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노믹스 비전 3.3.5]‘3% 성장’ 시험대 선 李, 주택 공급 과잉 떠받쳐줄까
정부, 미분양 넘쳐도 ‘공급 만능주의’…물량 소화시키려면 투기수요 부추겨야
‘잠재성장률 3%’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저출생·고령화와 신성장 동력 부재, 부동산양극화 등 국내 경제가 직면한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성장률 반등이 가능해서다. 2040년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거라는 예측마저 나온 가운데, 이 대통령의 주택 공급확대 정책이 지방에서 구체화되면 양극화를 해결하고 저성장흐름을 역전시킬 수 있을까.
성장률 제고 위한 세부 정책, 내년에나 나올 듯
성장률 제고와 관련한 정책은 그가 공약으로 내건 ‘인공지능(AI) 100조원 투자’ 등이 담길 내년도 본예산에서나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면 잠재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렵단 데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7년 3.0%를 기록한 뒤 계속 떨어져 내년엔 1.98%까지 하락한다.
한국은행도 차기 정부의 임기 초인 2030년대 잠재성장률이 1%대 초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가 그 이유다.결국 어떻게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를 보완하고 저출생 시대에 대응할 지가 관건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14.2%를 차지하는 건설 투자 부문을 건드려 인구 감소세에도 주택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3~4년 후 지방 주택 공급 적을 듯…‘준공 후 미분양’ 전월比 3배↑ 지역도
내달부터 대출 문턱을 더 높인 3단계 ‘스트레스(가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시행되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폐지 등이 추진되면 재건축·재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배율(PIR)이 13배에 달하는 국내 주택의 가격을 더 띄울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선 서울에는 집값 과열 방지 정책, 지방엔 건설경기 부양책을 중심으로 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대통령도 대선 후보 당시 4기 신도시 등으로 250만채의 집을 공급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3~4년 후 주택 공급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인허가·착공 건수가 서울과 지방에서 예년보다 감소세라, 공급을 늘려도 공급 만능주의 만으론 주택 가격 안정과 건설시장 회복엔 역부족일 수 있다.
건설경기 침체 해결을 위해선 다 지었지만 분양되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에 따르면 이런 단지의 약 80%는 지방(2만1897채, 4월 기준)으로 쏠렸다. 같은 기간 시∙도별로는 대구(3776채)에 가장 많은 가운데 달서구 24개 동 중 상인2동∙본리동∙두류3동∙감삼동∙본동 등 6개동에만 1079채가 몰렸다. 서구는 3월 227채에서 4월에 준공한 단지의 미분양 탓에 778채로 급증했다.
포항,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45%가 DGFEZ 관할지에 위치
시∙도 단위가 아닌 읍∙면∙동을 기준으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DGFEZ)의 관할지인 포항 북구 흥해읍(펜타시티)에 이런 아파트가 특히 많다. 9일 경상북도에 따르면 이곳에서만 7개의 단지가 준공 후 미분양됐다. 이 가운데 지난 2015년에 준공된 아파트도 포함돼 있다. 남구 오천읍 등 DGFEZ의 다른 관할지를 더하면 DGFEZ에서 미분양된 단지는 507채다. 이는 포항 전체 미분양 아파트(1138채)의 45%에 해당한다.
포항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중에서는 마피 매물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북구 학산동 일대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달에 준공된 미분양 단지에서 마피 매물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는 준공 후 미분양 단지가 전월(240채)보다 두배 이상 증가(567채)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이런 단지가 늘어난 곳은 경북에서 구미가 유일하다. 그러면서 경북에 있는 미분양된 아파트가 전월에 비해 늘었다. 이 같은 증가세는 대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업계 자구노력 속 지역별 공급대책 나와야”…공급확대 한계론도
이처럼 지방의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공급 과잉과 고분양가를 꼽는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에서 미분양이 늘어난 원인은 공급이 너무 많고 분양가가 비싸기 때문”이라며 “건설 업체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앞으로 추가 미분양 확대, 경기 침체 지속 여부 등 위기 단계를 나눠 단계별·지역별 공급관리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선 공급확대 등 부양책을 중심으로 한 접근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국내 가계부채 규모를 보면, 사람들에게 대출해서라도 집을 사라는 정책은 함께 죽자는 거나 다름없어서다. 나아가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지방에도 공급을 늘리면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투기 수요를 부추길 수밖에 없단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공급확대 정책을 넘어 세제의 방향성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는 공급을 하면서 지켜보고 싶어도 시장의 민심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이 다시 과열되면 결국에는 종합부동산세를 올리고 (다주택자) 양도세중과(집을 두채 이상 가진 자가 집을 팔 때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을 1주택자보다 무겁게 매겨 주택 투기 유인을 줄이는 것)를 유예하지 않는 등 세금규제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