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공공 클라우드, AI·정책·자본의 삼각파도 넘을까

'CSAP 개편' 빗장 열리자 글로벌 공룡 공습…국내社 '소버린 AI'로 맞불 과기·행안·국정원 '정책 엇박자'에 시장 혼란 가중…'컨트롤 타워 부재'가 최대 리스크

2025-07-04     최진홍 기자

2025년 대한민국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거대한 전환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섰다. 정부의 강력한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의지와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기술 파도가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부처 간 엇갈리는 정책과 글로벌 빅테크의 본격적인 공습이라는 파고가 동시에 몰아치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 형국이다.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디지털 주권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시험대가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갈무리

고속 성장 속 AI가 된 엔진, 그러나…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디지털 전환에 이어 AI 전환의 거대한 바람을 타고 빠르게 성장중이다. 특히 공공 부문은 23%의 견고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 디지털플랫폼정부 계획의 본격화와 CSAP 등급제 개편이 맞물린 결과다. 

미래 전망 또한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2024년 14조 6000억 원에서 2028년에는 24조 60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2024년 글로벌 CSP의 공공시장 진입 본격화, 2025년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추진, 그리고 2026년부터 신규 공공 시스템의 70% 이상을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적용하려는 정부 목표 등이 거대한 동력의 근원이다.

성장의 가장 강력한 촉매는 단연 AI다.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고성능 컴퓨팅 자원 수요가 폭증하며 클라우드는 단순 저장소를 넘어 AI의 핵심 엔진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 역시 2조 원 규모의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을 추진하는 등 시장의 핵심 수요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화려한 성장 이면의 구조적 불균형이다. 당장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가 68.7%를 차지하며 압도적 비중을 보이지만,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의 허리에 해당하는 서비스형 플랫폼(PaaS) 점유율은 6.6%에 불과해 글로벌 평균(약 20%)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의 '2030년 공공 시스템 90%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이라는 야심 찬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 심각한 구조적 취약점이다.

사진=연합뉴스

'철옹성'에서 '격전지'로
오랫동안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이라는 강력한 보호막 아래 있었다. 특히 서버의 '물리적 망분리' 요건은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들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철옹성이었다. 덕분에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등 국내 CSP들은 안정적인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이 구도는 2023년 CSAP 등급제 개편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정부가 데이터 중요도가 낮은 '하(Low)' 등급 시스템에 '논리적 망분리'를 허용하면서 글로벌 CSP들에게 시장의 빗장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클라우드,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연이어 '하' 등급 인증을 획득하며 공공 시장에 공식 진출하며 판을 흔들었다.

시장의 지각변동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국가정보원이 새로운 보안 체계인 '국가 네트워크 보안 프레임워크(MLS)'를 발표하며 시장의 흐름은 더욱 의미심장해졌다. 

CSAP는 과기정통부 주관으로 공공에 공급될 민간 클라우드의 신뢰성 검증이 목표인 반면, 국정원이 추진하는 MLS는 망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신기술 도입을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핵심 메커니즘에서도 CSAP가 시스템 중요도에 따라 '상·중·하'로 등급을 나누고 '상·중' 등급에 물리적 망분리를 요구하는 반면, MLS는 데이터 기밀성에 따라 '기밀(C)·민감(S)·공개(O)'로 분류하고 'S·O' 등급에 논리적 망분리를 허용한다. 

특히 CSAP가 국산 암호모듈(KCMVP)을 필수로 하는 것과 달리 MLS는 2026년부터 국제 표준(AES) 암호 사용을 허용할 예정이라 글로벌 기업의 진입 장벽을 더욱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시장의 향후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정책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민간 클라우드 우선' 원칙 아래 민간의 혁신 기술 도입을 강조하고 있으나 행정안전부는 정부 데이터센터 내에 민간 CSP가 입주하는 '민관협력형 클라우드(PPP)' 모델을 추진하며 사실상 구축형(On-premise) 사업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여기에 국가정보원의 MLS가 기존 제도와 충돌하며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컨트롤 타워 부재 속에서 정책이 표류하자 공공기관은 사업 추진을 주저하고 기업들은 예측 불가능성에 따른 비용만 소모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4년 약 500억원, 2025년 약 430억 원을 투입해 '정부24' 등 핵심 시스템 전환을 시작으로 2026년 이후 신규 시스템의 70% 이상, 2030년까지 기존 전체 시스템의 90%를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으나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 목표와 현실의 간극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정부 시스템과 민간 SaaS 연계 개통식. 사진=연합뉴스

'안방 사수' 토종 vs '기술·자본' 글로벌…전면전 돌입
정부 정책의 부재와 시장의 격렬한 전투가 투트랙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핵심 플레이어들은 일단 전열을 가다듬으며 예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장 국내외 CSP들은 각자의 강점을 내세워 치열한 수주 경쟁에 돌입했다.

국내 CSP들은 '안방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자체 AI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소버린 AI'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한컴·미래에셋증권 등과 협력하며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의 NHC, 아람코 디지털과 파트너십을 맺고 중동 시장으로의 확장을 가속하고 있다. 

KT클라우드는 전국 IDC 인프라와 오랜 공공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에 강점을 보이며, MS 및 팔란티어와의 기술 협력과 베트남 FPT, 태국 JTS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동남아 시장을 공략 중이다. 또 NHN클라우드는 광주 AI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살려 공공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사업에서 높은 수주율을 보이며, 행안부의 PPP 사업 등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공습은 시장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특히 절대 강자 AWS의 행보가 거침없다. 기초체력부터 탄탄하다. AWS의 국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60.2%로, MS(24%), 구글(19.9%), 네이버클라우드(20.5%)를 압도한다. 이러한 지위를 바탕으로 공공 클라우드에서도 전방위적 확장에 나서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는 MS(2024년 12월), 구글(2025년 2월)보다 늦은 올해 4월 CSAP 인증을 받았지만 가장 먼저 정부 주도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하며 파급력을 증명했다.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주관하는 'AI 연구용 컴퓨팅 지원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되어 국내 산학연에 고성능 AI 인프라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정부의 AI 연구 지원에 참여한 첫 사례로, 업계에서는 AWS가 점유율이 낮은 공공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초기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사 생태계에 종속시키는 공격적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느슨했던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긴장감을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민간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SK그룹과 함께 울산에 구축하는 100MW급 GPU 전용 '울산 AI존'은 단일 시설 기준 국내 최대 규모다. 또한 데이터 주권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LG유플러스와 손잡고 데이터를 국내에서만 처리, 운영하는 '소버린 클라우드' 사업도 추진한다. 이는 2027년까지 5년간 국내 인프라에 7조 8,5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국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MS)는 KT와의 전략적 제휴가 핵심이다. 양사가 공동 개발한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는 국내 규제를 준수하는 현지화 솔루션으로, MS의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KT의 공공 부문 신뢰도를 결합해 시장의 장벽을 넘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 역시 CSAP 인증을 기반으로 자사의 강점인 AI 및 데이터 분석 기술을 앞세워 관련 공공 프로젝트 공략에 나서고 있다. 다만 두 기업의 존재감은 파격 그 자체인 AWS와 비교할 때 아직은 '귀여운 수준'이다.

결국 시장은 CSAP '중·상' 등급의 규제 중심 시장과 '하' 등급의 신기술 기반 시장으로 나뉘어, 전자는 국내 기업이, 후자는 글로벌 기업이 강점을 보이는 양상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미래가 기술 경쟁을 넘어 정부가 얼마나 일관되고 예측 가능하며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되는 정책 환경을 조성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부처 간 엇박자를 해소할 강력한 컨트롤 타워 설립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국내 CSP에게는 글로벌 기업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 보안·규제 준수 역량과 '소버린 AI' 등 특화 서비스로 차별화하며 저개발 상태인 PaaS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글로벌 CSP 역시 가격 경쟁을 넘어 현지화와 기술 가치로 신뢰를 얻고, 규제 환경 개선에 건설적으로 참여해야 장기적인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