조4974억원으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이 같은 상황에 박주형 신세계대표는 지난 3월 진행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업의 경계를 넓혀 대규모 복합개발을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오랜 업력을 통해 쌓아온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리테일을 넘어 고객에게 진일보한 가치를 제안하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신세계는 지난 2023년 여행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캠페인 형태의 여행 상품이 ‘로컬이 신세계’를 진행하는 등 여행업 진출을 위한 포석을 다져왔다. 그 일환으로 지난 2월, 안동·통영을 방문해 지역의 특색 있는 식재료를 맛보고 통영국제음악제를 관람하는 등 지역 문화·예술을 체험하는 여행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프리미엄 여행 상품을 통해 백화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VIP 고객의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전체 매출 중 VIP 고객이 차지하는 비율은 45%에 달했다. 또 같은 기간 1억원 이상 구매한 VVIP 고객만 2000명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VIP 고객은 늘 새로운 것, 처음 해보는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신세계백화점이 내놓은 이색 상품에 대한 VIP들의 호응이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많은 수의 VIP를 확보한 신세계의 경우 여행 산업에 보다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신세계백화점이 전개하는 여행 상품의 경우 ‘프리미엄 상품’으로 구성된 만큼, 당장 여행업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가치이다 보니 현재로서는 일반적인 패키지여행 상품에 대한 별도의 출시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