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금융당국 '대수술' 예고…금융권 인사·인맥은?
금융위 '울고' 금감원 '웃고' 차기 금융당국 수장으로 도규상, 손병두, 김용범 거론
금융위 '울고' 금감원 '웃고'
제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부처 조직개편 공약을 예고한 가운데 금융당국 조직에 어떻게 메스를 댈지 관심이 쏠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도입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체제가 17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정책공약집을 발표하면서 금융위원회에 대해서 감독 업무와 정책 업무가 뒤섞여 있다며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기획재정부를 좀 정리해야 할 것 같다"며 예산 기능을 분리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금융위원회는 해체되고 기획재정부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된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의 금융정책 총괄 기능과 금융공기업은 재경부(기획재정부)로 넘어가고, 금융위 대신 건전성 등 금융감독 관련 법령과 금융기관 설립·합병·전환·인허가를 담당할 금융감독위원회가 신설되는 시나리오다. 사실상 금융위 조직은 '해체'다.
‘금융위 해체론’은 수년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현재는 금융위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역할을 총괄하고 금융감독원이 금융위로부터 금융감독 업무를 위탁받아 집행하는 구조인데, 금융감독과 금융산업정책의 이해상충이 있어 분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금융감독체계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금융위 폐지’를 추진해왔으며 제2의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를 막기 위해 현행 금융감독체계를 전면 재설계하는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조직 해체' 가능성이 제기된 금융위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인 반면 '조직 강화'가 예고된 금감원 내부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금융위 산하 기관으로서 겪어온 '업무 비효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현재는 금감원이 논의한 결정은 금융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예전과 다른 점은 금융감독 중 소비자보호를 떼어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다. 금융감독기관도 소비자라는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새롭게 신설될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산하에는 현행 금융소비자보호처를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검사기능 부여 등 금융소비자호보기구의 기능과 독립성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민간 전문가 중심의 금융소비자보호 평가위원회도 신설해 금융당국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수장 자리, '초미의 관심사'
한편 이재명 정부는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 국무총리·비서실장을 시작으로 내각 구성을 차례로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도 과거 대통령 당선 뒤 2~3개월가량 뒤에 임명했던 것과 달리 정부의 조직개편 후 최대한 속도를 내 인선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새 정부의 금융당국 수장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차기 금융당국 수장으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요직을 거친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손병두 전 거래소 이사장,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도규상 전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경제통 불리는 인물로 부산 배정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등을 거쳐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과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지난 4월에는 이재명 후보의 씽크탱크인 '성장과 통합'에 합류해 금융정책 수립에 자문 역할을 한 만큼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병두 전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실력파들이 즐비한 경제관료 중에서도 엘리트로 꼽히는 금융정책통으로 거시 경제정책 부서에서 기초를 닦고 국제금융과 가계부채, 기업 구조조정, 증시 등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용범 전 차관 역시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내고 기재부 1차관을 역임한 손꼽히는 경제관료로 초대 경제팀 구성에 폭넓게 중용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장 후보로는 이재명 후보가 2017년 대선에 처음 출마했을 당시부터 보좌해온 핵심그룹인 '7인회' 멤버인 김병욱 전 의원,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홍성국 전 의원, 제윤경 전 의원 등 민주당 출신의 전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언급된다.
김병욱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이른바 '7인회' 출신이다. 배정고, 한양대 법대를 나왔고 한국증권업협회에 근무하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김 전 의원은 금융권에서의 인맥을 바탕으로 이 대통령의 금융권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모두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정무수석 후보로도 물망에 올라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금감원에서 첫 여성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지내고, 2023년 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하마평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김 교수는 올해 초 금융위를 폐지하고, 금감원을 감독 전담 기구와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담은 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이재명 후보의 금융권 인맥으로 김병욱 전 의원을 수장으로 한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내 금융·자본시장위원회 소속 마호웅 전 우리은행 본부장, 최재호 전 산은캐피탈 베트남 대표, 이정원 전 골든브리지 부사장 등이 언급된다.
지난달 13일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한 정의동 전 코스닥위원회 초대 상임위원장, 김옥찬 전 KB금융지주 사장, 정한기 전 유진자산운용 사장, 김상택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 노융기 전 산업은행 부행장 등 금융권 전현직 임원 157명도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