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DSR 3단계 앞두고 엇갈린 은행 셈법…'속도 조절' vs '수요 흡수'
주담대 문턱 더 높아졌다...현명한 내집마련 전략은② 은행 여신 여력 따라 양극화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 시행이 임박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각기 다른 대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새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기조에 발맞춰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리고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반면, 일부 은행들은 남은 여신 여력을 활용해 대출 한도와 우대금리를 확대하며 수요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기존 대비 0.06%p 높였다. NH농협은행은 최근 수도권에서 1주택 이상을 보유한 차주에 대해 주택 구입 목적의 신규 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이는 지난해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제한보다 강화된 조치다. 또,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와 대면 전세대출 타행 대환도 중단하며 보수적인 기조를 강화했다. KB국민은행은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를 소폭 (0.17%p)인상하면서도, 일일 접수 한도를 150건에서 500건 이상으로 확대해 수요를 일정 부분 흡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반면, 여신 여력이 상대적으로 남아 있는 은행들은 실수요자 유치를 위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했고, 하나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상품 '하나원큐 아파트론'의 대출 한도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며 수요 흡수에 적극 나섰다. 기업은행은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0.1%p, 0.2%p로 낮추는 등 조건 완화에 나서며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은행별 대출 전략 변화 배경은...'스트레스DSR 강화'·'토허제 해제'
이러한 은행권의 대출 전략 변화 기조는 7월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 3단계의 영향이 크다. 스트레스 DSR 3단계는 기존보다 한층 강화된 대출 심사 기준으로, 차주의 모든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기존 DSR 방식에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까지 반영한 시나리오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는 강화된 대출 심사 기준에 따라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상황에 놓였고, 은행들도 이를 반영해 사전 대응에 나서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가 촉발한 주택 거래 회복세도 은행권 대출 전략 변화의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강남권 등을 중심으로 토허제가 해제된 이후, 주택 거래량은 반등했고 관련 대출 수요도 빠르게 늘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5조2000억 원 증가한 115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증가 폭으로, 이 중 4조2000억 원이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월 대비 2~3배 수준으로 늘어나며 대출 수요 확대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보유 여신 따라 대응 갈려…은행 전략 '양극화'
스트레스 DSR 규제 강화와 토허제 해제라는 상반된 정책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은행권은 보유한 여신 여력의 차이에 따라 각기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미 대출 잔액이 빠르게 늘어난 은행은 속도 조절에 나선 반면, 여력이 남은 은행은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모습이다. 같은 시점에 같은 상품을 두고도 은행마다 조건과 전략이 달라지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여신 잔액이 이미 빠르게 증가한 상황에서, 각 은행은 내부 건전성 기준과 여신관리 원칙에 따라 대응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하향 가능성과 맞물려 대출 조건이 다시 바뀔 수 있어, 은행들도 계속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토허제 해제로 인해 주택 관련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되살아났고, 여기에 DSR 시행 전 막차 심리까지 겹치며 수요가 집중됐다"며 "가계대출 총량관리와 실수요 대응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미세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은행권의 셈법 변화는 소비자들의 대출 방식에도 즉각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최근 핀테크 업체 핀다에 따르면,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자의 2금융권 대출 약정 건수는 5월 넷째 주 기준 전주 대비 40% 이상 증가했고, 1000점 만점 사용자들의 약정금액은 600% 넘게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상대적으로 한도가 높은 2금융권을 선호하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향후 금리 환경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 대출 규제 기조에 따라 여신 전략을 지속적으로 재조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또한 실수요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정책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