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지방 83% 집중…“정부 공급 확대 지방엔 신중해야”

한은 "과거 주택공급 확대 정책, 지방 공급과잉 초래" 이재명 정부 공급 확대 기조…"지방 수요 고려한 공급 조절 필요"

2025-06-28     박영규 기자
서울 아파트 신축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 등이 담긴 부동산 대책을 준비 중인 가운데 지방에서의 공급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은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있고 수요가 부족한 만큼 차별화된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8일 국토교통부의 주택통계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7793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지방 미분양 주택은 5만1888가구로 전체의 76.5%를 차지했다.

특히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6422가구로 전월 대비 5.2% 증가했다. 이는 2013년 8월 2만6453가구 이후 11년 8개월 만에 최대치다. 2023년 8월부터 2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방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82.9%(2만 1897가구)가 지방에 집중됐다.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1.1% 감소한 반면 지방은 6.6% 늘었다.

미분양 주택이 쌓이자 정부도 여러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 2월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 직접 매입, 기업구조조정(CR) 리츠 출시 지원 등을 마련했다.

또 정부는 지난 19일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3년간 지방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 1만가구를 환매 조건부로 매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새 정부는 부동산 정책으로 공급 확대 중심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집에 "중산층·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공급 중심의 주거정책에 집중하겠다"고 명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을 담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은 이르면 7월 말이나 8월 중에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 대책에는 용적률 확대 등을 통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하고 공공의 공급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의 주택공급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발간한 '주택시장 양극화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비수도권은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물량 누적이 주택가격에 구조적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과거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 주택가격 양극화 심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대출 규제 완화와 주택공급 확대 정책으로 분양 물량이 크게 증가했고, 주택보급률이 높아진 비수도권은 기조적인 수요 감소와 맞물리면서 주택공급 과잉을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2021~2022년에도 비수도권 분양 물량이 크게 증가한 결과 최근까지도 이들 지역의 주택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한은은 "비수도권 주택건설을 통해 건설투자를 견인하는 부양책에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수도권은 가계부채 누증, 비수도권은 주택경기 부진으로 신용위험이 증대되고 있는 점은 지역별로 차별화된 거시건전성 관리가 요구됨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미분양이 지방을 중심으로 쌓인 만큼 지방은 수요를 고려한 공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미분양이 일시적으로 많이 쌓인 지역은 인허가권자인 지자체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신규 물량에 대한 시기 조정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