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개막…'K이니셔티브' 경제 대수술 예고

제21대 대통령 당선…소년공에서 국가 최고지도자로, 파란만장한 역경 딛고 청와대 입성 AI 100조 투자·기본주택 공급·주4.5일제 등 경제 패러다임 전환 강력 추진 전망

2025-06-04     최진홍 기자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다. 3일 진행된 대통령 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누르고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숱한 역경과 논란 속에서도 대선 레이스를 완주한 이 당선인은 마침내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가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재명 당선인은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그의 당선은 유년기의 극심한 가난과 노동 현장의 고초를 딛고 일어선 한 개인의 성공 신화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와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의 표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계엄 정국이 여전히 대한민국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이 당선인은 '전환적 공정성장'에서 '성장'에 방점을 찍은 핵심 경제 철학을 바탕으로 경제 전반의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K이니셔티브를 바탕으로 침체기에 접어든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 정치적 자산으로
이재명 당선인은 1963년 경북 안동의 가난한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성남으로 이주, 10대 초반부터 약 6년간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일하며 프레스기에 팔을 다치는 산업재해를 입었다. 정규 교육과정을 밟지 못하고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마친 뒤 중앙대 법대에 장학생으로 입학,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의 정치적 정체성은 인권변호사 시절부터 싹텄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접하고 충격을 받은 그는 판검사 대신 인권변호사의 길을 택했고, 성남에서 노동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변론에 매진했다는 설명이다. 

2004년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의 좌절은 그를 직접 정치의 길로 이끌었다. 이어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 당선인은 모라토리엄 선언, 청년배당·무상교복·공공산후조리원 등 이른바 '3대 무상복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의 행정 스타일은 종종 '사이다'라는 별명처럼 시원하다는 평가와 함께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2018년 경기도지사로 선출된 후에는 계곡·하천 불법 시설물 철거,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단호한 대응, 전 도민 재난기본소득 지급 등으로 강력한 추진력을 선보이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다만 그의 정치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 다수의 사법 리스크는 선거 기간 내내 그를 따라다녔으며, 이는 당선 이후에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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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표 경제정책 핵심은?
이재명 당선인이 제시하는 국가 경제 청사진의 핵심은 '성장'이다. 지난 대선 '전환적 공정성장'을 강조했으나 지금은 경제의 성장 자체에 방점을 찍는 로드맵이다. 이를 K이니셔티브라 명명한 후 다양한 영역에서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주목받는 공약은 미래 산업 육성 분야다. 

이 당선인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을 목표로 정부가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촉매 역할을 하는 100조 원 규모의 AI 투자를 제안했다.

이를 위해 AI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를 포괄하는 이른바 'AI 고속도로' 구축, 고성능 GPU 확보, 국가 AI 데이터 클러스터 조성, 일반 국민과 기업이 AI 기술을 쉽게 활용하도록 돕는 '모두를 위한 AI' 프로젝트 추진, AI 인재 양성, 나아가 AI 융복합 산업에 대한 과감한 규제 완화 등을 약속했다. 다만 AI 데이터센터 등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 공급 방안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향후 과제로 남아있다.

여세를 몰아 안정적이고 확대된 R&D 예산 확보를 통해 기초·원천 연구를 강화하고 혁신 인재를 육성할 방침이다. K컬처를 통해 문화 수출 50조 원 달성을 목표로 K-콘텐츠 창작 지원 및 OTT 플랫폼 육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K-방산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여 수출 증진을 위한 컨트롤 타워 신설 및 R&D 투자 확대를 예정하고 있다. 

세계 4대 벤처 강국 실현을 위한 벤처 투자 육성, 스마트 데이터 농업 및 푸드테크 등 미래 농산업 지원,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K배터리 및 조선 산업에 대한 지원도 강조하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정치 브랜드인 '기본 시리즈' 역시 경제 정책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과거 보편적 기본소득(UBI)을 주장하며 모든 시민에게 연간 100만원(청년 200만원) 지급을 공약했던 것과 달리, 이번 21대 대선에서는 재정 문제를 고려해 보편적 '기본소득 25만원' 공약은 제외됐다. 

대신 농업 기본소득, 아동수당 확대 등 특정 계층 및 목적 중심의 소득 지원 정책으로 초점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본 시리즈'의 핵심 철학인 보편적 안전망 제공은 계속된다. 기본주택의 경우 과거 100만 호 공급 목표 등을 내세웠던 것처럼 중산층도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고품질 공공임대주택을 중저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대량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또 기본금융은 신용등급이 낮아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는 금융 소외계층을 위해 최대 1천만 원을 저리로 장기간(최대 20년) 대출해주고,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기본저축'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법정 최고금리 인하도 추진한다. 

노동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연계하여 주4.5일 근무제의 단계적 도입을 추진하고 2030년까지 전체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확립, 특수고용직 및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권리 강화, 그리고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법정 정년 65세로의 단계적 연장 등 노동권 보호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서는 도지사 시절 적극 추진했던 지역화폐 및 소비쿠폰 발행 확대, 임대료·인건비·에너지 비용 등 경영 부담 종합 지원, 공정한 온라인 시장 거래 환경 조성, 자영업자 산재보험 가입 확대 등의 조치를 약속했다.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도 핵심 과제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30% 달성,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2040년으로 앞당기는 등 야심찬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를 위한 스마트 그리드인 이른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쇄, 전기차 및 수소차 보급 확대(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국내 판매 중단 목표 포함), 그리고 관련 정책을 총괄할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을 추진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획기적 확대와 배출가스 규제 강화도 병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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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마련·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이 당선인의 야심찬 경제정책들을 두고 일각에서는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재원 조달 방안은 이재명 정부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 당선인 측은 우선 "정부재정 지출구조 조정분, 2025~2030 연간 총수입증가분(전망) 등"을 비롯해 "국비 및 지방비, 공공기관 자체사업, 민간투자 활용 및 재정지출 조정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AI 100조 투자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는 정부 '모태 펀드'를 통한 민간 투자 유치, 혹은 '국민펀드' 모델도 거론된다.

다만 구체성과 현실성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재원 조달 방안의 모호성, 예산 구조조정이나 세수 증가에 대한 낙관적 전망 의존, 그리고 국가 부채 급증 위험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막대한 재정 투입이 국가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과도한 정부 개입이 시장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텔경제학' 비유처럼 돈의 순환 자체로 가치가 창출된다는 그의 주장은 경제 메커니즘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규모 투자와 복지 확대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거나 근로 의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