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화된 데이터, 신약 개발 활용 어렵다”...제약업계, 의료 데이터 표준화 ‘목소리’
이희봉 LG화학 전무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개인정보 비식별화·가명처리 기술 고도화해야”
국내 의료데이터가 방대하지만 신약 개발에는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약개발에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표준화해 호환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7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의료데이터 활용도 제고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이희봉 LG화학 전무(LG화학 생명과학본부 연구개발부문장)는 ‘글로벌 혁신 신약개발을 위한 국가 차원의 의료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부터 구축된 전국민 의료보험을 기반으로 방대한 양의 디지털화된 의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보건의료 빅데이터만 6조건이 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의료데이터의 신약 개발 활용도는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무는 “제약 기업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좋은 타겟을 찾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국내 병원과 접촉해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해서 중증 질환에 적용하는 방안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제약사의 입장에서 이런 과정들이 파편화돼서 일이 진행되는 부분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편화돼있는 유전체 데이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고품질 한국 의료데이터를 신약 개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접근성과 연계 강화,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 간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 ▲국가 주도형 데이터 허브 구축 ▲개인정보 비식별화 및 가명처리 기술 고도화 ▲의료 데이터 표준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먼저 이 전무는 상호운용 가능한 표준화 데이터 공유 시스템 구축해 병원·연구기관·제약회사 등 다양한 주체들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주요 병원들은 각각 의료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기관 간 데이터표준화와 공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의료기관 내 개별 연구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의료 데이터도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의료 데이터 뱅크 구축 후 심사를 거쳐 신약 개발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스템 마련해야 한다”며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의 경우 폐암, 유방암, 간암, 위암, 대장암, 5종에 대해서는 –omics 데이터를 포함한다고 알고 있다. 신약개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능하면 바이오텍이나 중소 제약기업이 확보하기 어려운 공간전사체 또는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 등을 다양한 암종에서 구축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민감한 개인 의료정보의 오용을 방지하면서도 신약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비식별화·가명처리 기술을 적용하고 관련 법규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전자의무기록(EMR), 영상 데이터, 유전체 데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의료 데이터를 국제 표준에 맞춰 표준화해 데이터 간 호환성과 분석 용이성을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여기에 이 전무는 법규와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무는 데이터 활용 관련 법규 정비와 관련해 의료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면서도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의료법을 정비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내사가 개발한 신약의 글로벌 진출·기술이전 시 임상 데이터 관련 규제의 수정이 필요하다”며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을 기술 이전할 때 임상데이터의 국외 이전을 위해서는 의료데이터를 완전히 익명화해야 한다. 그래서 데이터의 해석이 불가해져서 의료 활용도가 낮아지며, 규제로 인해 기업의 기술이전에 차질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많은 글로벌 진출과 기술 이전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국가 차원에서 개별 병원 데이터가 아닌 통합되고 표준화된 고퀄리티 의료 데이터가 모인다고 하면 좋은 약을 개발하고 상업화하는 측면에서 높은 가치가 있고, 한국 바이오산업 경쟁력의 한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