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의 미래에 100억 베팅, AI가 고기 굽는 시대의 의미
비욘드허니컴, 시리즈A 브릿지 투자 유치…단순 인력 대체 넘어 ‘맛의 표준화’로 글로벌 시장 정조준
누군가는 미디엄 레어로 또 다른 누군가는 웰던으로. 손님은 밀려들고 주방은 분주하다. 잠시 한눈판 사이 고기가 타버리는 일은 외식업계의 오랜 골칫거리다. 이처럼 숙련된 요리사의 감에 의존하던 ‘균일한 맛’의 영역을 AI가 해결하는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AI 조리 로봇 기업 비욘드허니컴이 9일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기존 투자사인 LB인베스트먼트가 주도하고 KDB산업은행 BNK벤처투자 등이 새롭게 참여하며 비욘드허니컴의 누적 투자금은 총 196억원에 이르렀다.
이번 투자가 단순한 자금 확보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는 시장이 처한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외식업계는 매년 치솟는 인건비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구인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AI 조리 로봇은 이 문제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다. 사람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맛의 표준화’라는 외식업의 궁극적인 목표까지 달성할 수 있는 열쇠로 주목받는다.
비욘드허니컴의 ‘그릴엑스(GRILL X)’는 바로 그 열쇠다. 돼지고기 소고기 생선 등 원육의 상태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굽기 과정을 스스로 조절한다. 누가 조리하든 항상 동일한 고품질의 맛을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일부 소상공인 매장부터 프랜차이즈 5성급 호텔까지 이 로봇을 도입해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특히 이번 투자는 양산 체계 고도화와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 성격이 짙다. 비욘드허니컴은 확보한 자금으로 북미 시장을 겨냥한 유통 파트너십과 현지 테스트베드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삼성전자 출신 AI 로보틱스 연구원들이 창업하고 네이버 D2SF의 초기 투자를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자신감도 상당하다.
정현기 대표는 “이번 투자는 우리의 기술력과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시장에서 인정받은 중요한 이정표”라며 “AI 자동 조리 기술을 고도화하여 북미 시장부터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까지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