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가 알려줘도 내가 안 가는 길”…카카오, 운전자 마음 읽는 AI 개발
‘경로 준수율’ 학습해 실제 주행가치 반영…T맵·네이버와 ‘경험의 질’ 경쟁
운전자라면 누구나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을 무시하고 익숙한 다른 길로 들어선 경험이 있다. 최단 거리나 최소 시간을 보장하는 경로지만 불법 주정차가 많거나 진출입이 복잡해 실제로는 더 불편한 경우다. 기계가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주행 경험’이 경로 선택에 개입하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해 운전자의 행동 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길안내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는 기술을 카카오내비에 적용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기술의 혁신성은 교통 분야 최고 권위의 SCI급 학술지 ‘TRC’ 7월호에 논문이 게재되며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았다.
기존 내비게이션은 도로 폭이나 차선 수 같은 물리적 정보와 실시간 속력을 기반으로 길을 안내했다. 하지만 이는 ‘지도 위의 최적 경로’일 뿐 ‘운전자가 느끼는 최적 경로’와는 차이가 있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발상을 전환했다. 운전자가 안내된 경로를 얼마나 잘 따르는지를 나타내는 ‘경로 준수율’을 핵심 데이터로 삼은 것이다.
해법은 강화학습의 한 방법론인 ‘멀티암드밴딧(MaB)’을 적용한 자체 AI 알고리즘에서 나왔다. 이 AI는 수많은 운전자의 실제 주행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 도로의 ‘통행가치’를 스스로 평가한다. 예를 들어 시스템이 추천한 A경로를 많은 운전자가 이탈해 B경로로 간다면 AI는 A경로의 통행가치를 낮추고 B경로에 가중치를 부여한다. 이 과정이 수백만 도로 구간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며 시스템은 사람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떤 길이 더 편안하고 효율적인지 스스로 학습한다.
이를 통해 동작대교 남단처럼 상습 정체로 경로 이탈이 잦은 구간이나 복잡한 골목길 환승센터 인근 혼잡 구간 등 기존 내비가 놓치던 불편 요소를 감지하고 길안내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T맵 네이버지도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에 중요한 의미를 던진다. 단순히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하는 시대를 넘어 가장 ‘신뢰할 수 있고 편안한’ 길을 제안하는 ‘경험의 질’ 경쟁으로의 전환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똑똑해지는 AI를 가진 플랫폼이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됨을 의미한다.
실제 기술의 효과는 뚜렷했다. 논문에 따르면 기술 적용 후 ‘빠른 경로’의 운전자 준수율은 64.22%에서 70.87%로 6.65%p 상승했다. ‘고속도로 우선 경로’와 ‘큰길우선 경로’의 준수율 역시 모두 향상됐다. AI가 운전자의 마음을 더 정확히 읽어낸 것이다.
논문의 제1저자인 김푸르뫼 카카오모빌리티 AI연구개발팀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비게이션이 경로 탐색시 고려하는 정보와 실제 주행 환경과의 ‘불일치’ 정도를 수치화하고 격차를 줄여 개선된 경로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목적지까지의 실제 주행시간 도로의 주행 편의성 등 다양한 경로품질 지표에서 개선된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서비스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