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PV5로 '커스터마이징 모빌리티' 시대 연다

기존 패신저·카고 외 차량 컨버전 선 제시 하며 특장차 시장 개척 나서 차량 배터리 보호 성능 등도 기존 대비 대폭 강화

2025-07-23     양정민 기자, 장지현 기자

기아가 지난 4월 2025에서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첫 선을 보인 PV5의 구체적인 내장 기술과 차량 향후 활용 방안을 내놨다. 모빌리티 생태계 전반을 키우려는 다양한 각도의 실험이 벌어지는 분위기다.

기아는 22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기아 PV5 테크 데이'를 열었다. 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효율이 떨어지던 개조 특장차의 단점을 상세히 보완하고 장애인 이동 차량, 공항 콜 밴 등 고객이 요구하는대로 PBV 차량 활용도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MSV프로젝트3실 주석하 상무는 "자동차가 기존에는 대량양산이라는 체계 하에서 만들어지는 제조 산업이었다면 이제는 커스터마이징을 향한 모빌리티 니즈가 커지고 있다"며 "보이지 않는 공간을 최소화하고 성능 우수함을 유지하기 위해 PBV 생태계 구축과 모빌리티 미래 비전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 등 조립 방식의 다변화에 따라 최대 16가지 바디 사양을 확장 가능하며 향후 냉동탑차, 라이트 캠퍼, 크루 밴 등 차량 컨버전도 기아가 제작 과정부터 책임지는 새로운 상품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다.

WAV로 설계된 기아 PV5.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냉동탑차, 장애인 이동 택시로도… 자동차 허들 낮춘 PV5

기아는 기본차의 개발 일정과 연계해 PV5 컨버전 모델의 개발 프로세스를 새로 구축했다. 컨버젼 공장을 비롯해 기본차 도면 출고 이전에 컨버전 모델 상품 기획과 디자인 방향성을 설정해 컨버전 차량 설계시 선반영하겠다는 취지다.

PBV컨버전 개발팀 이시영 책임은 "고객이 원하는 공간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 패신저와 카고 모델 외에도 ▲크루밴▲ 냉장탑차 ▲냉동탑차 ▲오픈베드 ▲라이트 캠퍼 ▲프라임 등으로 변환할 수 있도록 설계 시 고려할 예정"이라며 "외부 컨버젼 협업 관계자들에게도 컨버전을 위한 기본차 데이터, 기술지원, 컨버전 가이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가 22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연 '기아 PV5 테크 데이'에서 기아 PV5 컨버전과 활용방안이 소개됐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기본차에 대한 정보가 제한돼 있고 불필요한 부품을 제거하거나 개조해야 해 저품질·고비용으로 꼽혔던 특장차 컨버전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기아의 취지다. 외부 파트너도 손쉽게 컨버전이 가능하도록 부품 탈거 최소화를 위한 컨버전 조인트 블록과 PBV 인터페이스 모듈 등도 제공한다.

제작과정에서 고객 의견도 충분히 들었다. 후면으로 탑승해야 해 타는 것부터 어려웠었던 기존의 장애인 이동차량의 불편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2-3-0 패신저 기준 트렁크 내부 수용 공간도 1330리터 수준까지 높이고 399㎜의 낮은 슬라이딩 도어 스텝과 775㎜ 슬라이딩 도어 열림량도 구현했다.

22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기아가 '기아 PV5 테크 데이'를 열었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동승석이 특별히 없는 1-2-2/1-2-3 패신저 모델의 경우 동승석에도 짐을 실을 수 있어 23kg 캐리어를 최대 3개까지 싣을 수 있다. 향후 공항 택시, 대형 라이딩 헤일링 서비스 등에도 유용히 쓰일 수 있는 스타리아, 스타렉스의 경쟁자가 나타난 셈이다.

PBV사업개발팀 김재관 책임은 "국내 라이드 헤일링 플랫폼 회사들과 진행한 파트너 인터뷰를 비롯해 국제 수요를 분석했고 (공항 콜밴 등으로) 쓰이게 된다면 중형 택시 급으로 분류되겠지만 그럼에도 공간성이 많다보니 대형 택시 급으로 긍정적인 분위기였다"며 "향후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서비스 유도 계획이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

다만 PV5의 경우 9인승 미니밴 제작 계획은 없는 상태로 이에 대해 기아 측은 다른 PBV라인업 추가 시 적극적으로 이 부분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립하는 자동차 PV5

기아가 22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연 '기아 PV5 테크 데이'에서 기아 PV5 모듈형 차체 조립 시스템이 제시됐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차량 유연성과 가능성도 기아가 제시한 PV5의 장점이다. 이빛나 책임은 "소비자들의 불편함은 사소한 디테일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이 경우 고객들이 솔루션을 스스로 찾는 경우가 많았다"며 "솔루션을 차량에 적용할 때 방해되는 요소가 없었다는 생각으로 차량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고 언급했다.

모빌리티, 물류업 종사자, 소상공인 등 국내외 고객사 121개사를 초청해 의견을 적극 수렴한 1,2차 PBV 파트너스 데이를 비롯해 장애인, 소상공인, 운송기사 등 다양한 고객의 이동을 책임지는 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실제 사용성에 최대한 집중하겠다고도 말했다.

기아가 22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연 '기아 PV5 테크 데이'에서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이 소개됐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조립형' 차량이 가능한 이유는 기아가 PBV에서 시도 중인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 덕분이다. 운전자가 탑승하는 1열은 공용부로 유지하고, PBV의 운행 목적에 대응하는 1열 후방(변동부) 주요 바디 부품만 표준화된 모듈러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루프(일반루프, 하이루프), 도어(슬라이딩 도어, 도어리스), 쿼터글라스(쿼터글라스, 글라스리스), 리어오버행(컴팩트, 롱바디), 클로저 시스템(리프트업, 양문형, 하이루프 양문형) 등으로 세분화해 바디 사양별로 바디 금형을 추가 제작하지 않고도 총 7종의 차량 라인업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기아 연구진들은 안내했다.

기아가 22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연 '기아 PV5 테크 데이'에서 가변형 리어 엔드 모듈 기술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세계 최초로 개발한 가변형 리어엔드 모듈을 적용해 차량 경쟁력을 높였고 휴지통, 구급함, 우산 홀더 등의 기아 액세서리와 서드파티 제품 등을 지원하는 '기아 애드기어' 등을 마련해 맞춤형 공간 연출도 가능토록 했다.

MSV차체설계1팀 이해훈 책임은 "사양별 변동성과 복잡성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차체 부품을 그룹화하고 모듈화한 신개념 바디 기술인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전방 변동부 제원과 디자인 차별화는 해당 부위 손상 시 간단하게 교체 가능한 사이드 리어 어라운드 가니쉬를 개발해 정비성을 높였고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고객과 생산자 모두에게 합리적인 경제적 가치도 제공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주행성능도 따졌다

22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아 PV5 테크 데이'에서 연구진들이 개발 스토리를 설명 중이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PV5가 온전히 '사람, 물건을 싣는 차'는 아니라는 것이 기아의 설명이다. 기아는 PV5에 현대차그룹 최초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기술을 적용해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패신저는 승차감, 카고는 주행 안전성에 초점을 뒀으며 높은 전고임에도 차량 내부 소음을 최대한 줄였다는 것이 기아 관계자·연구진들의 설명이다.

MSV프로젝트7팀 류재천 책임은 "PV5는 휠베이스가 2995mm임에도 5.5M에 달하는 회전 반경을 발휘하며 2차선 도로에서도 무리 없는 이동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차량의 전후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충돌 안전성을 확보한 범위 내에서 운전석을 최대한 전방으로 이동하고 PE 룸 공간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충돌 상황에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분산해 승객실로 전달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중 골격 구조 도입이 대표적이다.

기아 바디아키텍처개발팀 강승민 책임은 "PV5는 휠 센터 뒤편의 경사형 대시 패널 하부 영역에 배치해 모듈 전방에 충돌 에너지를 최대한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며 실내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제원 내에서 효과적으로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드라이브 모듈 최적화 등 충돌 에너지 흡수와 분산을 고려한 구조 설계와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PV5가 그리는 진짜 그림

PV5는 단순히 새로운 전기 상용차의 등장을 넘어선다. 자동차의 개념을 '소유'에서 '활용'으로, '이동수단(Vehicle)'에서 '플랫폼(Platform)'으로 재정의하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기아의 전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PV5의 등장은 '자동차는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아는 당장 PBV를 '목적 기반 차량(Purpose Built Vehicle)'을 넘어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Platform Beyond Vehicle)'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이는 PV5가 단순히 사람이나 화물을 실어 나르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사무실, 가게, 캠핑카 등 다양한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단순히 다재다능한 자동차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PV5를 시작으로 한 PBV 라인업(향후 PV7, PV1 등 확장 예정)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하나의 거대한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기아는 차량 관제, 충전, 유지보수 등을 통합 관리하는 데이터 기반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그림을 그린다.

기업 고객은 이 솔루션을 통해 운행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개인 사용자는 차량을 더욱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미 LG전자 등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콘텐츠와 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이동 경험을 준비하고 있다.

PBV 전용 전동화 플랫폼 'E-GMP.S'도 등장

22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아 PV5 테크 데이'에서 연구진이 E-GMP.S에 대해 설명 중이다. 사진=장지현 이코노믹리뷰 기자

현대차그룹 최초 전용 전기차 플랫폼인 E-GMP의 설계 철학을 공유하는 E-GMP.S에 대한 설명도 함께 이어졌다. E-GMP.S는 내연기관 차량의 구조적 제약에서 벗어나, 운전석 위치 개선과 저상화 풀 플랫 플로어를 구현한 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이다.

차세대 개발 체계인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를 기반으로 언더바디, 섀시, 배터리 시스템 등 공용 드라이브 모듈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확보를 위해 초 고장력 철강을 확대 적용했고 전륜 서브프레임으로 배터리 보호 구조 적용과 차체-배터리 사이 충분한 여유 공간도 확보했다. 배터리 보호를 위해 150K, 170K 핫 스탬핑과 150K 롤 포밍 등 초고장력강도 확대 적용했다.

동시에 슬라이딩 도어 적용 등을 고려해 개발한 400볼트 배터리 시스템은 NCM(71.2kWh, 51.5kWh), LFP(43.3kWh, 일본 등 해외 모델 전용) 3종의 용량으로 구성됐다.

한편 기아는 지난 2020년 E-GMP.S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고 2021년 PV5 프로젝트 착수한 뒤 올해 PV5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강 책임은 "PV5에는 고객의 사용 환경을 고려해 최적화 한 최고출력 120kW 최대토크 250Nm(25.5kgf·m)의 모터·인버터·감속기 일체형 표준 구동모터 시스템이 탑재됐다"며 "셀투팩기술이 적용된 NCM과 LFP 2종의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국내 전기차 배터리 사업자들과도 충분히 협업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