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중소기업 지원규모 60% 늘어났지만 경쟁력 순위 퇴보"

1646개 지원사업·35조원 투입에도 최하위권 머물러…'피터팬 증후군' 벗어나야

2025-07-22     양정민 기자

중소기업 지원 규모는 크게 늘었지만 경쟁력 순위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소기업 역량강화 및 성장촉진방안 제언' 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해마다 예산을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소기업 경쟁력은 오히려 하락해 세계 최하위권"이라고 22일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의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2018년 1422개에서 2023년 1646개로 15.7% 증가했고 예산은 21조9000억원에서 35조원으로 60.2% 확대됐다.

하지만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가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중소기업 경쟁력 순위는 2005년 41위에서 2025년 61위로 계속 하락해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이상창 기술보증기금 이사가 ‘2025년 중소기업 기술거래 활성화 지원사업’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기술보증기금

한국 중소기업의 영세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OECD 국가의 기업규모별 사업체수 비중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전체 사업체수의 96.7%가 종업원 50인 미만 소기업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인 이상 사업체 비중은 한국 3.3%로 독일 9.2%, 일본 7.4%보다 크게 낮았다.

제조업 내 고용에서도 대기업의 일자리 비중이 한국은 28%에 그쳐 미국 64%, 독일 62%, 스위스 42%, 일본 35%보다 낮았다. 소기업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일자리 비중은 한국이 42%로 일본 31%, 스위스 29%, 독일 19%, 미국 18%보다 높았다.

대한상의는 현재와 같은 소기업 중심의 고용 구조로는 생산성과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한계가 크다며 '피터팬 증후군'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성장을 유도해 중견기업과 대기업으로의 전환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코프로 부스. 각 계열사의 밸류체인이 전시됐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효경 기자

실제로 1990년 이후 중소기업으로 시작해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11개 그룹에 달한다. 이 중 ICT 분야가 8개(카카오, 네이버, 두나무, 넥슨, 넷마블, 크래프톤, 하이브, 빗썸), 제조업 2개(셀트리온, 에코프로), 도·소매업 1개(쿠팡)로 모두 첨단·유망산업에 속한다.

대한상의는 모든 중소기업을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생존지원 정책에서 탈피해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유망·고성장' 기업으로 분류하고 차등화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수출확대, 기술개발 및 사업화, 우수인재 확보, 자금지원 등 고성장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분야에 정책 역량과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유망·고성장' 중소기업이 다른 중소기업을 인수·합병해 더 큰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쟁력 낮은 기업 지원에 많은 예산을 쓰기보다 역량 높은 중소기업을 집중지원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도 덧붙였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우리나라 기업 성장정책은 기업이 성장하면 형평성을 이유로 지원이 단절되거나 축소되는 '성장 역차별 구조'"라며 "성장 가능성이 높거나 실제로 빠르게 성장 중인 기업에는 보상과 인센티브를 제공해 생존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