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경쟁 이상의 기싸움… 르노 vs KGM, 누가 웃을까
하반기 세닉·액티언 하이브리드 시작으로 오로라2·SE10 프로젝트 내년에도 맞붙어 중장기 프로젝트도 SUV… 정면충돌 불가피
'중견 3사'로 대표되는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의 업계 3위 싸움이 치열하다. 올 하반기 '세닉'과 '액티언 하이브리드' 경쟁이 거세진 가운데 '오로라 2' 프로젝트와 차세대 렉스턴으로 여겨지는 'SE10 프로젝트' 충돌도 격화될 전망이다.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8월 세닉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재 세닉은 국내 999대 수입이 예정돼 있다. 그리고 KGM도 액티언 하이브리드 출시를 지난 8일 출시했으며 미디어 등 시승 행사를 마친 상태다.
지난해 그랑 콜레오스와 액티언 출시 뒤 두 기업은 견제 이상의 행보를 보여왔다.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자동차 업계 전체가 눈여겨보고 있는 3위를 향한 질주 속 승리의 여신은 누구에게 미소를 지어줄까.
불 붙은 입지 싸움 … 내수·신차 판매량 범퍼 맞붙었다
경쟁 무대를 내수로 돌려보면 르노가 조금 더 앞선다. 르노코리아는 1일 올해 상반기 내수 판매량은 2만8065대로 150.3% 늘었다. 전체 누적 판매량은 4만7027대로 지난해 상반기(4만2133대)보다 11.6% 증가했다.
KGM의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6% 줄어든 1만8321대로 집계됐다. 그러나 상반기 전체 판매량이 르노코리아보다 앞선 5만3272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공공연하게 알려진 대로 KGM은 최근 수출에 공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KGM의 수출 판매량은 7.3% 증가한 3만4951대를 기록했다.
다만 외국 브랜드 측면에선 르노 그룹은 지난 1분기에만 본고장인 유럽에서 24만6036대의 신차를 판매해 지난해보다 3.8% 증가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꾸준히 사랑을 받는 차들도 있다. 르노코리아에겐 QM6과 아르카나, KGM은 티볼리와 렉스턴 스포츠가 그 대상이다.
17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QM6는 ▲2025년 상반기 2357대 ▲2024년 7828대 판매됐다. 아르카나는 ▲2025년 상반기 2220대 ▲2024년 5220대 팔렸다.
티볼리는 ▲2025년 상반기 2337대 ▲2024년 6923대 팔렸고 렉스턴 스포츠는 2025년 상반기 2968대 ▲2024년 1만2231대 판매됐었다.
QM6는 그랑 콜레오스가 정신적으로 이어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2007년부터 이어져 온 역사가 있는 차량이며 티볼리는 20대 여성들에게 중고차로 선호받는 차량으로 꼽힐 만큼 인기 있는 차량이다.
장기 프로젝트도 '치킨게임' 충돌 예정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선 각자 차를 운전하는 두 명이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게임이 유행했었다. 운전자 두 명 모두 끝까지 핸들을 꺾지 않으면 둘 다 죽고, 한 명이 핸들을 꺾는다면 둘 다 살 수 있지만 상대방 차를 피한 사람은 '겁쟁이 치킨'이 되는 '치킨게임'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하는 현재 자동차 업계를 연상시킨다.
당장 내년, 내후년 예정된 오로라 2,3 프로젝트와 SE10, KR10 프로젝트도 '치킨게임'이 연상될 정도로 정면 충돌한다.
오는 4분기 디자인 공개 및 사전 계약, 내년 공식 출고를 목표로 개발 중인 르노코리아의 오로라2 프로젝트는 르노코리아가 오로라3(2027년 이후 출시)과 함께 향후 3년 명운을 건 초대형 프로젝트다.
준대형 쿠페형 SUV에 1.2리터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인 이테크 하이브리드(E-Tech Hybrid) 시스템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며 기존 SM6, SM7 등 중·준대형 세단 수요까지 흡수할 전략 모델로 꼽히는 중이다.
SE10, KR10은 KGM이 내놓는 프로젝트 애칭으로 SE10은 렉스턴의 세대 변경, KR10은 코란도의 후속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KGM은 지난 6월 열린 KGM포워드 행사를 통해 내년까지 SE10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2027년까지 KR10 프로젝트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코란도 스포츠는 캠핑족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자동차 중 하나로 꼽힌다.
맞붙는 포지션도 SUV기 때문에 '범퍼카'급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앞서 르노코리아는 SM6를 지난 3월 단종시키며 세단보다 한 체급 더 높인 CUV급으로 계획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KGM도 체어맨 브랜드에 대한 욕심은 일단 내려놓은 상태다. KGM 곽정현 사업전략부문장은 "과거 쌍용차 시절 '체어맨'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저를 포함해서 KGM 내부에서도 체어맨 브랜드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지금 시점에선 브랜드 전략을 실용적 창의성으로 잡은 만큼 조금 더 합리적으로 고객에게 고객 선택지를 주는 자동차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이고 우리가 더 잘하는 세그먼트를 따져보자는 선택을 했다"라고 말했다.
장점, 극강으로 살려라
2000년대 초중반 두 기업은 전성시대를 보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예전 쌍용 하면 생각나던 이미지는 튼튼한 차량과 픽업 트럭으로 대표되던 강렬한 국산차 이미지였고 르노는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라는 르노삼성 이미지가 뇌리에 정말 강하게 남아 있다"며 "시절이 변했지만 과거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이들을 너무 버려두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험난한 일도 많았다. 실제로 르노코리아는 직원의 잘못이 오로라 프로젝트에 큰 흠집을 냈고, KGM은 이제 막 쌍용자동차 시절 부채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참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장점을 살려 나가는 방식으로 돌파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그럼에도 일단 두 회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황기영 KGM 대표는 지난 2022년 KG그룹 인수 이후 KGM은 작은 규모지만 2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내고 있다며 올해 목표는 매출액 30% 성장, 영업이익 1729억원 달성, 12만7000대 가량을 판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은 "르노코리아라는 이름으로의 리브랜딩은 한국시장으로의 본격적 재진출이었다"며 "지난해에는 언론과 시장의 좋은 평가 속 그랑 콜레오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은 세닉을 한국에 출시할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