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SK스퀘어 지분 4000억원 블록딜… 5년 ‘혈맹’ 사실상 종언

SKT의 카카오 지분 매각 3개월 만에 맞조치… 시너지 부재 속 동맹 관계 청산 수순 주가 상승에 현금 확보 실리 챙겨… 남은 SKT 지분 향방에도 쏠리는 눈

2025-07-10     최진홍 기자

카카오가 SK스퀘어 보유 지분 전량을 최대 4300억원 규모의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다. 지난 4월 SK텔레콤이 카카오 지분을 전량 매각한 지 약 3개월 만의 일로, 뚜렷한 시너지를 내지 못했던 양사의 5년간의 '지분 동맹'이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날 장 마감 후 투자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보유 중인 SK스퀘어 주식 248만 6612주(지분율 1.8%) 전량에 대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 돌입했다. 주관은 모건스탠리가 맡았다. 주당 매각가는 이날 종가(18만 3600원) 대비 5.5%~7.5% 할인율을 적용한 16만 9800원~17만 3500원 선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지분 매각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양사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청산하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당시 카카오와 SK텔레콤은 각각 3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교환하며 통신, 커머스, 콘텐츠, 미래 ICT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양사의 협력은 캐릭터 공동 개발 외에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고, '시너지 없는 동맹'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후 2021년 SK텔레콤이 통신사업(SK텔레콤)과 반도체·ICT 투자(SK스퀘어) 부문으로 인적분할하면서 카카오는 두 회사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동맹 해체의 신호탄을 먼저 쏜 것은 SK텔레콤이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 지분 전량(2.4%)을 4133억원에 블록딜로 처분하며 5년간의 파트너십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당시 SK텔레콤은 매각 대금을 SK브로드밴드 지분 매입과 AI 분야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히며 각자의 길을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역시 이번 SK스퀘어 지분 매각을 통해 관계를 정리하고 현금을 확보하는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SK하이닉스를 필두로 SK스퀘어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지분 가치가 높아진 점도 매각을 결정한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약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던 지분 가치가 이번 매각으로 최대 4300억원에 달하는 현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한편 시장의 관심은 카카오가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 지분의 향방에 쏠린다. 카카오는 지난 4월 SK텔레콤의 지분 매각 당시 "SK텔레콤 지분은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SK스퀘어 지분 매각으로 인해 남은 지분 역시 머지않아 시장에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때 ICT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던 거대 기업 간의 동맹은 별다른 결실 없이 5년 만에 각자의 투자금 회수로 막을 내리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