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오르고, 시간을 달리는 현대 회화” … 갤러리 508 · 뮤지엄호두 [전시 PICK]
회화란 지금 어떤 의미일까? 현대 회화의 감각과 가능성을 탐색하고 싶다면, 두 곳의 전시를 주목해볼 만하다.
배준성 작가의 개인전 ‘The Costume of Painter – On the Stage’와 대규모 기획전 ‘회화, 교차된 시대의 흔적’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회화의 현재를 증명한다.
회화를 무대에 올리다 … 서울 청담동 갤러리 508, 배준성 개인전 〈On the Stage〉
배준성의 개인전 <The Costume of Painter – On the Stage>가 7월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 508에서 열린다.
배준성은 렌티큘러 기법과 비닐필름을 활용해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회화로 주목받았다. 대표작 ‘The Costume of Painter’ 시리즈는 전통 회화의 평면성을 확장하며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렌티큘러를 벗어나 다시 붓과 캔버스로 돌아간 ‘On the Stage’ 시리즈를 선보인다.
그런데 방향이 아니라 방법을 바꾼 것이다. 작가는 캔버스를 무대(On the Stage)로 설정하고, 전통 회화의 장치를 통해 인물, 동물, 배경을 유기적으로 엮었다. 몽환적인 구도와 섬세한 색채 변화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흔들며, 관람자를 무대 앞 객석에 앉은 관객처럼 위치시킨다. 회화의 시선과 시선받는 존재 사이, 보는 이의 감정이 움직일 틈이 생긴다.
이처럼 각 작품은 독립된 화면이지만, 서사적 연속성을 띠며 연극의 장면처럼 연결된다. 회화가 모티프(motif)로써 연작이 아니라 진정한 ‘시리즈’로서 작동한다.
김화연 큐레이터는 “이 시리즈는 회화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자신만의 양식을 구축해 나가는 작업적 일관성을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해설한다.
배준성은 2000년 문화관광부 주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퐁피두센터, 루이뷔통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81일간의 회화일주 … 천안 뮤지엄호두 〈회화, 교차된 시대의 흔적〉
천안에서는 뮤지엄호두에서 대규모 회화 기획전 ‘회화, 교차된 시대의 흔적’이 7월 10일부터 9월 28일까지 개최된다. 뮤지엄호두와 아터테인, 토탈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작가 49인의 회화 91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1990년대 중견 작가들의 작품을 시작으로, 2020년대 청년 작가들의 시선까지 아우른다. 물성과 개념을 다룬 회화에서 디지털 환경과 이미지 과잉 시대를 반영한 작업까지, 서로 다른 감각의 층위가 이어진다. 도슨트 해설과 단색화 체험, 재료 실험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돼 감각의 시차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관람객은 각기 다른 회화적 시선을 따라가는 여행자가 된다. 천안이라는 지역은 수도권과 지방, 과거와 현재를 잇는 교차점으로서 이 여정의 무대가 된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