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데이터, 폭염 피서지도를 바꾸다… 백화점 대신 공연장·미술관으로

단순 냉방 공간보다 K팝 콘서트 야간 골프 등 체험형 여가에 지갑 여는 소비자들

2025-07-17     최진홍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덮친 올여름 사람들의 자동차는 어디로 향했을까. 단순히 더위를 피하려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로 향하던 과거와 달리 ‘특별한 경험’을 찾아 떠나는 새로운 피서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동 데이터는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주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등장을 알리고 있다.

티맵모빌리티가 2025년 7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의 주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17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올해 가장 눈에 띄게 목적지 검색이 늘어난 곳은 문화 레저시설이었다.

대규모 K팝 콘서트가 열린 종합운동장은 새로운 피서 성지로 떠올랐다. ‘블랙핑크’ 월드투어 콘서트가 열린 ‘고양종합운동장’과 ‘NCT 드림’ 단독 콘서트 무대였던 ‘고척스카이돔’이 나란히 목적지 검색 1위 2위를 차지했다. ‘싸이 흠뻑쇼’가 진행된 ‘의정부종합운동장’도 올해 처음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뜨거운 프로야구 열기까지 더해지며 사직야구장과 잠실야구장 등 전통적 야구장도 상위권을 지켰다.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풍요로운 여름을 보내려는 문화 수요도 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아시아 최초 ‘론 뮤익’ 회고전으로 올해 처음 문화생활시설 상위권에 진입했다. 예술의전당은 ‘마르크 샤갈 특별전’으로 3년 연속 인기를 증명했고 K컬처의 상징이 된 국립중앙박물관도 3년 연속 순위에 들었다. 시원한 실내에서 수준 높은 전시를 합리적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 것이다.

골프장 역시 뜨거운 더위 속에서 주목받았다. 7월 초 2주간 골프장 검색량은 22만5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0.9%나 급증했다. 특히 인기 골프장 상위 10곳은 모두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한여름 밤 정취와 가성비를 동시에 잡은 야간 라운딩과 평일 저녁에도 이용 가능한 접근성이 수요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데이터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소비의 중심이 상품 소유에서 경험으로 이동하는 거대한 트렌드를 반영한다. 과거에는 폭염을 피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대형 유통시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시원한 공간을 넘어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과 경험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사진=회사 제공

이는 유통업계의 경쟁 상대가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백화점과 쇼핑몰은 옆 동네 경쟁 점포뿐만 아니라 K팝 콘서트가 열리는 공연장이나 특별 전시를 개최하는 미술관과도 고객의 시간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기존에는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복합 쇼핑몰 등 실내중심의 이동이 많았다면 올해는 오히려 활동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앞으로도 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 취향에 맞는 장소 탐색과 연결을 강화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티맵모빌리티는 2500만 명의 누적 가입자 기반과 국내 최대 수준의 모빌리티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리뷰 검색’ ‘어디갈까’ 등 맞춤형 장소 추천 서비스를 강화하며 길 안내를 넘어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번 데이터 분석은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안내하던 내비게이션 앱이 이제는 사람들의 여가와 소비를 제안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