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충북행, ‘문제 해결사’로 지역 혁신의 새 장을 열다

단순 투자를 넘어 지역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상생 모델, 과연 성공할까

2025-07-07     최진홍 기자

수도권에 집중됐던 스타트업 생태계의 물길이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단순한 자금 지원이나 공간 제공을 넘어 지역이 직면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로 스타트업을 초대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 충청북도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이는 중앙 정부 주도의 하향식 지원이 아닌 현장의 필요와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이 만나는 상향식 해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이 지난 3일과 4일 충청북도와 함께 진행한 ‘비즈니스 트립’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행사에는 코스포 회원사와 충북 소재 스타트업 그리고 김영환 충북도지사를 비롯한 관계자 80여 명이 참석해 단순한 교류를 넘어섰다. 행사의 핵심은 ‘실증 기반의 문제 해결’이었다.

충북도는 모빌리티 생활인구 헬스케어 문화콘텐츠 등 지역의 해묵은 과제들을 직접 제시했다. 스타트업들은 문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며 오송역과 청주시 원도심 등을 직접 탐방하는 ‘충북 로컬 트립’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책상 위 보고서가 아닌 두 발로 현장을 누비며 얻은 생생한 경험은 곧바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사진=코스포

청남대에서 열린 ‘내가 도지사라면’ 아이디어톤에서는 창업가들이 각자의 기술과 경험을 녹여낸 정책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김수민 정무부지사는 이 자리에서 제안된 아이디어 하나하나를 검토하며 정책화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는 스타트업의 창의적 발상이 사장되지 않고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협력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한상우 코스포 의장은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김 지사는 ‘코스포x충북 퓨처토크’에 직접 참여해 혁신을 선도하는 충북의 비전을 발표하며 스타트업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실질적인 성과도 나왔다. 충북에서의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피칭 대회에서는 ‘이지코리아’가 신개념 전류 센서 기술로 충북도지사 명의의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또한 ‘다자요’는 청남대의 역사적 가치를 활용한 프리미엄 체험 프로그램을 제안해 코스포 의장 명의의 우수상을 받았다. 이는 지역의 자산과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코스포의 이러한 움직임은 충북에만 머물지 않는다. 연내 세종 부산 제주 등 다른 지역 거점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협력 모델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각 지자체가 겪는 고민을 방증한다. 부산이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제주가 친환경 모빌리티와 관광 스타트업의 테스트베드가 되고자 하는 것처럼 충북 역시 바이오와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스타트업과 함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비즈니스 트립은 스타트업에게는 기술을 실증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기회를 지자체에게는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동력을 제공하는 상생의 모델이다. 스타트업이 지역의 ‘문제 해결사’로 자리매김하며 대한민국 혁신 지도를 새로 그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