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X 2025]K조선·방산 약진에 벡스코도 ‘들썩’

국제해양방위사업전시회, 역대 최대 규모로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돼 국내외 주요 방산업체 총출동…시장 확대 노린다

2025-05-29     박상준 기자
MADEX 2025가 열린 부산 벡스코.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부산에 한국 해양방산 미래가 펼쳐졌다. 국제해양방위사업전시회(MADEX 2025)가 28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글로벌 K조선·방산 호황에 힘입어 그 여느 때보다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1999년부터 격년마다 꾸준히 개최해 온 MADEX지만, 올해는 세계 14개국 200개사가 참가하며 700개 부스를 꾸리며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해외 30개국 100여명에 이르는 군·외교 대표단이 참석해 국내 업체들과 협력을 논의하는 등, 과거의 유망 산업군 전시회에서 범국가적 최중요 비즈니스 행사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역대 최대 부스 꾸린 한화, 연합 형성한 HD현대·LIG·KAI

전시회에서 가장 큰 통합부스를 꾸린 한화 방산 3사는 한화오션-시스템-에어로스페이스로 이어지는 차세대 해양 통합 솔루션을 제시했다.

한화시스템의 전투용 무인수상정-자폭용 무인수상정으로 이어지는 무인체계 모형과 유무인 복합체계(MUM-T) 운용 조감도가 눈길을 끌었다.

한화그룹의 MUM-T 형상화 목업.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전투용 무인수상정은 수색구조와 감시정찰 용도로 개발되는 정찰용 무인수상정과 달리 ‘함정 전투체계(CMS)’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한화시스템은 이를 자체 개발해 수출까지 담당했으며, 실해역에서의 성능 입증 과정도 충분히 거쳤다는 설명이다.

핵심이 되는 한화오션의 함정도 공개됐다. 특히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를 비롯한 미래 수상함 전력과 규격별 잠수함 모델을 한자리에 소개함으로써 각 외국 바이어의 다양한 수요에 응하겠다는 뜻도 보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하는 선박용 친환경 엔진이 전시됐다.

3사 통합부스는 한화오션이 특수선을 건조하면 한화시스템이 전자전 장비와 무인체계를 담당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진과 각종 무기체계를 맡는 등 그룹사 내부 방산 통합 밸류체인을 구축했음을 알리는 장소가 됐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이틀 연속으로 한화그룹 통합부스를 찾아 업계 동향을 파악하고 네트워크를 다지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28일 한화 부스에서 열린 칵테일 리셉션에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글로벌 사업환경에서 사업보국(事業報國) 창업정신을 깊이 되새기고 있다”며 한화 방산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김동관 부회장이 MADEX 이튿날 한화 방산계열사 사장들과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화

한화가 육해공을 아우르는 전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낌새가 보이자 다른 주요 해양방산업체 HD현대중공업,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손을 잡았다.

HD현대중공업과 LIG넥스원은 한화그룹 부스 바로 맞은편에 연합 부스를 냈다. 각각 한화와 대응되는 무기체계를 내놓기도 했는데,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최근 선도함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한화오션과 갈등을 빚고 있는 KDDX도 전시했다.

LIG넥스원은 현재 한화와 경쟁 중인 무인수상정 시장 선점에 나섰다. 공격용 해검X를 현장에서 최초 공개하며 기존 해검 시리즈 대비 스텔스 기능은 향상시키고, 무기 장착 플랫폼은 표준화해 임무 따라 장비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했다. LIG넥스원과 한화는 자폭용 무인수상정 사업도 동시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향후 경쟁 구도가 더 짙어질 전망이다.

또한 KAI는 해양방산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무인항공기 분야에서 경쟁 중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차세대공중전투시스템(NACS)와 소형 다기능 모듈화 비행체(CMMAV) 등 자사만의 유무인 복합체계 기술 홍보에 주력했다.

업무협약 중인 HD현대중공업-LIG넥스원-KAI.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결국 3사는 HD현대중공업 부스에서 ‘다목적 무인전력 모함 개발’ MOU를 체결했다. 각자 주력 분야가 다른 만큼, 협력을 통해 단점을 보완하고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3사가 정확히 어느 분야에서 협력할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여태까지 각자 주력으로 삼은 사업에서 미뤄볼 때 HD현대중공업은 함정 설계 및 건조와 최종 조립을, KAI는 UAV(드론) 운용과 관련된 체계 정립을, LIG넥스원은 레이다와 각종 무기체계를 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만난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전 영역에 손을 뻗으며 독주를 시도하다 보니, 다른 업체들로선 해결 방도를 찾아야 했을 것”이라며 오월동주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에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HD현대중공업 부스를 직접 방문해 “ LIG넥스원과의 협력을 굳건히 하고자 한다”며 직접 샴페인 권주사를 남기기도 했다.

28일 부산 벡스코 MADEX 2025에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축사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다만 한화와 주요 업체들이 마냥 경쟁 구도만 내비친 것은 아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을 비롯한 양측 경영진이 서로 부스를 직접 둘러보며 동향 파악에 나서기도 하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애초에 이번 3사 컨소시엄 자체도 다목적 무인전력 모함 개발에만 국한된 것이다.

국내 사업을 제외한 수출 사업에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손을 맞잡기도 한다. 최근 양사가 공동전선을 꾸린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이 대표적이다.

특색 넘치는 볼거리 한가득…글로벌 이목 집중돼

현장에는 대형 방산 전문업체를 제외하고도 특색 있는 부스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특수선 분야 국내 3위인 HJ중공업은 본사가 부산 영도조선소에 위치했다는 점을 내세워 외국 바이어 조선소 투어도 추진한다. 현재 UAE를 위시한 중동권에서 HJ중공업의 LSF2 고속상륙정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중인 만큼, 향후 글로벌 진출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HJ중공업의 LSF2 고속상륙정.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또 눈에 띄는 것은 국내 5대 방산기업이지만 그간 해양방산과는 연이 깊지 않았던 현대로템의 참가다. 현대로템은 올해 MADEX에 처음 참가했다. 해병대 부스 바로 옆에 소규모 부스를 차리고 ‘HR셰르파’ 4세대 모델을 전시했다. 유무인 복합체계 다목적 무인차량이다.

항공업체인 대한항공도 창사 최초로 MADEX에 참가하며 대규모 부스를 냈다. 각종 항공 무인체계와 성능개량 사업에서 KAI와 부딪히는 만큼, 차세대 항공기 위주 전시가 눈에 띄었다. 대표적으로 저피탐 다목적 무인 편대기와 정찰·자폭용 무인기, 고성능 전략 무인항공기(MUAV) 등이 있었다. 최근 KAI와 경합 끝에 성능개량사업을 따낸 UH60 블랙호크 헬리콥터 모형도 전시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군과의 안보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해군 전력에 차질이 없도록 블랙호크를 내세웠다”며 “대공 사격 용도로 쓰이는 무인기를 비롯해 카메라를 부착해 정찰 용도로 내세울 수 있는 무인기를 이번 전시에서 선보였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MUAV.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동통신사 중에선 SKT가 유일하게 부스를 냈다. SKT는 지난 2019년부터 해군과 함께 스마트 전투함 내에 TDD-LTE 기반 스마트 무선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하고 스마트 단말기, 스마트 워치 및 IoT서비스 등을 운용해 왔다. 이번 전시회에선 통신장비 제조기업 콘텔라와 협력해 고성능 고출력 기지국을 구축하고, 통합형 휴대 단말기 업체 사이버텔브릿지와 스마트 단말기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철강 기업인 포스코는 액화천연가스(LNG) 탱크 소재로 쓰이는 내구성 좋은 고망간강을 방산업에 적용하기 위해 부스를 차렸다. 포스코는 HD현대와 차세대 함정 고망간강 적용을 위한 공동연구개발 협약까지 맺었다.

고망간강은 자성을 띠지 않는 비자성 특성을 가진 강재로, 기존 함정에서 필요했던 ‘탈자(자기 제거)’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뢰 부설이나 수거 작업시 함정의 피격에 의한 생존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고망간강은 일반 선급강 대비 강도가 약 10% 높다. 외부 충격이나 폭발에도 선체가 쉽게 손상되지 않으며 선체 경량화도 가능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한편 MADEX 현장에는 스웨덴 사브,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영국 밥콕, 미국 실드 AI 등 방산업계를 선도하는 외국계 기업도 대거 부스를 냈다. 대부분 한국 시장 진출과 한국 기업과의 업무협약을 목표로 참가했다.

HD현대-레오나르도 업무협약식.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현장에서 만난 헨릭 론 사브코리아 대표이사는 “한국내 방산업체와 협력을 계속 도모할 것”이라며 LIG넥스원과의 아서K 레이다 기술 이전 협력 등 한국 진출 사례를 거론했다.

HD현대중공업 부스에서 만난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군 대표단 관계자는 “이미 동남아시아에는 필리핀 등에 한국산 호위함이 들어오는 등 무기체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정말 많은 나라에서 한국을 중요한 방산 국가로 생각하고, 현장에 방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