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노믹스 비전 3.3.5] AI 100조원 승부수 "국가 명운 건 백년대계"
국민펀드·AI고속도로·인재양성 '삼각편대' 산업계 "환영" 속 '실행전략·규제' 로드맵 디테일해야
이재명 정부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아 'AI 세계 3대 강국(G3) 도약'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내걸며 10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라는 거대한 승부수를 띄웠다. 대통령실에 AI 수석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산업 육성책을 넘어 AI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며 그 혜택을 모든 국민이 누리는 'AI 기본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국가 명운을 건 '백년대계'가 실체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표명에 산업계는 모처럼의 활기를 띠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다만 야심 찬 비전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구체적인 실행 전략 수립과 산적한 규제 및 현실적 과제들을 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가 AI 주권의 초석 "100조 원 국민펀드와 대담한 비전"
이재명 정부 AI 전략의 심장은 미국과 중국의 압도적인 자본력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기술 종속을 피하고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소버린 AI' 확보를 목표로 한다.
주목할 점은 재원 마련 방식으로 '국민펀드'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국민, 기업, 정부는 물론 연기금까지 모든 경제 주체의 참여를 유도해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펀드 투자금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소득세·법인세 감면 혜택을 약속했다. 이는 시중의 유동 자금을 AI라는 미래 산업의 동맥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비전은 이 대통령의 확고한 철학에서 비롯된다. 그는 후보 시절부터 "AI 발달로 인한 생산성 증대를 특정 개인과 기업이 독점하지 않고 국민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해왔다. 취임 직후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를 방문한 행보는 새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가 무엇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으로 평가된다.
대한민국의 신경망 구축 'AI 고속도로' 프로젝트
100조원의 실탄은 국가의 디지털 신경망이라 할 수 있는 'AI 고속도로' 건설에 집중 투입된다. 과거 경부고속도로가 산업화 시대의 대동맥 역할을 했듯, AI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혈맥을 뚫겠다는 논리다.
먼저 AI 데이터센터를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로 지정해 규제를 완화하고 신속한 건설을 지원한다. 이는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물리적 공간을 국가 차원에서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AI 연산 능력의 핵심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현재 엔비디아 H100급 기준 2000여 개 수준에서 5만 개 이상으로 25배 이상 대폭 확충한다는 설명이다.
세계적 수준의 거대언어모델(LLM)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는 것으로, AI 주권의 핵심 조건이다.
마지막으로 '데이터가 곧 석유'인 시대에 맞춰 정부 주도의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도 조성한다. 공공 데이터를 전면 개방하고 특히 방송사 등이 보유한 양질의 한국어 영상·음성 데이터를 구매해 텍스트를 넘어선 멀티모달 AI 개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 국가대표 AI 기업 K-미스트랄을 육성하고 민관 합작투자를 추진하며, AI 특화 시범도시 AI Home&City 건설 및 권역별 특화산업 AI 인프라 투자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기술을 넘어 보편적 권리로 '모두의 AI'와 미래 인재 육성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 특징 중 하나는 기술적 성취를 넘어 사회적 포용을 지향한다.
'모두의 AI' 프로젝트는 이러한 철학의 집약체다. 국가대표 LLM을 개발해 국민과 기업에 오픈소스로 무상 제공하고, 전국 곳곳에 'AI 기본역량센터'를 세워 노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디지털 활용 능력을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AI를 소수 엘리트의 기술이 아닌, 국민 누구나 누리는 '기본 사회'의 핵심 요소이자 보편적 권리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AI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AI 전문인력이 전문기업이나 연구소기업을 설립할 경우 정책금융을 지원하고 AI 바우처, 클라우드 바우처, AI 창작 도구 서비스 구매 바우처를 통합한 'AX 원스톱 바우처'도 도입한다.
전방위적인 인재 양성에도 나선다. 초·중·고교 과정에 AI와 소프트웨어 교육 시수를 의무적으로 늘려 어릴 때부터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고, 지역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AI 단과대학을 설립해 지역의 AI 혁신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우수 인재에 대한 병역특례 확대, 해외 석학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인재 유출을 막고 '브레인 리턴'을 유도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디지털 문해력 강화를 위해 한국형 STEAM(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 교육을 강화하고, AI·SW 수업 시수를 확대하여 컴퓨팅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선명한 로드맵 더 나와야
정부의 청사진에 AI 산업계와 학계는 즉각적인 환영 의사를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3 이니셔티브' 정책을 제안하며 정부 기조에 발을 맞췄고,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경영진이 이 대통령 팀과의 만남 이후 "한국의 비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협력 의사를 표명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신호다.
현실적인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특히 '실행 전략의 구체성' 문제가 눈길을 끈다. 실제로 과학기술계 시민단체 과실연은 "기술 개발과 사업화 간의 유기적 연계 방안이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실질적인 AI 컨트롤타워('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실권 강화)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온라인 플랫폼법'을 둘러싼 규제 딜레마도 있다. 현재 AI 개발을 선도하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은 정부의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이 R&D 투자를 위축시키고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고 강력히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과 혁신 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제약 조건들도 따져봐야 한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 확보 방안, 재원 조달의 투명성, AI 윤리 및 안전 규제 마련 등 해결해야 할 법률 및 현실 리스크가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에너지 문제는 AI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AI 도입률은 6.4%에 불과하며, 특히 국가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은 4% 수준에 그쳐 산업간 AI 격차가 심각하다. 이는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왜 시급한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번 100조 원 투자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져야 함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이재명 정부의 AI G3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미래 100년의 경제 지형을 결정할 중차대한 항해를 시작했다. 막대한 자본과 원대한 비전이라는 돛을 올렸지만 성공적인 목적지 도착은 구체적인 항해술과 예측 불가능한 암초를 피하는 위기관리 능력에 달려있다. 세계가 대한민국의 담대한 도전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