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조 풀어 건설경기 살린다 ② 건설업계 "2.7조 추경 편성 환영…내년 SOC 예산 확대 필요"

건설경기 활성화에 2조7000억원…SOC 조기 착공에 1조4000억 투입 “내년 SOC 예산 30조원 이상 필요” 유동성 위기 극복·건설경기 회복 기대 “건설경기 회복·반전 효과 제한적” 전망도

2025-06-25     박영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침체된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2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성 지원과 사회간접자본(SOC) 조기 투자를 통해 일감을 공급하는 대책이 포함됐다. 업계는 이번 추경예산안을 환영하면서도 건설경기 침체가 심각한 만큼 내년도 SOC 예산 확대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6월 1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따르면 정부는 건설경기 활성화에 2조7000억원을 편성했다.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일감을 늘려 건설경기를 활성화겠다는 조치다.

건설경기 활성화에 2.7조 투입…SOC 조기투자 1.4조

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환매조건부로 매입한 뒤 준공 후 사업 주체에게 되파는 '미분양 안심환매' 사업에 주택기금 3000억원을 배정했다. 매입 대상은 공정률이 50% 이상이고 HUG의 분양보증에 가입한 지방 아파트다.

미분양된 가구를 HUG가 준공 전 단계에서 분양가격의 50%에 매입해 건설사에 유동성을 제공하면 건설사는 이를 통해 PF 대출을 상환하거나 건설비용을 충당해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이는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지원하되, 건설사들이 할인분양 등을 통해 스스로 미분양 물량을 해결하는 업계 자구 노력도 촉진한다는 취지다.

PF 사업 초기 브릿지론 단계에서는 토지 매입을 지원하는 1조원 규모 'PF 선진화 마중물 개발앵커리츠'를 도입하기로 하고 국비 3000억원을 출자한다.

사업의 경제적 파급력, 공공성,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수한 개발 사업장을 선별한 뒤 토지 매입비용의 최고 50%까지 지원하고 인허가 이후 본 PF 대출이 이뤄지면 회수하는 방식이다.

착공 후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 건설사를 위해 주택기금 2000억원을 들여 PF 특별보증도 신설한다. 중소 건설사들은 신용도 등 문제로 PF 자금 대출을 제2금융권에 의존하는데, 최근 금융권의 리스크 회피 기조 탓에 본 PF 대출을 받을 때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지원하고자 마련한 사업이다.

아울러 정부는 사회기반시설(SOC) 투자를 통한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1조4000억원을 추가 배정하고, 올해 중 집행 가능한 항목을 최대한 발굴해 조기 착공과 준공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평택-오송 2복선화, 호남고속철도 등 진행 중인 국가 기간망 공사에 7124억원, 노후 일반철도 구조물 개선 등 SOC 안전 투자에 1629억원, 국가 하천 정비와 농촌 수리 시설·배수관로 개보수 등에 3485억원이 투입된다.

또 국립대와 병영시설 개보수 등 소규모 공사 발주도 확대해 지역 건설경기를 활성화한다. 총 4607억원이 배정됐으며, 공공청사의 조기 준공을 지원하는 사업 등에 사용한다.

건설경기 활성화 추가경정예산안. 사진=기획재정부

"숨통 틔어주는 대책…내년 SOC 예산 30조원 이상 필요"

업계에서는 이번 추경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한주택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6월 23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추경 예산안에 대해 "건설·부동산 시장의 숨통을 틔워주는 대책"이라고 밝혔다.

특히 PF단계별로 8000억원의 재정 지원을 통해 5조4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 미분양 매입에 대해선 “지방 미분양 해소와 함께 미분양에 따른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PF 초기 브릿지론 단계에서 공공 선투자를 통해 마중물 역할을 하는 앵커리츠를 조성함으로써 10%를 훨씬 넘는 고금리의 브릿지론 이자를 줄일 수 있게 돼 건설사 유동성 지원은 물론 원활한 본PF 전환과 분양가 인하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업계는 "대책 발표에 따른 기대감이 실제 시장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추경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속도감 있는 정책 시행을 촉구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전체 건설시장에 비해서 매우 큰 규모는 아니지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SOC 사업이 침체돼 있는 상황인데 더 많은 지원을 하면 좋겠지만 선제적으로 이번 지원으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건설경기 침체가 심각한 만큼 향후 적극적인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그간 경제 재도약과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올해 SOC 추경으로 3조원 이상, 내년에는 30조원 이상을 편성해야 한다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

협회는 "최근 건설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이후 연속 마이너스 5% 이상 하락했고 국내 GDP 성장률 또한, 4분기 연속 0.1% 이하로 IMF(3분기 연속)보다 심각한 상태“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정부도 건설업 불황을 심각한 국내 경기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승구 대한건설협회장은 "우리 경제가 저성장 위기에서 벗어나 성장 동력 확보, 민생경기 회복,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2026년 SOC 예산도 30조원 이상 확대 편성이 필요하다"며 “건설업계도 성실 시공을 통해 안전과 품질을 확보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SOC 예산은 2022년 28조원에서 2023년 25조원으로 10% 넘게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26조4000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올해 다시 25조4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정부는 지난 5월 1차 추경에서 국토부에 1조1352억원을 배정했다. 이 중 70% 이상인 8122억원을 건설경기 진작을 위한 SOC와 임대주택 공급에 투입했다.

"경기 반전까지는 어려워"

한편 공공의 과도한 시장 개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경우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선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이번 추경안 규모는 적절한 수준으로 평가된다는 분석이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 추경에서 건설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로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수준"이라며 "공공의 인위적인 개입이 과도할수록 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납득 가능하지만 이번 조치로 건설경기의 회복과 반전까지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보증, 정부출자리츠는 지원규모를 감안하면 모든 사업장을 커버하기보다는 우량사업장에 집중될 여지가 크다"며 "환매까지 이뤄지는 사업장은 일단 분양 단계까지만 가면 팔릴 만한 사업장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우량사업장에 지원을 집중한다는 정책방향"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