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효과, 文정부 때 '반년'에 그쳐…정부, 추가규제 카드 꺼내나
초강력 규제에 관망세 돌입…아파트 거래량 급감·상승세 주춤 2020년 3월 서울 아파트 하락 전환…규제 발표 6개월 후 다시 상승세 李대통령 "이번 대출 규제 맛보기에 불과"…규제지역 확대 가능성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초강력 규제를 시행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일주일 만에 60% 이상 급감하고 집값 상승폭도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대출 규제가 시행돼 집값 안정 효과를 보이다 6개월 뒤 상승세로 돌아선 바 있어 이번에도 단기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규제 발표일인 6월 27일부터 7월 3일까지 일주일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75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일주일(6월20~26일) 1890건과 비교해 60.3% 감소한 수치다.
정부가 수도권·규제지역의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규제를 시행하면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집값 상승세도 둔화됐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6월 다섯째 주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40%로 전주(0.43%) 대비 소폭 줄었다.
특히 강남구(0.84%→0.73%), 서초구(0.77%→0.65%), 송파구(0.88%→0.75%) 등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 선호지역의 상승폭이 전주 대비 축소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 시장이 조정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대출규제 효과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도 주담대 규제를 시행했으나 단기 효과에 그쳤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규제지역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낮췄다.
규제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주간 상승률은 0.2%(2019년 12월16일) 상승에서 0.1%(2019년 12월 23일)→0.08%(2019년 12월 30일)→0.07%(2020년 1월 6일)로 계속 줄었다. 2020년 3월 5주차에는 -0.02%로 하락 전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6월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9월 공개한 '가계대출 규제의 규제영향 분석에 관한 연구'에서 “주담대 규제 효과는 약 6개월 이후 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향후 집값 상승 압력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가 예고된 상황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추가경정예산으로 인한 유동성 확대 등이 맞물려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시장 과열이 지속될 경우 추가 규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며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은 많다. 공급 확대책, 수요 억제책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추가로 시행 가능성이 있는 수요 억제책으로는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강화하고, 전세대출·정책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이 꼽힌다.
또 윤석열 정부가 내년 5월 9일까지 유예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더 연장하지 않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세제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으로 관측된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부동산 시장 불안이 지속된다면 세제 카드도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금융 조치와 공급 대책, 필요시 행정 수단을 우선 동원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세금 조치는 최후의 수단으로 강구해야 된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일단 정부가 정책효과를 지켜보면서 관망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대출규제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서 "일단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하는 듯하다"며 "이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집값도 확연한 안정세로 돌아서지 않겠는가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주, 2∼3주 후면 시장 상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추가 규제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지역 확대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집값 상승이 가팔랐던 서울 마포·성동·양천구와 경기 성남시 분당구, 과천시 등이 신규 규제지역으로 묶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러 규제를 시장에 축차 투입하는 것보다는 한 번에 강력한 조치를 내놓고 그 효과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적절한 접근"이라며 "규제지역을 세분화하거나 추가 지정하는 정도로는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