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 '상생금융' 공약에 떨고 있는 금융권
이재명 "소상공인 채무조정·폐업·취업 통합지원" 김문수 "소상공인 특별융자" 이준석 "청년 1.7% 고정금리"
대선을 앞두고 상생금융 공약들이 경쟁적으로 발표되면서 금융사들이 떨고 있다. 은행들이 서민금융 등 사회공헌 활동에 낸 돈은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실적 역시 역대급 이익을 거두었기에 대선 후보들의 상생금융 압박이 더 거세지는 모양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의 사회공헌액은 지난해 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들의 사회공헌액이 2020년 이후 연평균 12%씩 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2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금융권의 호실적 덕분이다. 올해 1분기 5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4조3349억원)은 1년 새 29% 급증하며 최고의 호실적을 자랑했다.
금융지주들의 주가도 가파르게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26일 지주 출범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KB금융지주도 장중 10만200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에 가까워졌다.
앞다퉈 '상생금융' 공약 내세운 대선 후보들
이같은 호실적에 정치권에선 공통적으로 소상공인, 취약계층의 금융지원 확대를 약속하고 나섰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코로나19 당시 정책자금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채무조정 및 탕감과 ▶작년 12·3 비상계엄으로 인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방안을 주요 금융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만 최근 화두인 ▶가산금리에서 법적 비용 제외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앞둔 상태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매길 때 지표금리에 원가, 위험 프리미엄, 각종 출연금 등이 포함된 법적 비용을 합쳐 금리를 산출하는데, 여기서 법적 비용을 제외해 대출 금리를 낮추는 방식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도 은행권은 가산금리에 법적 비용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며 “예보료(예금보험료)랑 지급준비금 이 2가지는 지금 대출금리에 포함이 안되어있다”고 설명했다. 공약으로 선정한 것은 명문 ‘법제화’를 약속하고 대출 금리 인하라는 큰 틀에서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세전이익이 5~10% 줄어들 것이라는 다수의 전망에 대해서도 “법제화를 하고 말고 차이가 있을 뿐 이미 시행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소위 ‘깜깜이’ 가산금리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은행들 공시를 분기마다 하고 있다”고 답했다.
'소상공인' 대신 '청년' 지원 공약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소상공인 채무조정과 금융지원 강화 방안을 대거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액이 급감한 소상공인에게 특별융자를 해주고, 경영안정자금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자영업 금융 플랫폼을 구축해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소상공인 전용 신용평가 체계를 갖춰 대출 장벽을 낮추겠다고도 약속했다.
또 중·저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보증하는 구매전용 신용카드를 1000만원 한도로 발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외에도 ▶소상공인 전문 국책은행 설립을 통한 분산된 서민금융 기능 통합 조정 ▶새출발기금 역할 대폭 확대 등으로 소상공인 금융부담 경감 ▶소상공인 점포 사용 신용카드 지출에 캐시백 제공 등이 담겼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 완화나 내수 회복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만 19~34세 청년에게 최대 5000만원을 연 1.7% 고정금리로 대출해주는 '든든출발자금'을 약속했다.
"어떻게?" 포퓰리즘에 떨고 있는 금융권
이에 금융권에서는 포퓰리즘에 무분별한 금융지원이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금융 부담을 완화해야 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한계 자영업자의 퇴출을 막으면 회수 불가능한 채권액이 불어나고 이는 추가적인 정부 재정 지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가뜩이나 은행권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는데 자산 건전성이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특히 표면적으로는 정부 재정을 표방하지만 실질적인 부담은 금융권의 몫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시중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소상공인 대출을 지급해주게 되면 그 금리 갭에 대해서 2차 보전 방식이라는 정부 재원으로 메꿔주는 방식이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원금은 은행 재원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은 금융사들을 소집해 상생 활동을 압박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달 안으로 사회공헌 내용을 공표한다는 계획이다.