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글로벌 IPO 시장: 홍콩, 글로벌 IPO 냉각기에도 홀로 질주…6년 만에 1위 탈환 전망
중국 기업의 A+H 이중 상장이 IPO 시장 지형 바꿔
2025년 상반기, 세계 주요 IPO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홍콩만은 예외적인 반등세를 보였다. 글로벌 회계법인 EY는 최근 보고서에서 홍콩이 올해 상반기 글로벌 IPO 시장에서 공모금액 기준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등의 중심에는 중국 본토 상장 기업들이 홍콩에 추가 상장하는 ‘A+H 이중 상장’이 있다.
중국 기업, 홍콩서 조 단위 IPO
EY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6월 11일 기준) 홍콩 증시의 IPO는 총 40건, 조달액은 1087억 홍콩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건수는 33%, 금액은 711% 증가한 수치로, 이미 2024년 한 해 전체 공모금액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 사례로는 선전증시 상장사인 배터리 대기업 CATL이 5월 홍콩에서 410억 홍콩달러(약 7조원)를 조달하며, 올해 글로벌 IPO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6월 19일에는 중국 최대 간장 제조업체 포산 하이톈(Foshan Haitian)이 101억 홍콩달러(약 1조8000억원)를 조달하며 상장했다.
홍콩, 6년 만에 글로벌 IPO 1위 탈환 기대
홍콩 IPO시장의 최대 고객은 중국 본토 기업이다. 2018~2019년 홍콩이 글로벌 IPO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이중 상장이 핵심 동력이었다. 하지만 2023년 중국 경기 둔화와 글로벌 고금리 상황이 겹치면서 홍콩은 IPO 순위 8위까지 밀려났다.
2025년 들어 상황은 반전되고 있다. 중국 대형 기업들의 이중 상장이 다시 본격화되며, 홍콩은 6년 만에 글로벌 IPO 1위 탈환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회복세는 중국 기업의 국제화 전략과 해외 진출 확대에 더해, 홍콩 증시의 제도 개편과 중국 정부의 홍콩 상장 지원 정책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2025년 도입된 홍콩거래소의 ‘TECH 플랫폼’은 기술 특화 기업에 대해 수익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성장 산업 기업들의 상장을 보다 용이하게 만들었다.
A+H 이중 상장, 홍콩의 주력 산업 구조까지 바꾸다
A+H 이중 상장은 중국 기업에게 해외 자본 유치와 본토 투자자 확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가져다준다. 중국 본토 투자자는 외환 규제로 인해 미국 등 해외 증시에 직접 투자하기 어렵지만, 홍콩 증시는 예외다. 2014년 도입된 ‘후강퉁(沪港通)’ 제도 덕분에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별도 외환 허가 없이 홍콩 주식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2025년 들어 이중 상장은 생명과학·헬스케어 등 신소비와 하드테크(고정밀 제조 및 첨단기술) 산업으로 확산됐고, IPO 1건당 평균 조달 규모도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잭키 라이 EY 홍콩 자본시장 서비스 대변인은 “중국 본토 기업들이 A+H 이중 상장을 통해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는 신소비와 하드테크 분야 대형 기업들이 홍콩 상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기업 유입은 홍콩 증시의 산업 구조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블룸버그는 “홍콩 시장이 기존의 은행·부동산 중심에서 소비재·기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항셍지수 내 중국 본토 기업 비중은 70%를 넘고, 일평균 거래금액의 45%가 본토 투자자에게서 유입되고 있다.
美 IPO 막히자, 홍콩에 몰리는 중국 기업
2025년 미국 시장에 상장한 중국 기업은 36곳으로 전년 대비 44%증가 했지만, 공모금액은 8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2% 급감했다.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 내 상장 요건 강화가 중국 기업들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Y 아시아태평양 IPO 총괄 링고 최(Ringo Choi)는 “미국 나스닥은 상장 심사를 한층 엄격히 하고 있으며, 규제 불확실성도 중국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Y는 앞으로 기술 특화 기업에 유리한 홍콩 ‘TECH 플랫폼’ 도입, A+H 이중 상장의 확대, 그리고 미국에 상장된 중국 개념주(중국 본토 기업이지만 해외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홍콩 이전 상장’ 가능성이 향후 홍콩 IPO 시장을 이끄는 주요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