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이어 또 중국발 자동차 대란"…이번엔 희토류 수출 막혔다

중국 희토류 수출 규제, 글로벌 자동차 생산 차질 본격화…포드 등 공장 가동 중단

2025-06-06     양정민 기자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대응책으로 단행한 희토류 수출 규제가 세계 자동차 생산에 본격적인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핵심 부품 공급 차질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라인이 멈추며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의 취약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포드는 지난 5월 말 일리노이주 시카고 공장에서 SUV '익스플로러'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가 6월 들어 재개했다. 생산 중단의 직접적 원인은 희토류가 포함된 핵심 부품의 공급 지연으로 확인됐다.

중국은 지난 4월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로 7종의 희토류에 수출 제한을 도입했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모터 등 핵심 부품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를 독점하고 있어 공급망 교란이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네오디뮴(Neodymium), 디스프로슘(Dysprosium), 프라세오디뮴(Praseodymium)은 고성능 영구자석의 주요 소재로, 전기차 모터의 효욜화, 소형화에 필수 소재로 꼽힌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 요소수 수출을 통제하며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의 자동차 운행에 차질을 빚게 만든 바 있다. 현재 일본 스즈키가 오는 12일까지 조업 중단 중이며 미국 포드도 자동차 제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광산. 사진=연합뉴스

파급 효과는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자동차부품산업협회(CLEPA)는 4일 중국의 수출 규제로 일부 유럽 부품 제조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협회 측은 4월 이후 유럽 내 부품 업체들이 수백 건의 수출 허가를 신청했으나 약 25%만 승인됐다고 알렸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도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토요타, 닛산 등이 가입한 미국자동차혁신협회(AAI)는 5월 9일 미국자동차부품산업협회와 공동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미국 정부의 대응이 없다면 수주 내 자동차 생산이 멈출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토요타, 혼다 등 일본계 완성차 업체의 미국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지만 희토류 수출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토요타코리아의 프리미엄 미니밴 알파드. 사진=토요타코리아

각국 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봉쇄에 대응해 대체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희토류를 포함한 전략 광물의 국내 생산 촉진을 위해 국가안보를 근거로 한 대통령 긴급 권한 발동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혼다 미국법인은 "희토류를 사용하는 부품 제조사들과 재고 확보 방안을 놓고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중국이 수출 허가를 조속히 재개하지 않으면 유럽과 미국의 1차 부품 제조업체들이 보유한 희토류 관련 부품 재고는 6월 중순쯤 바닥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리 하우스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일 투자자 행사에서 "중국산 희토류는 수출 규제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 절차가 더욱 복잡해졌다"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대체 부품이나 새로운 조달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