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견우와 선녀’를 출사표로 선택했을까? … ‘한국형 쇼러너’ 김동현 덱스터픽쳐스 대표 [김형호의 異色 인터뷰]

“재밌거나 새롭거나, 그게 덱스터픽쳐스”

2025-06-30     김형호 기자
김동현 덱스터픽쳐스 대표(48)는 2002년에 영화 마케팅 업무로 출발했다. 이후 기획·제작·투자·판권·사업 운영 등 콘텐츠 제작의 전 과정을 밟았다. 2022년, 그는 덱스터픽쳐스 대표이자 총괄프로듀서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멀티플렉스와 인터넷 시대. <해피엔드>의 명필름,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태원엔터테인먼트, <살인의 추억>의 싸이더스, <실미도>의 시네마서비스는 ‘방화 邦畫’ 대신 ‘한국영화’를 개봉했다. 드라마 시장도 변화했다. 지상파의 자체 제작이 줄고 외주 제작사가 중심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미국 드라마’는 퇴장하고, ‘한국 드라마’가 주류가 됐다. 이후 tvN을 필두로 ‘한국 드라마’는 케이블 채널로 외연을 넓혔다. 영광의 시대였다.

2025년, 영광의 종말. OTT와 AI의 새로운 물결에 다음 주자들이 뜨겁게 꿈틀거리고 있다. 덱스터픽쳐스(이하 픽쳐스)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는 덱스터스튜디오(이하 덱스터)가 2022년에 설립한 종합 콘텐츠 제작사다. 덱스터가 ‘스토리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세운 전략적 핵심 계열사다.

김동현 대표(48)는 픽쳐스의 첫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됐다. 선배들이 ‘감각’으로 한국 콘텐츠의 황금기를 열었던 2002년, 그는 마케팅 업무로 출발했다. 이후 기획·제작·투자·판권·사업 운영 등 콘텐츠 제작의 전 과정을 밟았다. 쇼러너(Showrunner)가 된 지금, 그는 더 까다로운 환경에서, 더 많은 ‘남의 돈’을 책임져야 하며, 직관이 아닌 시스템과 데이터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김 대표는 창립작으로 로맨스 드라마 <견우와 선녀>를 선택했다. 모기업 덱스터가 그동안 <신과함께>, <백두산>처럼 블록버스터 영화를 주로 제작해왔다는 점에서 의외의 선택이다. 그의 선택으로 덱스터픽쳐스는 세상이 볼 수 있게 저 멀리 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어떤 미래를 설계하고 있을까?

한국형 쇼러너

Q. 덱스터픽쳐스는 대표님 개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저한테는 꿈을 이루어 가는 터전입니다. 그전까지는 참모였죠. 누군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드는 걸 도와주는 역할이었다면, 여기서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회사라는 의미가 가장 큽니다. 혼자 독립 제작사로 있었다면 요즘 같은 때는 정말 더 힘들었을 텐데, 덱스터라는 든든한 동반자가 있어서 ‘새로운 이야기’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기댈 언덕도 있고요.

Q. 어떻게 덱스터픽쳐스에 합류하게 되셨나요?

처음 제안을 주셨을 땐 고사했어요. 두 번째 제안을 주셨을 때 콘텐츠 산업을 어떻게 전개할지 구체적인 방향성이 제가 생각하던 결과 잘 맞았어요. 무엇보다, 덱스터의 김욱·강종익 두 공동 대표님이 저를 전적으로 믿어주신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직장 다니면서 그런 경험이 흔치 않잖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더 각별합니다.

Q. 콘텐츠 업계에는 어떤 분야로 시작하셨나요?

2002년, 영화 마케팅으로 시작했어요. 원래는 연출을 하고 싶었는데,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빗속 격투 장면을 보고 ‘아, 나는 저런 상상력은 없다’ 싶어서 포기했죠(웃음). 고민하다가 마케팅하던 선배를 따라 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에 영화 프로그래머, 드라마 프로듀서, 애니메이션 회사, 벤처캐피털 등을 거쳤어요.

Q. 콘텐츠 유통 전 분야에서 실무를 하셨네요?

총괄 프로듀서(EP)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산업 전반의 이해가 있어야겠다 싶어서, 나름대로 로드맵을 쌓아온 거죠. EP는 작가, 감독, 배우와 함께 기획 구조를 설계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역할입니다. 한마디로 쇼러너죠.

그런데 그건 북미 형태의 EP이고, 저는 차승재 대표님이나 강우석 대표님처럼 한국형 쇼러너가 되고 싶었어요. 두 분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특히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로 흥행에 실패한 신인 감독과 다시 작업해서 <살인의 추억>을 성공시킨 차승재 대표님 같은 제작자가 되고 싶었죠.

쇼러너가 본 콘텐츠 시장

Q. 영화 시장과 드라마 시장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까요?

지금은 양쪽 다 변화된 상황에 맞는 영리한 기획이 필요한 시대라고 봅니다.

영화 시장은 지금 종말에 가깝다는 위기감이 큽니다. 무엇보다, 여러 레이어의 재미가 있던 한국영화들이 사라지고 천편일률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에 대한 걱정이 커요. 지금은 예전처럼 빅 사이즈 프로젝트는 추진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보고. 200~300만 영화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다시 신뢰할 만한 시기가 좀 필요한 것 같아요.

Q. 펜데믹으로 드라마 시장은 오히려 수혜를 입었죠? 영화사들도 드라마 쪽을 오아시스라고 생각했고.

좋은 크리에이터와 책들이 모두 드라마로 갔죠. 분명히 호황이었죠. 그런데 너무나도 짧은 ‘화양연화’였다고 할까요? 지금은 소위 ‘팔리는 작품’이 아니면 제작이 안 되는 시기가 도래했어요. 글로벌 플랫폼들이 비싼 제작비를 감당하면서까지 아무 콘텐츠나 사주지도 않아요. 반대로 해외에서 팔릴 만한 콘텐츠엔 더 큰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고.

여러 뉴스에도 나왔지만, 배우의 높은 개런티 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면, 드라마 시장도 더 힘들어질 거라고 봅니다. 배우들 탓을 하는 게 아닙니다. 더 정확하게는, 편성 영향력이 있는 배우들에게만 작품이 쏠리는 상황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합리적인 제작비로 만드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질 겁니다. 플랫폼들이 장기적 안목으로 다양한 장르와 신진 크리에이터 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Q. 그런데 플랫폼 입장에서는 방어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드라마의 수익은 곧 광고 매출 규모죠. OTT도 사실상 광고 기반으로 전환했고요. 그러니 지금 플랫폼은 광고주인 기업들의 호황기까지 버텨야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헤게모니 자체는 큰 틀의 변화를 겪고 있어요. 그러니 콘텐츠 전략도 재편되어야 하는 거죠.

Q. 드라마 투자 여건도 나빠졌고, 기존 수익 구조도 흔들린다? 심지어 드라마는 영화보다 마진도 얇습니다. 그런데 덱스터픽쳐스는 드라마 제작을 합니다. 모회사인 덱스터(KOSDAQ: 206560)의 투자자는 어떻게 봐야 하나요?

아, 방어가 필요한 질문이었군요?(웃음) 일단, 저희는 영화 제작도 함께합니다. 영화는 흥행 인센티브가 강력하죠. 그에 비해 말씀하신대로 드라마는 업사이드(upside)는 거의 없지만, 상대적으로 제작비 회수가 명확하고 안정적인 구조입니다.

그렇다고 매출만을 위해 드라마를 함께하는 건 아닙니다. 저희는 숏폼 콘텐츠, 생성형 AI 도입, 자체 투자 콘텐츠 개발 등으로 수익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또, 플랫폼이 우위인 시장 구조에서 제작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이야기 설계력과 기술 내재화가 모두 필요하다고 보는데, 덱스터 그룹은 그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어요. 픽쳐스는 그 콘텐츠를 관객과 만나게 하는 게 역할인 거죠. 그런 면에서 투자 가치가 분명한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쇼너러가 선택한 <견우와 선녀>

김동현 덱스터픽쳐스 대표는 창립작으로 로맨스 드라마 '견우와 선녀'를 선택했다. ‘견우와 선녀’ 1~2회의 20~49세 시청률은 지상파 포함 전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Q. ‘시청자’보다 ‘관객’이라는 표현을 쓰시는 걸 봐서는, 대표님의 정체성은 영화인 같습니다. 그런데도 창립 작품으로 드라마를 선택하셨어요. 게다가 <견우와 선녀>는 기존 덱스터의 라인업과 달리 로코물입니다.

덱스터는 VFX 효과의 블록버스터 제작사로 이미지가 강하죠. 그래서 처음엔 덱스터의 대표님들도 드라마도 그런 라인업으로 짜야 하지 않냐고 물어보셨어요.

저는 현실적인 판단을 한 거죠. 드라마는 영화와 사이클이 다릅니다. 빨라도 3년, 보통은 그 이상 걸리죠. 그래서 저는 ‘블록버스터와 중소형 라인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드렸죠. 장르 면에서도 여러 레이어의 작품들이 있어야 앞으로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고 본 거고요.

그런 점들을 고려할 때 <견우와 선녀>가 가장 적합했습니다. 로맨스 코미디의 익숙한 문법에 귀신 설정이 더해져 있어서, 덱스터 그룹의 시너지를 가장 빨리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고요.

Q. <견우와 선녀>를 진행하면서 양사의 시너지를 구체적으로 체감한 부분은?

동일한 퀄리티를 더 빠른 시간에 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체감했습니다. VFX, DI, 사운드 등 각 공정이 회사별로 분산되어 있으면, 커뮤니케이션 지연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한쪽이 미진하면 다시 다른 회사로 주고받아야 하고, 회사마다 시스템도 다르니까 더더욱 지연이 생기죠.

그런데 덱스터에는 모든 공정을 연결하는 헤드쿼터가 있어서 작업 흐름이 끊기질 않더라고요. 예를 들면, DI에서 작업 중인 화면을 보면서 VFX 팀이 보완하거나, 반대로 VFX 중 미진한 부분을 DI에서 즉시 손볼 수 있는 구조예요. 서로 경쟁하는 조직의 세팅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다 같이 협력하는 거죠.

Q. <견우와 선녀>는 기존 로맨스물과 어떤 차별 포인트가 있는지요?

차별보다는 로맨스 장르의 극대화가 포인트입니다. 로맨스 팬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충분히 보실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드라마는 원작 웹툰의 여고생 무당이라는 독특한 설정에 ‘영감을 받은 작품’에 가깝습니다. 특히 후반부를 드라마적으로 양지훈 작가님이 다시 설계한 케이스입니다.

Q. 창립작을 신인 작가에게 맡긴 것도 ‘김동현 체제’의 방향성 같습니다. 양지훈 작가와 어떻게 협업하셨나요?

양지훈 작가님의 초기 대본은 제작자로선 아쉬운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작가님이 일주일 정도만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후에 글이 왔는데, 제가 보면서 울었어요. 글이 완전히 달라진 거예요.

그래서 무슨 일 있었냐고 여쭤보니까, 처음 대본 마감하던 주가 이태원 참사 때였는데 너무 마음이 아파서 글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신인이니까 일단은 마감 시간을 맞추셨던 거죠.

그런데 작가님께 그 이야기 듣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너무 민감한 거 아닌가?’ 싶었어요. 하지만 함께 작업을 하다 보니 양 작가님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계신 분이더라고요. 학원물에 중범죄나 폭력 같은 자극적인 사건을 넣고 싶지 않다고 하셨고요. 아이들의 예쁜 모습, 선한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런 작가님의 마음을 믿었고, ‘그 시선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며 써보시라’고 했어요. 그 결과가 지금의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견우와 선녀' | 제공 = tvN

콘텐츠 제작사 덱스터픽쳐스가 드라마 시장에 던진 출사표 ‘견우와 선녀’가 성공적으로 1주차 방송을 마쳤다. 첫 드라마부터 안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덱스터픽쳐스는 종합 콘텐츠 제작사로서 시장에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6월 23일 방영된 ‘견우와 선녀’ 1회는 전국 시청률 4.3%(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고, 2회도 4.4%로 소폭 상승했다. 2049 시청률은 지상파 포함 전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 tvN 월화드라마 대부분이 2회차에서 시청률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견우와 선녀’는 이탈 없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미 ‘제2의 선업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을 정도로 첫 작품임에도 안정적인 출발을 보이고 있다.

덱스터픽쳐스는 지난 2022년, ‘신과함께’ 시리즈의 덱스터스튜디오 콘텐츠 본부가 분사해 설립됐다. 덱스터 그룹이 영화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드라마와 숏폼 등으로 제작 영역을 확장하며 ‘스토리 중심의 회사’로 거듭나려는 전략의 핵심 계열사다. 

덱스터픽쳐스는 자체 IP를 기반으로 한 제작 시스템도 빠르게 구축 중이다. 현재 웹툰·웹소설 등 20여 개 IP를 확보해 영화 4편, 드라마 16편의 제작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쇼러너의 IP 전략

김동현 덱스터픽쳐스 대표는 덱스터픽쳐스의 작품은 ‘재미있거나 새롭거나’ 둘 중 하나라고 밝혔다.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더욱 재미있게, ‘새로운 이야기’라면 더 흥미롭게 만들어서, 시장이 원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그의 원칙이자 목표다.

Q. 콘텐츠 기획과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덱스터픽쳐스의 원칙은 무엇인가요?

시장이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일방적인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기 위해 반드시 ‘재미있거나 새롭거나’ 둘 중 하나를 확실하게 잡자는 거죠.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더욱 재미있게, ‘새로운 이야기’라면 더 흥미롭게 만들어서, 시장이 원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원칙이자 목표입니다.

Q. 덱스터픽쳐스는 IP를 20여 개 확보하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기획과 각색 IP를 5:5 비율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IP를 가진 사람이 모든 것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무작정 확보하는 건 아닙니다. 경쟁력 있는 IP를 확보해서, 가능성이 있는 작가를 통해 각색하고, 콘텐츠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발굴된 작가를 통해 오리지널 IP를 개발하고, 다시 작가 육성으로 이어지게 하고 싶습니다.

Q. IP 결정에 대표의 개인 취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PD들에게 시키지는 않아요. 제가 직원으로서 근무할 때 가졌던 아쉬움을 저희 PD들이 똑같이 밟게 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해야 제일 재미있고 신나게 하잖아요? 그러니 완성도를 위해서도 그게 맞는다고 봐요. 그래서 회사의 IP 개발 방침은, PD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저는 플랫폼 담당자나 투자 담당자의 시선으로 판단하는 겁니다.

Q.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첫째, 설정에 의존한 자극적인 서사는 아닌지. 둘째, 민감한 소재와 주제를 진정성 있게 다루는지. 셋째, 시장 환경과 방송 편성 구조 안에서 현실적으로 제작 가능한지.

가령, 설정은 흥미롭지만 PD와 작가가 그 고통과 현실을 충분히 고민하고 그릴 수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하지 말자고 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또 소재의 수용성 여부입니다. 예컨대 BL 장르는 아직은 여러 제약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야기에 자신이 있다면, 남성 몸에 여성 인격이 들어간 설정으로 전환해 일반 로맨스로 각색하자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이야기에 빠져 있을 때는 상황이 잘 안 보이거든요. 물론 선택은 작가와 PD 몫이지요.

Q. 요약하면, PD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대표님은 돈 만들어 오는 거고?

(웃음) 그렇죠. 제가 잘해야 하는 게 그거죠. PD들은 좋은 이야기 만들고, 저는 캐스팅 가능성, 제작비, 편성 환경을 검토하고 현실화시키는 게 제 역할입니다.

Q. 앞으로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줄 대형 프로젝트는?

가장 상징적인 프로젝트는 이두호 선생님 원작의 <머털도사> 실사 시리즈죠.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히말라야>를 연출한 이석훈 감독님과 함께 2년 넘게 준비 중이고, 빠르면 2027년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머털도사>는 한국형 히어로물의 원전 같은 작품이잖아요. 최근 덱스터의 AI 기반 VFX 특허도 그렇고, 기술이 이야기 완성도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픽쳐스의 창의성과 덱스터의 기술력으로 완성도 높은 서사와 강력한 비주얼로 재구성해서 장점을 극대화할 계획입니다.

Q. 향후 글로벌 전략은?

해외 제작사들과 협업도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고요. 현재도 일본의 아뮤즈 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드라마 기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견우와 선녀>는 스튜디오드래곤과 협업해 아마존 프라임에서 글로벌 론칭합니다.

쇼러너의 2031년

Q. 2031년, 덱스터픽쳐스는 어떤 회사가 되어 있을까요?

그때쯤이면 덱스터픽쳐스의 브랜딩이 명확히 되었으면 좋겠어요. 영국의 ‘워킹타이틀’처럼요.

사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계속 달라지잖아요. 그걸 제작사가 100% 맞출 수는 없어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중요한 건, 업계가 신뢰할 수 있는 제작사가 되는 겁니다. “저 회사에 맡기면 기본 이상은 해준다”, 업계에서 그렇게 평가하는 회사가 되고 싶은 거죠.

다른 면에서는, 덱스터픽쳐스가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점이 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AI 기술과 초상권 기반의 새로운 제작 방식을 선도하는 회사가 됐으면 해요. 지금처럼 특정 요인에만 의존하는 시장 구조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제가 계속 강조하는 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제작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Q. 2031년에 김동현 대표님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실 것 같습니까?

그런데 왜 2031년인가요?

Q. <견우와 선녀>를 재밌게 본 중학교 1학년이 스무 살이 되는 해입니다.

아, 그렇군요. 중요한 해네요. 그때도 지금처럼 어떤 이야기가 재미있을지, 어떤 이야기가 신선할지, 고민하면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제가 생각하는 로드맵처럼 회사가 성장한다면, 그때는, 음, 제가 선보이고 싶은 이야기를 ‘남의 돈’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Q. 김욱·강종익 덱스터 대표님들도 인터뷰 때 그러시더니, 김 대표님도 2031년까지 픽쳐스 대표라는 확신이 있으시군요?

하하. 저는 두 분보다 더 젊으니까, 그때까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