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그 땐 맞고 지금 틀린' 규제 해제 호소

"새 산업 발목 잡는 옛날 규제 54건 정부 제출"

2025-07-15     양정민 기자

과거에는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부설연구소는 반드시 4면 벽체를 갖춰야 하고, 반도체 공장에는 40m마다 창을 뚫어야 한다는 식의 구시대적 규제가 대표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새로운 성장 시리즈 신산업 규제 합리화 건의서'를 통해 과거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신 산업 내 옛날 규제' 54건을 정리해 정부에 제출했다고 15일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벽에 막힌 기업 연구실' 규제다. 첨단 전략산업은 기술변화에 따라 인력 재배치가 빈번하고 아이디어 융합을 위해 업무의 벽을 허물어가고 있다. 하지만 기초연구법상 '고정벽체와 별도 출입문을 갖춘 공간'만 기업부설연구소로 인정한다. 기업부설연구소 연구인력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반드시 4면의 콘크리트 벽과 출입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공장 규제도 현실과 맞지 않다. 반도체 공장은 '수평거리 매 40m마다 소방관 진입창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은 위험물을 취급하는 가스룸과 외부오염물질 유입을 극도로 통제하는 클린룸으로 구성돼 있어 획일적인 진입창 설치가 소방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규제도 개선 대상에 올랐다. '논밭 위의 태양광'이라 불리는 영농형 태양광은 식물을 강렬한 태양광으로부터 보호하면서 전기도 만드는 1석 2조 아이디어다. 그러나 농지법상 농토 이외의 일시적 타용도 사용 허가기간이 최장 8년으로 제한돼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태양광 발전시설의 이격거리 기준도 문제다. 주거지나 도로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기준이 있지만, 과학적 근거보다는 소음·미관 등 주민 민원에 기인해 지역마다 100m에서 1000m까지 제각각이다.

반려동물 AI 인식기술도 규제에 막혀 있다. 반려견 얼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면 AI가 개체별 특징을 인식해 구별하는 기술이 개발됐지만, 현행 동물등록제는 '내장형 칩'이나 '외장형 인식표' 등 과거 물리적 식별 방식만 고수하고 있다.

공유미용실도 마찬가지다. 여러 명의 미용사가 각자 독립된 사업자로 등록해 설비를 공유하면 적은 비용으로 나만의 미용실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공중위생관리법은 1개 장소에서 둘 이상의 미용업 운영을 비위생적이라고 본다. 샌드박스를 통해 2년 이상 실험해 문제없음을 증명했지만 법령 정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한상의 측은 "글로벌 지형이 과거와 판이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한국경제는 항구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해 성장 제로의 우려에 직면했다"며 "새로운 시도나 산업에 대해 열린 규제로 다양한 성장원천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