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대한 정의 내리기? [위기관리 컨설팅]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509
[한 기업의 질문]
"당면한 위기에 대하여 위기주체인 기업이 제대로 정의하라는(define) 의미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내부 위기관리 매뉴얼에 의해 규정된 위기유형 리스트를 찾아, 발생한 위기를 정의합니다. 그런데, 그 외에 다른 방식을 의미하는지요?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매뉴얼에 제시되어 있는 발생가능 위기 유형 리스트는 평시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평시 관리 체제에서 어떤 위기가 어떻게 발생될 수 있는지를 미리 알려주며, 그와 함께 각 위기유형에 대한 감지와 사전관리 책임 부서가 어디인지를 연결해 정리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위기에 대하여 위기관리 주체 기업이 빨리 정의 내리라는 조언은 그와는 약간 목적이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 매뉴얼의 위기유형과 정의는 사전적 관리 차원의 목적이 중심입니다. 반면, 위기발생 시 내려야 하는 해당 위기에 대한 정의는 사후 관리 차원의 목적이 더 강합니다.
고객이 자사 제품을 사용하다가 심각한 위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시죠. 위기관리 주체 기업은 이 위기를 단순하게 ‘고객불만, 품질, 안전 위기’라고 정의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블랙컨슈머 위기’로 정의하는 곳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기업에서는 ‘부정적 언론보도와 여론 관련 위기’로 정의할 수도 있겠지요. 기업이 해당 위기상황과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에 따라 그 위기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해당 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각 기업에서는 낮다, 보통이다, 높다, 매우 높다 등으로 분별할 것입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자사의 상장 직전 발생했고, 논란이 된 제품이 회사 주력 상품인 경우라면, 이번 위기의 심각성은 훨씬 높다고 판정할 것입니다. 반면 해당 소비자가 원래 악명높은 블랙컨슈머이고, 제품 이상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근거가 전혀 없다면 이번 위기를 보는 기업의 심각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종합적 상황 파악과 분석을 거쳐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올바른 정의 내리기가 가능 해 진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당면 위기에 대하여 제대로 된 정의를 제시하고 그에 대하여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 위기관리 성공 가능성은 부쩍 높아질 수 있습니다. 기업측에서 해당 위기에 대하여 정의 내렸다는 것은 문제 해결 방향과 방식을 이미 파악했다는 의미입니다.
당면한 위기에 대한 올바른 정의는 기업이 핵심 이해관계자와 같은 생각을 하며, 지속 공감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듭니다. 그 정의를 꾸준히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문제 해결을 추진하면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함께 지지를 이끌어 낼 수도 있게 됩니다.
반대로 위기를 맞은 기업이 해당 위기에 대하여 엉뚱한 정의를 내리거나, 부실하게 정의하거나, 아예 정의 내리지도 않은 채 단순 사과만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증상은 해당 기업이 마주한 위기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부는 제대로 정의하지 않으려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대로 정의하면 그에 따라 부담스러운 개선과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그 위기를 위기관리 주체가 어떻게 정의 내리는지를 살펴보면, 그 기업의 속마음이 보입니다. 위기관리 성패에 대한 예측은 물론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