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장 대신 'AI 스킬'…MZ '회사는 학원'

딜로이트 글로벌 서베이…'월급은 팍팍하고 AI는 두렵다'

2025-06-19     최진홍 기자

2030년 전 세계 노동인구의 약 74%는 MZ세대가 차지한다. 이들이 노동시장의 주류로 부상하며 기업의 성장과 생존은 MZ세대의 마음을 얻는 데 달리게 됐다. 하지만 이들은 과거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일과 성공을 정의하고 있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19일 발간한 ‘딜로이트 글로벌 MZ세대 서베이’는 이 새로운 세대의 복잡한 내면을 보여준다. 전 세계 44개국 23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MZ세대는 높은 등록금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학 졸업장의 가치를 의심하면서도 정작 커리어 성장을 위한 ‘실용적 역량 개발’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인 이중적 모습을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의 31%와 밀레니얼의 32%는 고등 교육을 포기했으며 특히 한국은 이보다 높은 34%가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높은 등록금(Z세대 40%)도 문제지만 교육의 질에 대한 우려(Z세대 35%) 역시 컸다. 대학이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하는 확실한 투자처가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이다.

이들은 대신 ‘자기주도 성장’을 택했다. 현 직장을 고른 이유 상위 3개 중 하나가 ‘배움과 성장 기회’였고 Z세대 70%와 밀레니얼 59%는 매주 최소 한 번 이상 커리어 발전을 위한 역량 개발에 시간을 쏟았다. ‘회사는 평생직장이 아닌 성장을 위한 학원’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셈이다.

이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생성형 AI다. Z세대 57%와 밀레니얼 56%가 이미 AI를 일상 업무에 사용하고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일자리를 AI가 빼앗을 수 있다는 공포도 크다(Z세대 63% 밀레니얼 65%). 이 때문에 AI의 격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안전한 일자리를 찾겠다는 응답이 70%에 육박했다. AI를 가장 잘 활용하면서도 AI를 가장 두려워하는 역설이다.

사진=갈무리

특히 한국 Z세대는 글로벌 평균보다 AI를 더 적극적으로 업무에 활용(한국 63% 글로벌 57%)하는 것으로 나타나 기술 수용과 고용 불안 사이의 긴장감이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구조적 불안감의 밑바탕에는 4년 연속 MZ세대의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힌 ‘생활비’ 문제가 있다. Z세대의 39% 밀레니얼의 42%가 생활비 부담을 토로했다. 한국 MZ세대의 경우 절반 이상이 “월급으로 빠듯하게 산다”(Z세대 57% 밀레니얼 51%)고 답했다.

팍팍한 현실은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 Z세대의 35%와 밀레니얼 27%는 대부분의 시간 스트레스나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은 회사에 쉽게 기댈 수 없었다. 고용주가 직원의 정신 건강을 진지하게 고려한다고 본 비율은 글로벌 평균(Z세대 62%)에 한참 못 미치는 49%에 그쳤다.

김성진 한국 딜로이트 그룹 Human Capital 리더는 "MZ세대가 노동시장의 주류로 부상한 이후 기업 입장에서는 MZ세대의 직장 인식과 AI 임팩트를 고려한 새로운 인사전략관리가 필요해졌다”면서 “본 리포트를 통해 MZ세대를 정확하게 파악 더 생산성 높은 기업을 위한 인사이트를 얻어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