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아닌 ‘배민’에 힘싣는 프랜차이즈…파격 동맹 이유는
교촌치킨, 배민과 ‘배민 온리’ 협약 체결 BBQ, 배민 한그릇 카테고리에 입점 수수료 절감 등 계산된 선택과 집중 전략
프랜차이즈 업계가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에 전략적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점주 자율을 보장하면서도 배민 단독 입점 시 수수료 혜택을 주는 ‘배민온리(배민 Only)’ 협약을 맺는가 하면, 1인분 식사 메뉴 특화 카테고리인 ‘한그릇’에 입점하는 브랜드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그러나 단순히 배민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브랜드 노출 극대화와 운영 효율을 따진 선택과 집중 전략이 더 실익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랜차이즈와 배민의 동맹 시작
27일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배민 온리(배민 Only·오직 배민)’ 협약을 맺는다. 쿠팡이츠에서 입점을 철회하고 배민에만 입점할 시 우아한형제들 측에서 중개수수료 인하 등의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배민에 입점한 점주는 매출에 따라 2~7.8%의 중개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협약에 따른 구체적 수수료 인하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파격적인 수준으로 알려졌다.
배민 단독 입점이 강제 사항은 아니며 점주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율적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 중개수수료 인하 혜택은 쿠팡이츠 입점 철회를 선택한 점주에 한해 제공된다.
이처럼 배달앱이 특정 프랜차이즈와 수수료 인하 협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배민에게 관련 제안을 받은 뒤 점주들과 협의를 진행했고, 배달앱 수수료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수 동의가 있어 진행하게 됐다”며 “점주 선택에 따라 우대 수수료 혜택 없이 쿠팡이츠에 입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배민 ‘한그릇’에 입점하는 프랜차이즈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한그릇 카테고리는 배민이 지난 4월 말 시범운영을 시작한 1인분 특화 서비스다. 기존 음식배달과는 달리 최소주문금액이 없어 고객은 더 편하게 주문할 수 있고, 무료 배달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현재 한그릇에는 교촌치킨을 비롯해 KFC, 굽네치킨, 쉐이크쉑, 홍콩반점 등이 입점해 있다.
여기에 더해 제너시스BBQ그룹의 BBQ도 이날부터 배민 한그릇에 입점하기로 했다. ‘황금올리브 반마리 세트’와 ‘미니 콤보 세트’ 등을 한그릇 카테고리를 통해 1인 세트 메뉴로 선보인다. 20% 할인된 금액으로 서울 지역에서 최소주문금액 없이 주문 가능하다.
프랜차이즈, 배민에 힘싣는 이유는
업계에서는 이같은 배민의 행보가 쿠팡이츠의 급성장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고 보고있다. 실제 쿠팡이츠는 지난해 3월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을 상대로 무료 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빠르게 점유율을 넓혀 나가고 있다. 모바일앱 분석업체 와이즈앱 조사 결과,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지난 4월 728만명에서 5월 1144만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배민의 MAU는 2244만명에서 2174만명으로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프랜차이즈와 협력으로 입점 혜택과 소비자 경험을 강화한다면 배민 입장에서는 쿠팡이츠를 따돌리고 업계 1위 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도 배민과 협력을 통해 얻는 이익이 크다. 거대한 영향력과 소비자 접근성을 지닌 업계 1위 배민이 협력을 제안해온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평가다. 여전히 배민과 쿠팡이츠의 MAU 격차도 약 1000만명 정도로 상당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배민은 쿠팡이츠를 따돌리고, 프랜차이즈는 중개수수료 절감·노출 극대화 등으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프랜차이즈 업계는 당장은 힘을 실어주더라도 완전히 배민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쿠팡이츠와 요기요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플랫폼이라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배민이 배달앱 시장을 과도하게 독점해 협상력을 키울 경우, 수수료 인상이나 정책 변경 시 프랜차이즈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장기적인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 쪽으로 무게를 두는건 지지를 한다기 보다 계산된 선택으로 보인다”라며 “배민 협상력이 너무 세지면 본사나 점주들이 나중에 오히려 불리해질 수도 있어 장기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협상력이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소상공인은 불리한 싸움을 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른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야 협상력이 있지만 소상공인은 플랫폼 수수료나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결국 특정 플랫폼 쏠림이 심화되면 작은 매장들은 불리한 싸움을 해야 하고, 관련 항의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