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 교전통제시스템 사업 도전하는 한화…K방산 '경쟁 구도 재편'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전유물 교전통제시스템(ECS) 사업 입찰 준비 중 자율 경쟁 앞두고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제기돼
한화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 3사의 육해공 방산 밸류체인을 완성하면서 사업 범위를 점차 확장하고 있다.
국군 차세대 미사일 방공시스템에 탑재되는 교전통제시스템(ECS)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방공 ECS는 그간 LIG넥스원이 대부분 사업을 수주한 ‘텃밭’인 만큼, 한화의 이번 행보로 업계 경쟁 구도 대격변이 예고된다.
‘전문 영역’ 울타리 허무는 한화
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최근 한국형 미사일 방어시스템(KMD)에 사용될 ECS의 차기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MD는 북한 드론, 미사일 등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방어체계다. 크게 적 공격을 탐지하는 레이더, 탐지된 정보를 분석해 요격 여부를 판단하는 ECS, 타격을 담당하는 미사일과 발사대로 구성된다.
국군 대공무기는 그간 LIG넥스원이 ECS를, 한화시스템이 레이더를 담당해 왔다. 미사일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이 양분했다. 이런 구도에 한화시스템이 ECS 사업에 뛰어들면서 변화를 준 것이다.
최근 K방산 호황과 함께 국내 방산 시장은 내수 중심에서 수출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이런 흐름에 맞춰 자체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 위해 사업 분야 확장을 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가 실제로 ECS 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부분의 포트폴리오가 LIG넥스원에게 몰려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는 이번 사업을 위해 미국 노스롭그루먼과 업무협약(MOU)를 맺고 기술 개발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며 “반면 LIG넥스원은 오래 전부터 ECS를 자체 공급해 온 만큼 노하우와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를 한화시스템이 비집고 들어가려면 그만큼 기술 우위가 확보돼야 한다는 시선이다.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장(건국대학교 겸임교수) 역시 “이번 사업은 국방과학연구원 주관 사업인 만큼 분할 과제별로 업체를 선정하는데, 전통적으로 유도탄 체계종합은 LIG넥스원이 계속 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이번 사업만 놓고 보면 국방과학연구소의 평가 자체가 분할 과제별 공정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평가 결과 논란 우려는 적다”고 첨언했다.
자율 경쟁 시장, 역대 정부가 유도한 결과
한화시스템의 이번 도전으로 인해, 국내 업체 간 암묵적으로 지켜지던 주관 영역의 경계는 앞으로 모호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수출을 앞두고 ‘팀 코리아’로 하나되는 민간 협력에 나서야 하는 시기에 자칫 국내 경쟁이 과열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영역을 침범당한 LIG넥스원으로선, 가능성은 적지만 자칫 패하기라도 한다면 주력 사업 영역에서의 장기적 경쟁력을 상실할 위험도 있다. 기술 경쟁에 따른 패배라 더 뼈아플 전망이다.
한화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영역 방어를 위해 협력하는 모습도 보이곤 한다. 지난 5월 28일 부산에서 열린 ‘MADEX 2025’에서는 한화가 3사 통합 부스를 꾸리고, 맞은편에 LIG넥스원과 HD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연합부스를 꾸리는 구도가 연출됐다. 여기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까지 연합전선에 합류해 3사의 ‘다목적 무인전력 모함 개발’ MOU 체결식도 있었다.
이번 한화시스템의 ECS 진출 시도가 알려지고선 LIG넥스원도 한화시스템의 텃밭인 레이더 분야 입찰 준비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서로의 영역을 지키며 파이를 나누던 시절이 끝나가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한화의 과감한 움직임을 마냥 비판적으로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그간 역대 정부가 장려해 온 경쟁 구도가 이제야 실현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송 회장은 “정부는 지난 2009년 방위산업 전문화/계열화 제도를 전면 폐지하면서 전방위적 규제 완화를 시도했다”며 “당시 전문화/계열화 제도로 인해 기술 경쟁력 강화 노력이 미흡하고 원가 절감에 소극적이었던 만큼, 업체의 자율 경쟁을 유도해 시장을 키우겠다는 명분이었다”고 설명했다.
1983년 제정된 전문화/계열화 제도는 군수품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방산 부문별 신규업체 진입을 제한하고 기존 업체는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는 제도다. 당시는 유효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건전한 경쟁 상실로 인한 시장 질적 저하와 투자 감소 등의 문제가 대두됐다. 결국 정부에서는 해당 제도를 폐지하고 업체 간 자율 경쟁을 유도하기 시작했고, 2025년까지 이런 기조가 이어져 왔다. 오히려 현재 정부의 의도를 가장 착실히 따르고 있는 쪽이 한화인 셈이다.
송 회장은 “결국 현 상황은 역대 정부에 90%의 책임이 있다”며 “문제가 심화될 경우 과거 전문화/계열화 제도를 일부 차용하는 등 제도적 보완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의 ECS 경쟁은 최종적으로 더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한 업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가 쏘아올린 새로운 경쟁 구도가 궁극적인 K방산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